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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풍수 | 경복궁 후원이었던 청와대

대통령 거처 창덕궁으로 옮기자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대통령 거처 창덕궁으로 옮기자

대통령 거처 창덕궁으로 옮기자

창덕궁 전경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청와대는 원래 경복궁 후원이었다. 고건축 전문가 신영훈 선생의 말에 따르면 후원의 규모는 경복궁의 30분의 1 정도였다고 한다. 경복궁에 들어선 건물이 7000여 칸인 데 반해 후원 건물이 250칸 정도였음을 근거로 규모를 산정한 것이다. 즉 과거 왕들이 거주했던 공간의 30분의 1 정도의 작은 공간에 현재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 일제시대 총독 관저가 들어섰다. 문자 그대로 관저 규모에 지나지 않는 곳이었다.

문제는 경복궁 후원이 풍수적으로 볼 때 대통령이 머무는 터로서 좋은가 하는 점이다. 터의 좋고 나쁨은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 풍수의 기본이다. 경복궁 터는 어떠했을까.

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이곳으로 도읍을 옮긴 지 얼마 안 되어 ‘왕자의 난’으로 두 왕자를 잃는 등 불행한 일이 겹쳐 개성으로 환도하고 만다. 태종은 경복궁이 싫어 옆에 창덕궁을 짓게 하고 그곳에 주로 머문다. 세종은 성군의 정치를 펼쳤지만 개인적으로 불행의 연속이었다. 왕자들의 잇단 죽음과 왕비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질병 등으로 괴로워했다. 당시 풍수학자인 안효례와 승원로(承元老)는 왕이 거처하는 경복궁의 터가 불길해서 그러하니 개성이나 다른 궁으로 옮길 것을 주청한다. 10년 전인 서기 1433년(세종15년)에도 풍수학자인 최양선이 경복궁 터가 명당이 아니라는 상소를 올려 조정을 뒤집어놓은 적도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왕실이나 조정에서도 세종에게 잇따라 발생하는 불행이 ‘경복궁 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문종과 단종의 단명, 세조의 개인적 불운(의경 세자의 뜻밖의 죽음과 자신의 질병), 예종의 단명 등이 이어지자 왕들은 본능적으로 경복궁을 꺼려 다른 궁에 머물고자 했다.

임진왜란으로 불탄 궁들이 차례로 복원된 반면 경복궁만큼은 270년 동안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경복궁 중건이 이뤄지지 않은 까닭은 이곳이 불길한 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선 말엽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짓지만, 이로 인한 재정 낭비는 실각의 한 원인이 되었다. 명성황후가 이곳에서 시해를 당했고, 조선은 곧 망했다.

대통령 거처 창덕궁으로 옮기자

경복궁 후원 터에 자리한 청와대

경복궁 후원인 청와대 터는 어떠했을까. 일제시대 이곳에 관저를 짓고 살았던 일본인 총독들도 거의 불우하게 생을 마감했다. 일반인들이 이곳 터의 문제점을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남산에 올라가보는 것이다. 남산 봉수대 부근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면 북악산이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다 북악산의 험석(險石)들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고, 서쪽에는 암벽으로 이루어진 우람한 인왕산이 위압적으로 서 있다. 또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 자하문 방향에서 불어오는 살기 띤 바람을 옛사람은 황천살(黃泉煞)이라 하여 경계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이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방법은 없을까. 풍수적으로는 가능하다. 현재 서울에는 경복궁 말고도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등 4개의 궁궐이 중건되었거나 복원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좋은 터는 창덕궁이다. 역사적으로 역대 임금들이 이곳에 즐겨 머물렀고, 전란이나 화재의 와중에도 조선 500년 내내 궁궐의 모습을 지켜온 곳이며, 1980년대 말까지 왕족이 거주했던 곳이다.

대통령 거처 창덕궁으로 옮기자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후원 쪽으로 가보면 북악산에서 팔각정 휴게소로 이어지는 뒷산 ‘북악 스카이웨이’가 마치 병풍을 둘러치듯 이곳을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중심을 이루는 산능선(龍)이 창덕궁까지 힘차고 위엄 있게 내려오면서 생기를 뿜어준다. 앞으로 바라보이는 남산도 다소곳한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위엄을 갖추었으되 편안한 자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곳을 어떻게 대통령 궁으로 활용할 수 있겠느냐 하겠지만 아름다움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요긴하게 쓰일 때 값을 하는 것이다. 창덕궁이 너무 넓기 때문에 일부분만 활용해도 충분하다. 경복궁 안에 박물관들이 들어서 있는 것처럼 이곳 창덕궁을 대통령의 집무실로 활용한다면 대통령뿐 아니라 국운 상승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창덕궁의 중심 건물인 ‘인정전’에서 국가의 큰 행사나 외국 사절들에 대한 접견이 이뤄지고, 후원에서는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산책하면서 나랏일을 논의하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주간동아 2005.01.04 467호 (p90~90)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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