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2004.12.09

민심 ‘성난 회초리’달게 맞고 다시 시작

여야 4인 180일 의정 有感 … “새 국회상 정립,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노력할 터”

  • 입력2004-12-0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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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의 씨앗인가 정쟁의 주역인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이자 특권인
    • 의정활동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열정과 의욕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러나 임기 6개월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다지 곱지 않은 것 같다. 초선의원들의 의정일지 역시 자성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 서갑원(열린우리당) 배일도(한나라당) 강기갑(민주노동당) 이승희(민주당) 의원이
    • ‘주간동아’에 ‘의정일지’를 보내왔다.
    민심 ‘성난 회초리’달게 맞고 다시 시작
    서갑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6월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내기 의원으로서 국회의원 선서를 했다. 17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 국민의 기대가 큰 국회다. 정치신인으로서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컸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자부심보다는 회한이 앞서고, 국민 앞에 엄숙하게 다짐했던 국회의원 선서가 어느덧 빛 바랜 건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을 위하는 정치, 양심과 소신에 따라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가 아니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낡은 생각에 기대는 정치, 오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잘못을 되풀이하는 정치가 여전히 국회를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서 외면받는 정치 현실을 보면서 관중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뛰는 운동선수와 동질의식을 느꼈던 것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개원 이후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당 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 법률안과 예산심사, 각종 현안에 대한 이해 조정,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까지 초선의원으로서 버거운 일이 연속적으로 밀려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리는 당 기획위원회·의정연구센터·국회 연구단체·지역구 사업 등과 관련된 회의와 행사, 모임 때문에 생체 리듬까지 변해버렸다.



    지난 6개월 경험 부족을 열정과 참신함으로 메웠다. 부단히 학습하고 혁신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편견이나 독선, 흑백논리는 없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의정활동 가운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대통령 직계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옹색한 명분에 동조하거나 현실과 타협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5월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나의 발언이나 행동이 이른바 ‘노심(盧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6월 이라크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청년 김선일의 죽음은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라크전쟁이 정당성이 없는 전쟁이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파병도 신중하게 하자는 태도였다. 그러나 냉혹한 국제 질서와 한미 관계, 그리고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결국 파병에 찬성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정체성 혼란 등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1월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시작된 국회 파행은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주었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회 파행에는 상당수의 초선의원이 주연 역을 했다는 점이다. 나 자신도 파행의 한가운데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방관자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상생(相生)이 아니라 상살(相殺) 정치에 앞장서지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흔히들 국회의원을 언급할 때 금배지라고 부른다.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에서 가끔 벌어지는 고함과 삿대질, 색깔 공세를 보면 윤흥길의 소설 ‘완장’이 그리는 풍경과 느낌이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 나 자신 또한 ‘금배지’와 ‘완장’ 사이에서 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지나 않은지 두려움이 앞선다.

    지난 6개월은 정치개혁이 일과성 조직이나 의욕만으로 되지 않으며, 끊임없는 학습과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정치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혹독한 신고식의 과정이었다.

    물론 달라진 국회 모습에서 희망의 싹도 보았다. 의원총회나 상임위에서 소신껏 발언하고 눈치 보지 않고 정책을 거침없이 내는 모습에서, 의원회관 복도 벽에 어지럽게 붙어 있는 각종 공청회 토론회 안내문에서, 늦은 밤까지 불 꺼지지 않은 의원 사무실을 보면서 밝은 내일을 보았다.

    정치라는 호수를 자정(自淨)시키는 것은 정치권의 몫만이 아닐 것이다. 국민과 언론이 관심과 질책이라는 맑은 물을 공급할 때 비로소 정화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을 부채질하거나 과장된 보도로 국민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실제 정치현장에서 느낀 아쉬움 중 하나였다.

    민심 ‘성난 회초리’달게 맞고 다시 시작
    배일도

    11월24일 국회에서 ‘의회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초선의원 대토론회’가 열려 국회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여야를 초월하여 초선의원들이 모여 국회 개혁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제기한 것은 향후 국회 개혁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다수 초선의원들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와 더불어 국민적 비판이 일기 전에 초선의원들 스스로 새로운 국회상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 대한 자기반성이 근본 배경이다.

