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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연구 ① SK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최태원 회장 3년간 진두지휘 전문경영인 입증 … 임직원과 스킨십 강화 자질 발휘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1월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SK그룹 임원들.

지금 SK그룹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리더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2003년 시작된 사태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파트너십 경영’의 한 축이던 손길승 전 회장은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오랜 세월 최 회장과 친분을 쌓아온 이들은 “40대 초반에 겪은 일련의 경험이 최 회장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남긴 듯하다”고 말한다. “합리와 자율을 중시하는 기질이야 여전하지만 경영에 임하고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 어찌 보면 예전 손 전 회장을 배려하느라 애써 한발 물러서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겨두었던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화두 ‘행복·상생 경영’ 최 회장 작품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봉사 활동에 나선 SK 계열사 CEO들. 위부터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 SK㈜ 신헌철 사장,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

최 회장은 최근 3년간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함으로써 명실공히 SK의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이끌어갈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뉴 SKMS 정립과 관련, 최 회장과 장시간 토론을 벌인 서강대 하영원 교수(경영학)는 “최근 SK가 잇따라 내놓은 새 기업관과 행복·상생 경영의 실제적 내용은 대부분 최 회장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최 회장은 선친과 마찬가지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 애쓰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SK㈜ 남대우 사외이사는 “말로만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장으로서 모든 이사회를 직접 주재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남 이사는 또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며, 이견에 대해선 끝까지 토론하고, 그래도 결론이 안 날 땐 표결에 부쳐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SK맨, 교수보다 더 교수 같은 사람들”

SK의 한 임원은 “2003년 한창 어렵던 때 오랜만에 만난 최 회장과 악수를 했는데 이전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먼저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임직원들도 대부분 동의하는 바다. 또 다른 임원은 “한마디로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사람 만나기를 피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접촉 면이 좁았다. 그러나 요즘은 임원이나 팀장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각 테이블을 돌며 몇 분간이라도 대화를 나누려 애쓴다”고 했다. 그는 “(최 회장이) 원래 굉장히 수줍어하는 성격인데,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임직원 모두가 똘똘 뭉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다는 신뢰와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나름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 최 회장의 관심은 온통 글로벌 비즈니스에 쏠려 있다. 2005년 11월에만 3개 대륙 6개국을 방문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특히 중국 시장을 중시해 누구를 만나든 중국 이야기부터 꺼낸다 한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란 최 회장의 말은 이제 SK그룹에선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최 회장 경영관과 성품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첫아이 봤을 때”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2005년 7월 최태원 SK㈜ 회장은 그룹 신입사원 교육과정에 참여해 새내기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당시 대화 내용을 보면 최 회장의 경영관과 성품을 얼마간 짐작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 발췌해봤다.

- SK의 라이벌 기업은 어디인가.

“개별 기업이나 사업단위로는 라이벌이 있겠지만 그룹 차원에선 라이벌이 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설정한 목표가 있다면 행복의 절대가치, 그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견해와 비전이 궁금하다.

“생명과학은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이 통용되는 분야다. 그렇더라도 미래 인류의 삶을 업그레이드할 핵심 영역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 SK가 10년 넘게 이 분야에 끈질긴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해외출장이 많은데 가족들과 여가는 어떻게 보내는가.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특히 주말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아이들이 절 필요로 하는 시간과 니즈가 있을 때까지는 골프도 자제하려 한다. 운동도 가족과 함께 하는 편이다. 심기신 수련과 요가를 자주 하는데, 가족 간의 실력과 체격 조건이 달라도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를 계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살아오면서 가장 따뜻했던 때와 추웠던 때는 언제였는가.

“따뜻했던 순간은 첫아이를 낳았을 때, 추웠을 때는 어머니가 타계하신 날이었다. 사업적 어려움은 제가 어떻게든 헤쳐갈 수 있지만, 가족 중 누군가 나고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인 듯하다.”

-선대 회장님의 가르침 중 신입사원에게 도움 될 만한 일화를 소개해달라.

