주간동아 519

2006.01.17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국내 찍고 해외 통신 시장 공략 본격화 … 위성 DMB·와이브로 등 차세대 사업 역량 집중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6-01-11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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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세계 각국에서 ‘내 손안의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고 있는 SK텔레콤.

    2005 년 한 해, SK텔레콤(이하 SKT) 사옥인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선 “텐 플러스(Ten Plus), 텐 플러스”를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텐 플러스’란 SKT의 지난해 목표였던 ‘매출 10조원 달성’을 일컫는 말. 증권사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사내에서도 “너무 무리한 목표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SKT는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다. 국내 이동통신사 중 최초로 매출액 10조원 돌파 기록을 세운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5년은 SKT로선 참으로 쉽지 않은 해였다. 이동통신업계 ‘맏형’인 까닭에 감수해야만 하는 다양한 제약 조건들, 그 가운데 애초 세운 ‘가입자 순증 목표 60만명’ 달성은 난망해 보였다. 하지만 SKT는 지난해 11월 그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 이어, 12월에는 총 가입자 수 1950여 만명을 기록하며 ‘행복한 연말’을 맞았다.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지난해 매출액 10조원 돌파 ‘행복한 연말’

    SKT 홍보실 조중래 상무는 “음성 통화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순증 가입자 목표 달성만으로는 10조원 매출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다행히 ‘미래 시장’인 데이터 통신 매출이 전체의 26%를 차지할 만큼 큰 폭으로 성장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마케팅 비용을 연초 18.5%에서 17%대까지 절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한 한 해였지만 정작 SKT 임직원들의 ‘절박한 위기의식’은 10년 후를 향하고 있다. SKT는 이미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안아야 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점유율을 52.3% 이상으로는 높이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한 마당이다.



    회사를 계속 키워나가기 위해선 신사업 진출과 세계시장 진출 외에 답이 없다. 요즘 SKT가 WCDME(3세대 화상전화), 위성 DMB, 와이브로(WiBro·무선 휴대인터넷 서비스) 등 차세대 통신사업, 중국·미국 등 해외 통신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SKT의 이러한 도전들이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우리나라 정보통신(IT)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 실제로 SKT의 22년 역사는 우리나라 통신산업 발달사와 궤를 같이한다.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SKT ‘멜론’ 서비스를 즐기고 있는 여성들(위).2005년 11월25일 광주시 월산동에서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SKT 서부지역본부 직원들(오른쪾).

    SKT의 전신은 1984년 3월 정부가 차량전화 서비스 업무를 위해 설립한 한국이동통신서비스㈜다. 88년

    5월 한국이동통신㈜로 사명을 바꿨고, 94년 SK그룹이 경영권을 획득한 뒤 97년 3월 비로소 지금의 ‘SK텔레콤’이란 브랜드를 갖게 됐다.

    SKT 출범 후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그야말로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SKT는 수많은 ‘세계 최초’ 기록을 쏟아내며 서비스 업계와 장비 업계, 단말기 업계를 두루 선도했다. 96년 1월1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의 CDMA 방식 이동통신 서비스를 성공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 96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1조5000억원의 설비투자로 국내 통신 장비시장 경쟁력 향상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휴대전화 산업 성장에 결정적 구실을 했음은 물론이다.

    SKT 조신 전무는 “2005년에도 우리 회사는 차별화한 콘텐츠 비즈니스로 무선인터넷의 질적·양적 성장을 선도했다”며 “요즘 통신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컨버전스(디지털 제품·서비스의 융복합화)도 어떤 거창한 그림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SKT가 ‘생활의 중심’이 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이 두루 성공하는 그날 자연스레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반 등 타 산업군과 윈-윈 전략

    조 전무의 말대로 SKT는 2005년, ‘멜론’을 통한 유료음악 시장 진출(2005년 11월 말 현재 회원 390만명, 유료가입자 56만명), 유·무선 게임 포털 GXG의 성공적 런칭, 모바일 싸이월드(누적 이용자 수 120만명)의 폭발적 인기로 무선인터넷 사업의 새 전기를 맞았다. 2005년 5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이미 가입자 30만명을 확보한 위성DMB 서비스의 잠재력 또한 무한하다. 특히 이들의 성공은 각각 음반업계, 게임업계, 콘텐츠 업계 등 타 산업군과의 윈-윈 전략을 통해 달성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006년 SKT의 주요 과제는 WCDMA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HSDPA(하향 고속화 패킷 접속 방식) 기술 상용화와 글로벌 사업의 성공적 추진이다. 미국과 중국, 베트남과 남미에서 SKT 서비스로 음악을 듣고, 게임을 즐기고, 가족들과 화상 통화를 하게 되는 그날, 한국의 통신산업 또한 비로소 진정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SKT의 글로벌 비즈니스

    미국에 ‘헬리오’ 설립 … 올 상반기 본격 진출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2005년 1월 SKT는 얼스링크와 손잡고 조인트 벤처 ‘헬리오’를 설립했다.

    SKT는 현재 미국, 중국, 베트남, 몽골, 홍콩 등지의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해 있다. 2006년 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장은 미국이다.

    2005년 1월 SKT는 미국 3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중 하나인 얼스링크(EarthLink)사와 손잡고 조인트 벤처인 ‘헬리오(HELIO)’를 설립했다. 이로써 SKT는 아시아 네트워크운용 사업자로는 최초로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헬리오사는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SKT 측은 “우리가 가진 최첨단 무선인터넷 기술을 충분히 활용, 미국 신세대와 얼리어댑터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SKT가 2002년부터 꾸준히 공들여온 미래의 황금시장이다. 2002년 7월 SKT는 중국 제2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중국 내 무선인터넷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합자기업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04년 2월 탄생한 양사의 합자기업 ‘유니SK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는 중국 최초의 외국계 합작 통신서비스업체이자 독립무선포털 사업자다. 유니SK사는 현재 ‘U족부락’이라는 브랜드로 중국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뷰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컨버전스 환경에선 상생이 중요”


    ‘생활의 중심’에서 미래를 외치다
    SK텔레콤 김신배(52·사진) 사장은 ‘전략통’이다. 미국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1995년 SKT에 입사, 전략 수립 및 마케팅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뛰어난 포용력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네이티브 스피커를 무색케 하는 영어 실력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 사장은 ‘컨버전스’와 관련, 업계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한 현 상황에 대해 “오히려 중요한 건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말했다.

    “컨버전스 환경에선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시장 중첩 현상 또한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을 리드하려면 무엇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야죠. 이어 시장 활성화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을 가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 회사가 시작한 유료 음악 포털 ‘멜론’이나 위성DMB 사업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김 사장은 “우리 통신업계로선 세계시장 진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SKT가 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통신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의 차이나유니콤만 해도 벌써 호시탐탐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SKT의 세계 진출은 우리나라 통신장비·콘텐츠 업계에도 희소식이 될 겁니다. 휴대전화 생산업체는 물론이고요. 통신 서비스 사업은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거든요.”

    아울러 김 사장은 SKT의 기술력과 시장 선도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데이터 서비스만 해도 보다폰, 텔레포니카 등 세계적 이동통신서비스사보다 2~3년 앞서 있다”는 것. 김 사장은 “회사가 성장한 만큼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런 만큼 정부와 관련 업계 또한 SKT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적절한 지지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SKT의 DNA는 창의력입니다. 이를 더욱 갈고닦아 10년 후쯤에는 국내 시장보다 더 커진 세계시장에서, 더 빠르고 뛰어난 서비스로 각국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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