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2004.12.09

조치훈 노장 투혼에 한국 전멸 위기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2-02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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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치훈 노장 투혼에 한국 전멸 위기
    ‘이창호 나와라!’ 기대했던 최철한 9단마저 무너지며 한국 바둑의 농심신라면배 6연속 제패에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한중일 각각 5명의 국가대표가 나와 연승(連勝)전 형식으로 바둑 최강국을 가리는 이 대회에서 지금까지 한국은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내주지 않고 5연패하며 독주를 거듭했다. 하지만 올해는 4명의 주자가 나설 때까지 최철한 9단이 단 1승만 건졌을 뿐 줄줄이 나가떨어지며 ‘철(鐵)의 수문장’ 이창호 9단만을 바라보게 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주장 이창호 9단이 중국과 일본의 대표 기사들을 번갈아 상대해 내리 5연승을 올려야만 하는데, 아무리 세계 일인자라지만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식지 않는 활화산. 예상을 깨고 일본 삼장으로 일찌감치 나선 조치훈 9단은 부산에서 이어진 2차대회 내내 가장 먼저 검토실에 나와 가장 늦게 자리를 뜨는 열정을 보였다. 마치 “관록이란 이런 것이야!”라고 말해주는 한판 같았다. 승부는 초반 우하귀 접전에서 났다. 조치훈 9단이 우하귀에서 요즘 일본 기사들이 잘 구사하는 신형 정석을 들고 나왔고 이 과정에서 치열한 머리싸움이 펼쳐졌다. 흑1을 들여다보았을 때 백2의 이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뻔한 수이지만 조치훈 9단은 이를 두고 오래 생각했다. 다음 흑1 때 백2로 막으면 흑3·5의 빈삼각이, 바로 최철한 9단이 에 센터링을 날렸을 때부터의 노림수였다. 장고 끝에 찾아낸 수는 백4. 고승들이 선문답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흑2로 응하는 것은 백9까지 ‘딱 걸린다’.

    결국 최철한 9단은 입맛을 다시며 흑5 이하로 2선을 어슬렁거리며 실리를 훑었지만, 결과는 누가 보더라도 별것 없다. 백쫔 두 곳을 선점당한 대가치고는 형편없었고 끝내 이곳에서 본 적자가 명암을 갈랐다. 노장은 죽지 않았던 것이다. 160수 끝, 백 불계승.
    조치훈 노장 투혼에 한국 전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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