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2004.12.09

“남성패션, 더 섹시하게”

  • 이인성/ 이화여대 섬유직물학과 교수

    입력2004-12-03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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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패션, 더 섹시하게”

    화려한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 2005 버버리 프로섬 패션쇼

    파리에서 10여년을 보낸 뒤 1990년대 후반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놀란 것은 우리나라 남성들의 옷차림이었다. 멋대가리 없던 그 남성들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는가. 세계의 멋쟁이들이 다 모였다는 파리에서도 ‘게이’나 시도할 법한 옷차림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다니.

    이제 세계 남성 패션의 중심지가 바뀌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거리에서 아직도 귀고리를 한쪽에만 한 남성들을 보면 ‘이건 아닌데’(외국에선 게이를 나타내는 표시로 생각함)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남자들이 한다고 나서면 요리 디자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얼짱 몸짱에 메트로섹슈얼 신드롬까지 맞물려 멋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귀족사회에서 남성들이 하이힐에 가발까지 쓰며 멋을 냈던 것처럼 ‘멋 내는 욕망’도 빼앗아버릴까 걱정되기도 한다 .

    케이블 채널의 리얼리티쇼 ‘싱글즈 인 서울 2-메트로섹슈얼’은 미용 패션 문화 등에 관심 많은 도시 남성을 통해 한국의 메트로섹슈얼을 부각시키고 있다. 보수적인 중년 남성 이미지를 가진 백윤식이 꽃미남 대열에 끼기 위해 ‘조인성 팩’을 하는 광고가 히트를 하고, 권상우 조인성 안정환 등 미남 스타를 내세운 남성용 화장품이 요즘 같은 경기불황에도 잘 팔리는 건 이런 현상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일단 오늘의 독자에서 트렌드에 해박한 메트로섹슈얼은 제외한다. 우리의 잠재적 메트로섹슈얼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선 남성복의 대표격인 슈트의 경우 정통 스타일의 각진 어깨, 통허리의 ‘아저씨 정장’을 벗어버리고 몸의 선을 살려주는 개성 있는 ‘오빠 정장’으로 갈아입는다.



    11월에 열린 서울컬렉션의 남성복 패션쇼의 핵심 포인트는 ‘더 섹시하게, 더 여성스럽게’였다. 배꼽까지 깊숙이 파인 V 네크로 건장한 가슴을 그대로 노출하고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정장도 안에 꼭 끼는 니트나 화려한 색상의 셔츠를 입으면 매우 세련돼 보인다.

    멋진 남성들에 대해 언급하다 보니 얼마 전 소개팅(혹은 선)으로 만났던, 나이가 들었음에도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고 나와 자신의 근육미를 자랑하던(?) 한 남성이 떠오른다. 물론 체지방이 어쩌고 하며 ‘살과의 전쟁과 근육 만들기’에 대한 대화가 오간 건 말할 것도 없다. 예전 같으면 동성 사이에서나 오갈 대화 주제가 아닌가. 이젠 남성들과 함께 몸 만들기와 쇼핑, 피부관리 등에 따르는 고충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시기가 온 듯싶다.

    “남성패션, 더 섹시하게”

    올 가을, 겨울 남성복 패션 코드는 ‘더 섹시하게, 더 여성스럽게’다. 가슴을 살짝 드러내고 스카프를 매면 남성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

    올 가을 남성 패션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가늘고 긴 스카프나 ‘풀 하우스’에서 ‘비’가 착용하던 프티 스카프를 넥타이 대신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 위에 매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감과 남성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인 메트로섹슈얼에게 최고의 아이템이다. 그러나 우리 남성들이 도쿄의 젊은 남자들처럼 눈썹을 뽑고 가늘게 그리는 것-도쿄의 길거리에서 이런 남성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까지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것도 남성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역시대적 발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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