    돌이켜보면 6개월 동안 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는 조항을 모든 의정활동의 원칙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이 헌법적 가치가 있었기에 당론 또는 다수 의견과 다른 개인 의견을 내세울 때도 떳떳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 홀로만의 소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넘어서 국회와 당 내부의 비민주적 관행이나 비합리적 제도를 바꾸기 위해 어떠한 실천을 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는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초기에는 다양한 견해가 만발했다가도 어느 사이엔가 당론이라는 이름 아래 묻혀버리는 양상이 벌어졌다. 생산적인 토론은 사라지고 당리당략이 지배하는 구태의연한 관행이 되풀이됐다. 구태정치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통렬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한편 ‘올바른 정치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 각 부문의 상호 이해와 협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언론이 정치를 왜소화하고,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키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일회적인 에피소드나 가십거리, 당내 세력관계나 권력투쟁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당리당략적이며 비민주적인 국회 운영에 가슴을 치며 분노하는 초선의원들, 그리고 거의 날마다 새벽부터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에 참석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언론이 애써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부정적인 국회상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사실 곳곳에서 무수한 대안 제시와 국정 어젠더를 놓고 토론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아마 언론이 이러한 생산적인 노력을 하는 국회의 모습에 좀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면 현재 다선 의원, 당지도부 중심의 정쟁적 행태와 당략적 이슈는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언론은 민생과 관련된 주요 의제를 정치권에 요구함으로써 시민사회와 정치권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두길 기대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과 비례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증폭된다. 정치가 그만큼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들은 이럴수록 국회와 정치의 밖에서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지난 시대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정치의 장 바깥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힘이 지배할수록 더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르고 말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국회가 갈등을 조정하고 법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는 희망을 결코 접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가 무력화되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국민들이 오히려 더 많은 요구와 압력을 가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낸 바 있는 비판적 참여정신을 잃지 말 것을 소망한다.

    초선의원으로서 아직 지혜와 역량이 모자라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반성이 일어날수록 네트워크 정치의 실현이 필수적이라는 걸 절감한다. 민생의 바닥, 생활의 정치에 민감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더 밀착된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뜻이다. 잘못된 법률이나 시행령 한 조목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존이 갈리며,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수렴하는 기능이 무력해짐으로써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가.

    각계각층의 복잡다기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요구에 가슴을 열고 귀를 열어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국회로 거듭나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된다면 초선의원으로서 크게 과를 범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민심 ‘성난 회초리’달게 맞고 다시 시작
    강기갑

    타성에 젖은 국회 관행에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한계와 분노, 절망감의 교차 시기가 지나면서 서릿발 치솟는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 깊게 뿌리내려 봄이면 더욱 왕성한 푸르름으로 솟구치는 보리를 생각하며 새로운 다짐과 인내의 덕(德)을 닦았다.

    이라크 파병 철회,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 비정규직 철폐 등 민주노동당이 내건 정치적 현안 문제는 거대 양당의 과열된 정쟁 구도 속에 묻혀 들어가며 본래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 속에서 전국 100여개 시·군 농민회의 요구와 희망을 함께 안고 들어온 초선의원이 느끼는 한계와 갈등은 비록 본 의원만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비록 가난하고 빚에 찌들어 살더라도, 낮이면 들에서 농사일하고 밤이면 사랑방에서 농민운동 엮어내며 흙내음 나는 고향산천에서 보람되게 살아왔다.

    어느 날 조직과 당의 명령에 의해 국회로 ‘삽질되어’ 들어와, 이전에는 정책적 요구자요 비판자의 신분이었다면, 이제는 정책의 입안자요 비판 대상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이전에는 농정(農政)에 대한 농민들, 그중 가장 강력한 몸덩어리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주장과 요구는 공권력에 의해 국회라는 울타리에서 차단돼왔다. 그러나 이제는 분노 섞인 농민들의 요구의 보따리를 국회에 직접 풀어놓을 수 있게 되어 기대와 다짐 역시 다부지게 다졌다.