“과장 시절 사업 관련 질문을 드리니 ‘그건 니 고민인데 회장 답을 들어봤자 쓸모가 없다. 또 네 질문에 누군가 대신 답해준다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고 능력을 키울 기회는 사라져버린다. 네 고민은 네가 하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늘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할 것. 그것이 선대 회장님의 최고 가르침이다.”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2005년 7월 신입사원과의 대화 시간에도 “이제 우리 회사의 성장 동력은 해외에 있다”며 “글로벌리제이션,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 성장을 용이하게 이룩해나갈 수 있는 활동이자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종현 선대 회장과 마찬가지로 토론을 즐기고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최 회장의 스타일은 그대로 SK그룹 특유의 자유롭고 합리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하영원 교수는 “SK맨들은 교수보다 더 교수 같은 사람들”이라며 “논리를 세우려 애쓰며 상당히 치밀하다. 무엇이든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도 특징”이라 평가했다.

유공(현 SK㈜),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을 키워온 만큼, SK는 융화와 실력 위주 인사를 유난히 강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계에선 SK를 순혈주의가 거의 없는 대표적 회사로 꼽는다. 최근 2~3년 사이만 해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출신 왕윤종 박사를 경제연구실장으로, 외국계 증권사 출신 이승훈 상무를 SK㈜의 IR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SK㈜ 사장실 직속 윤리경영실장인 김준호 부사장 또한 대검찰청 중수3과장을 지낸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김 부사장은 “업무도 조직도 생소한 터라 입사 당시엔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딱히 적응기라 할 만한 것이 필요 없더라. 첫째는 기존 인력이 워낙 우수해 내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었고, 둘째는 문화 자체가 워낙 젠틀해 마음 다칠 일이 없었다”고 했다.

한편 SK에는 젊은 CEO, 젊은 임원들이 유난히 많다. 주력 계열사 12곳의 CEO만 해도 1950년대생이 주류를 이룬다. 46세인 최태원 회장을 빼고라도 평균 연령이 54.16세에 불과하다. 패기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 신사업 분야 진출이 두드러진 그룹 포트폴리오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주주 경영자들

2대 형제들 각자 영역에서 제 역량 발휘


CEO 평균 54세 … 순혈주의 No!
우리나라 주요 그룹 중 SK만큼 원만히 경영권 이양이 이루어진 곳도 드물 것이다. 1998년 8월 대주주 일가는 가족회의를 열어 최태원 회장을 그룹 승계자로 확정했다. 여기엔 특히 최종건 창업주의 두 아들이자 연장자인 최윤원, 신원 형제의 강력한 권유가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끝내 회장직에 오르지 않았고 대신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우리 재벌가에선 보기 드문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최 회장이 대주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그룹 최고경영자로 성장하는 동안 형제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역량을 쌓아나갔다. 최재원 SK E&S 부회장은 99년 SK의 신세기통신 인수 당시, 포항제철이 보유한 신세기 주식과 SK텔레콤 주식을 맞교환하는 ‘주식 스와핑 방식’을 고안해 성가를 높였다. 2005년에는 SK E&S 전신인 SK엔론 지분 매각 과정을 주도해 또 한번 시선을 집중시켰다.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 물리학과, 스탠퍼드대학 재료공학 석사, 하버드대학 경제학 석사 출신이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은 ‘일벌레’로 유명하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기획관리실장 재임 당시에는 국내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했고, 쉐라톤워커힐과 SK상사에서도 명퇴를 통한 감량경영 바람을 일으켰다. 강한 추진력을 가진 한편, 불교서적을 즐겨 읽는 명상가적 면모도 갖고 있다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최신원 SKC 회장은 대주주 집안의 맏형이다. 81년 선경인더스트리 대리로 입사해 여러 계열사를 거친 뒤 2000년 1월부터 SKC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 회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생들을 소리 없이 돕는 것으로 유명하다. SK(주)가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을 때도 SK(주)의 대주주인 SK케미칼 지분을 확대하는 등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 회장은 재벌가에선 보기 드문 해병대 출신이다. 경영 스타일 또한 대범하고 카리스마 넘쳐 ‘해병대 CEO’라 불리기도 한다.






주간동아 2006.01.17 519호 (p22~25)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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