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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연구 ① SK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SK㈜ 해외 유전개발 무자원 산유국 꿈 실현 … 제2 성장 디딤돌 중국 공략 가속도

  • 김현수/ 서울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hskim@sed.co.kr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싱가포르 시내 서쪽, 도시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롱(Jurong)석유화학단지 입구. 외형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생겼지만 기관총을 든 무장경찰이 검문을 하고 차에서 내려 몸수색까지 받도록 하는 것이 국경검문소를 방불케 할 만큼 경비가 삼엄하다. 하긴 2005년 10월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을 땐 완전무장한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됐다지 않나.

주롱게이트를 통과해 BP, 쉘, 칼텍스 등 메이저 정유사들의 공장을 지나면 소금기를 머금은 간척지가 눈에 들어온다. 콘크리트 말뚝으로 지반 안정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을 지나 다시 얼마간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SK’라는 낯익은 로고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SK㈜의 대규모 석유제품 물류기지 건설 현장.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정유회사가 중국, 싱가포르를 거쳐 중동까지 이어지는 오일벨트 구축에 나선 것이다.

2005년 세계적 에너지정보회사 ‘플릿츠’는 SK㈜가 세계 250대 에너지 기업 중 34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2004년 125위에서 무려 91계단을 껑충 뛰어올라 동북아 대표 에너지 기업 중 하나로 도약한 것. 특히 주당 이익 부문에서 11.50달러로 10위, 석유 정제·영업·저장·수송 부문에서는 4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2005년 250대 에너지 기업 중 34위

SK㈜의 뿌리는 대한석유공사다. 1962년 우리 정부와 미국 석유회사 ‘걸프’가 합작해 만든 회사. 64년 울산 정유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72년 울산-대구 간 장거리 송유관 부설공사를 완료했다. 73년에는 나프타분해센터 정상가동과 함께 종합석유·석유화학제품 생산 및 판매업체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80년 선경(현 SK네트웍스)이 ‘걸프’ 소유 주식 50% 및 경영권을 인수함에 따라 오늘의 SK㈜가 탄생했다.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예멘 마리브 유전.

2005년 1~3분기의 SK㈜ 매출액은 15조7005억원, 순이익은 1조6148억원에 달한다. 아직 4/4분기 실적 보고가 안 된 상태지만, 추세를 감안하면 2005년 결산 실적은 매출액 22조원, 순이익 2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10년 전만 해도 725억원에 불과하던 SK㈜의 순이익이 2조원대를 넘어선 데에는 적기 투자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한 글로벌 전략이 주효했다.

적기 투자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05년 3조원이란 거금을 들여 인천정유를 인수한 것이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새 설비투자가 필요했고, 생산 한계에 봉착한 울산콤플렉스만 바라보기보다 과감한 투자로 새 돌파구를 찾은 것.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SK㈜ 경영진은 서울 서린동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SK㈜는 아·태 지역 메이저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확립하게 됐다.

해외 유전 4억 배럴 에너지 매장량 보유

2000년 2월16일 결정된 페루 카미시아 유·가스전 광구 입찰 또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SK㈜는 미국 ‘헌트오일’, 아르헨티나 ‘플루스페트롤’ 등 5개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국제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이미 메이저사인 ‘쉘’과의 지리한 협상을 경험한 페루 정부는 최대 35%까지 로열티를 요구했다. 입찰 이틀 전 SK㈜ 컨소시움은 예상을 깨고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로열티를 제시했다. 임시종 SK㈜ 페루 지사장은 “경제성 분석 결과 40%까지도 로열티를 줄 수 있다는 데 컨소시엄 대표들이 동의했고, ‘헌트’ 대표의 생일인 7월24일에 맞춰 37.24%로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과는 당연히 SK㈜ 컨소시엄의 승리. ‘겨우’ 35.5%의 로열티 비율을 제시하고 의기양양해하던 프랑스 ‘토탈’사의 미소는 SK㈜ 컨소시엄의 제시 비율이 공개되자 곧 참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석유개발사업은 흔히 클럽(Club) 비즈니스라 불린다. 기세등등한 오일 메이저들은 그들끼리만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며 물밑거래를 통해 광구 입찰을 따내곤 한다. 그런 만큼 페루에서의 ‘승리’나 98년 9월 석유공사와 SK㈜가 힘 합쳐 베트남 15-1 광구 개발권을 따낸 것은 값진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현재 SK㈜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현장은 미국 루이지애나 북이베리아 광구다. 단순 지분 참여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석유개발 기술력 보유 회사로서 실력을 인정받는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을 통해 SK㈜는 2005년 말 현재 약 4억 배럴의 에너지 매장량을 보유하게 됐다. 국내 연간 원유 소비물량(약 7억 배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하루 평균 생산량만 해도 2만7000배럴. SK㈜는 이를 2007년에는 하루 6만 배럴, 2010년에는 10만 배럴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천연가스 개발에서도 성과를 보고 있다. 30% 지분 참여를 한 페루LNG가 2009년부터 연간 420만t의 LNG를 미국·멕시코에 공급키로 한 데 이어, 2008년부터 20년간 우리나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될 예멘LNG 개발 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이렇듯 선대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현 최태원 회장에게로 이어진 무자원 산유국의 꿈은 이제 ‘해가 지지 않는 유전개발’로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2010년 중국 땅에 ‘제2 SK 만들기’ 승부수

SK㈜가 ‘기름’이나 ‘가스’만 파는 것은 아니다.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푸둥(浦東) 외곽 4차선 도로.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가 한창이다. 총 왕복 340km에 달하는 거리를 덮을 아스팔트는 SK㈜의 제품이다.

