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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박사의 ‘자녀들과 함께 數學 하기’

미래 예측 능력 필요한데 ‘평강공주’로 키울 텐가

  •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미래 예측 능력 필요한데 ‘평강공주’로 키울 텐가

우리에게 익숙한 평강공주 얘기를 떠올려보자. 평강공주는 어릴 적부터 바보 온달의 신부가 됐다. 대책 없이 울어댔기 때문에 평강왕에게서 사대부의 아내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농담을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 농담은 현실이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가 울면 우는 이유를 듣고 난 뒤 차근차근 설명해서 달래줄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선배 세대들의 노력 덕분에 무에서 유를 이루었고 경제적인 여유까지 누리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위대한 수학자이며 과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말년에 이르러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하나의 어린아이일 뿐이다. 진리의 위대한 바다가 앞에 놓여 있는데, 그 바닷가에서 신기한 둥근 자갈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기 위해 기웃거리며 놀고 있는, 그런 어린 소년 말이다.”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미적분을 고안해낸 84세의 뉴턴. 그는 영국 왕립학술원의 회장으로 세계적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지만 진리의 바다 앞에는 감히 발도 담그지 못한 소년이었다. 그렇지만 하찮은 자갈돌과 조개껍데기를 바라보며 더 크고 위대한, 발견되지 않은 진리들을 경외할 줄 아는 행복한 소년이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천재이길 바라다가도 때때로 바보를 만들어버린다. 이제 겨우 ‘2 더하기 3’을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에게 ‘2 더하기 8이 10’이 되는 걸 설명하다 지쳐 “이런 바보” 하고 농담을 던지기 일쑤다. ‘2 더하기 3’을 가지고 한참 동안 놀게 두었으면 ‘2 더하기 8’ 역시도 예쁜 조개껍데기처럼 흥미로웠을 터. 하지만 바닷가에서 놀고만 있다간 사대부의 아내가 되지 못할 것 같아 철들으라고 한 농담으로 인해 아이는 무궁무진한 진리의 바다를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의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준비 없이 헝그리 정신으로 일을 하여 신화를 창조해내던 우리 선배들의 시대와는 다르다. 현재 있는 것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조직적인 능력을 발휘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사안별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른들의 감정적인 비판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방식이 옳을까’보다는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까’에 관심을 쏟게 된다.

어떤 수학자가 친구 두 명과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밖의 경치를 즐기던 세 사람은 들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발견했다. 누군가 “스코틀랜드의 양은 모두 검구나” 하고 말하자, 다른 한 친구가 “아니지, 스코틀랜드 양 중 어떤 것은 검구나라고 해야지”라고 반박했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수학자가 입을 열었다.

“스코틀랜드에는 검은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는 존재하는군.”

아이들이 ‘2 더하기 8’을 이해하지 못할 때, 어떤 사람은 “넌 수학에 자질이 없구나”, 또 어떤 사람은 “더하기가 어려운가 보구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수학자라면 “지금은 2 더하기 8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라고 말했으리라. 오늘이 아닌 내일 설명했으면 알아들었으리라는 가능성을 안고 말이다.



주간동아 2005.08.09 497호 (p39~39)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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