    하지만 17대 국회 개원 순간부터 국회의장 선출 및 회의 진행, 교섭단체의 독점적 운영구조 및 비교섭단체에 대한 소외와 무시의 연속이었다. 효율적 국정감사를 위해 개선 의견을 호소해도 양당 간사 간 협의 없이는 논의 대상도 되지 않는 상임위의 운영 관행으로 답답해진 가슴을 어루만졌고, 제한된 시간에 현안 농정 문제를 시정하려 발버둥치며 국감을 마쳤지만, 우리 농업 최후의 보루인 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쌀 재협상 문제는 한시도 나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다른 의원들도 다들 이런 일로 그렇게 바쁘실까. 다른 의원들이 너무도 정확한 수치를 인용하며 조리 있게 주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러한 능력과 재능이 정녕 민생정책 개발과 주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감정적 정쟁으로 치달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결국에는 엄청난 국민적 기대와 요구를 담고 출발한 187명의 초선의원이 참여한 17대 국회가 국민들 앞에 말이 통하지 않는 막말과 야유가 난무하는 장으로 비치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요, 묘농사가 반농사라 했다. 그런데 17대 국회의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으니 앞으로 그 몇 배의 자성과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남을 탓하거나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라서는 안 될 것 같다.

    “세계의 개혁은 나로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의 국회 개혁은 나 자신부터 시작한다는 각오와 결심을 다져본다. 국회가 화합하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도, 민족통일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민족 농업을 살리는 일도 할 수 없다. 가정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국회는 국회만사성(國會萬事成)을 위한 노력이 최우선 과제라고 초선의원 한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다. 손인이기(損人利己)면 종시자해(終是自害)라는 사자소학(四字小學)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이웃(상대)을 위함이 결국 나를 위함이라는 실리의 씨를 심는 실천으로부터 국회 개혁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

    민심 ‘성난 회초리’달게 맞고 다시 시작
    이승희

    비교섭단체 초선의원으로 6개월을 보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정치학자로, 당의 전문위원으로, 청와대 정책비서관으로, 행정부의 기관장으로 비교적 경력을 잘 쌓은 의원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너무나 부족하다는 자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며 그들을 대변하는 의원직은, 교수는 물론이고 행정부의 장이 갖는 책임감이나 구실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에게 어떤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크다.

    6개월간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느낀 소감을 묻는다면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부실덩어리인 줄은 몰랐다’가 될 것이다. 총체적 부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면 암담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치권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알고 있듯이 당쟁과 당략이 가장 우선이다. 행정부·사법부·입법부라는 삼권분립의 원칙,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의 구실은 교과서에나 있다. 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거수기 노릇이 전부인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개별 헌법기관으로서의 자기 존엄과 책무를 도외시하고 이른바 당론이라는 것에 발목을 잡혀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안타깝지만 당론이 역사만큼이나 합리적이고,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어느 당보다 존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이러한 민주당 방식의 느슨한 정당 패턴은 21세기의 의회정치 변화 과정의 한 표출이라고 본다.

    20세기적 정당정치는 우리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개별로는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국회에만 들어오면 똑같아지는 이유는 바로 ‘정당정치’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이제 뼈대만 남은 정당제도가 아직도 의원들을 구속하여 정치를 형편없게 만들고 있다.

    의원들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당의원이라고 행정부를 감싸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여야 모두 행정부 견제 구실, 국민의 세금에 대한 감시자의 구실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정 전반에 합리적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정감사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한 의원이 기관당 길어야 15분이나 20분 질의로 끝내야 한다. 지적한 문제가 꼭 시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요즘은 예산심의 중인데 예산심의도 하나마나다. 이미 예산안은 다 짜 있고 고칠 수 있는 시간 여유도 없다. 현 정부에서도 정부 ‘혁신’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예산 낭비일 뿐이다. 혁신은 세미나나 워크숍으로 되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어 앞으로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텐데,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에 온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나라는 온통 과거청산이나 철 지난 이념 ‘놀이’에 휩싸여 있다.

    이런 판에 국회의원이 된 나는 3년 반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적어도 세 가지 과제는 반드시 달성하려고 한다. 첫째, 국민이 낸 세금에 대한 감시에 충실할 것이다. 둘째, 국회의원은 정당의 거수기 노릇을 거부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각자가 소신과 자기 책임 아래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투표제 도입에 앞장서겠다.

    셋째, 우리 사회가 다양화, 세분화, 전문화되어 299명의 국회의원만으로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로비스트 등록법을 만들어 로비스트를 합법화해야 국회의원들이 이해의 반영이나 조정에서 벗어나 본연의 일에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책 과제에 집중하면서 언론에 얼굴이나 이름을 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튀지 않는다, 당쟁에 끼어들지 않는다, 이것이 내 의정활동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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