도로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뤄쥔셴(羅俊賢·43) 씨에게 SK㈜ 아스팔트의 ‘성능’을 물었다. 뤄쥔셴 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중국의 기후조건까지 고려한 데 만족한다. 외국 기업임에도 주문부터 공급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물류 시스템도 놀랍다”고 말했다. 저장성(浙江省) 항조우(杭州) 인근 진화(金華)에선 아스팔트 공장이 시험가동 중이다. 연간 20만t의 고급 아스팔트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SK㈜ 중국 현지화 전략의 상징이다.

인터뷰 신헌철 SK㈜ 사장

“인천정유 정상화, 성장 기반 구축할 터”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인천정유 인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3년차에 접어드는 SK㈜ CEO로서 신헌철(61) 사장의 새해 각오는 남다르다. 올해 목표를 묻자 주저 없이 “인천정유 정상화와 고도화설비의 조기 완공, 투명ㆍ윤리 경영 정착이 중점과제”라고 답했다.신 사장은 “법정관리가 끝나는 3월이면 인천정유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겠지만 이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장기적 경영위기로 누적된 경영상의 비효율적 측면을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해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가 고도화설비 투자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신 사장은 “고도화설비는 SK㈜가 고수익사업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며 “최단기간 내에 설비 건설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는 투자를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봅니다. 지난해 인천정유 인수를 비롯, FCC(고도화설비) 투자, 석유개발, 중국 사업, 미래 에너지 등을 위해 이루어진 4조원 규모의 투자 역시 내수시장 포화에 따른 생존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해외 에너지 개발에서도 신 사장은 올해가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소규모 탐사사업 오퍼레이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 지분 참여가 아닌 운영권자로서의 사업 참여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생산사업 지분 매입이나 석유개발회사 M&A 추진으로 사업의 적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K㈜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해외 에너지 개발 지역으로 기존의 예멘, 브라질, 페루, 베트남뿐 아니라 신흥 유망 지역인 카스피해 연안을 꼽았다.

신 사장은 시장 내외 여건의 격변에도 2005년이 기분 좋게 마무리될 수 있었던 공을 SK㈜ 임직원들에게로 돌렸다.

“공장의 안전조업을 위해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것, 밤낮없이 아이디어를 짜내 인천정유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일, ‘집은 있어야 한다’는 한국적 정서를 뛰어넘어 사옥 매각의 결단을 믿고 지지해준 점 등 고맙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신 사장은 요즘 지인들에게 바뀐 회사 로고를 자랑하느라 바쁘다 한다.

“행복날개는 행복하고 따뜻한 세상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웃과 행복을 나누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2005년 12월16일 인천정유 인수 계약을 체결한 최태원 SK㈜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인천정유 김재옥 법정관리인(오른쪽에서 두 번째).

아스팔트 사업은 SK㈜의 중국 공략에 첨병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SK㈜에 아스팔트 사업은 ‘보따리 장사’ 수준이었다. 이미 오일 메이저 업체가 선점을 하고 있던 상황. 당시 과장으로 아스팔트팀을 이끈 조재송 특수사업부 상무는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에만 몰두하던 박사급 연구원들까지 나서 중국 바이어를 설득하기 위해 독한 중국 술을 들이켰다”며 “전 직원이 팀장이고, 전 연구원이 영업사원이었던 셈”이라고 사업 진출 초기를 회상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특수사업팀 회식자리에선 ‘독주 한 잔에 아스팔트 1000t’이란 구호가 나온다 한다.

亞太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우뚝

페루 카미시아 유·가스전.

임직원들의 몸을 던진 노력 끝에 8년 전 비로소 칭다오에 1000t 규모의 첫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로도 도로 없는 오지까지 달려가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SK 브랜드를 알려나가는 작업을 계속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어 연간 수출액 2억 달러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중국 수입 아스팔트 시장(연간 250만t)의 절반을 담당하는 ‘메이저 회사’가 된 것이다.

SK㈜는 중국 사업을 해외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 비즈니스에서 이미 중국과의 사이에 국경은 의미가 없다는 것. 2010년 중국 땅에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이야말로 제2의 기지”라며 “중국을 디딤돌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화학 메이저 회사로 거듭날 것”이란 각오를 밝히고 있다.





주간동아 2006.01.17 519호 (p30~32)

김현수/ 서울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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