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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人기행 (5) I 진감선사

참됨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 살림’

쌍계사 전신인 옥천사 창건 … 삼베 옷 입고 겨와 싸라기도 감사히 여긴 ‘청빈의 삶’

참됨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 살림’

  • 정찬주/ 소설가
참됨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 살림’

경남 하동군 쌍계사 경내

구례 화엄사에서 차의 본향인 하동 화개(花開)로 내려오면 차 시배지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개는 차 산지로서 지방 관아에 차를 만들어 바치는 차소(茶所)였다. 초의선사도 ‘동다송’에서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사오십 리나 잇따라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 차밭의 넓이로는 이보다 지나친 것을 헤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선동(仙洞) 골 밝기 전에 금당 복수(金堂 福水) 길어와서/ 오가리에 작설 넣고 참숯불로 지피어서/ 꾸신 내가 한창 날 때 지리산 삼신할매/ 허고대에 허씨할매 옥고대의 장유화상/ 칠불암에 칠왕자님 영지 못에 연화국사/ …/ 화개동천 차객들아 쌍계사에 대중들아/ 이 차 한잔 들으소서.’

차 민요에 나오는 다인들 가운데서 오늘 나그네가 만나고자 하는 다인은 진감선사다. 선사의 법호는 혜소(慧昭)인데, 스님은 774년에 금마(金馬, 익산)에서 태어나 생선장사하며 빈한한 가정을 돌보다가 부모가 돌아가신 후 “어찌 매달려 있는 박처럼 나이 들도록 지나온 자취에만 머물러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도(道)를 구하러 나선다. 애장왕 5년(804)에 세공사(歲貢使) 선단의 뱃사공이 되어 당나라로 건너가 마조의 선맥을 이은 신감(神鑑)선사의 제자가 된다. 스님은 헌덕왕 2년(810)에 숭산 소림사로 나아가 구족계를 받고 도의(道義)를 만나 함께 수행하다가 도의가 먼저 귀국하자 종남산으로 들어가 3년간 선정(禪定)을 닦는다. 이후 자각(紫閣, 중국 허난성 함곡관 밖의 지명) 네거리로 나와 짚신을 삼아 오가는 사람들에게 3년 동안 보시한 후 귀국한다. 이때가 흥덕왕 5년(830)인데, 스님은 장백사(長柏寺, 상주 남장사)에 머물다가 화개곡으로 들어가 쌍계사의 전신인 옥천사를 창건한다. 스님은 번번이 왕의 부름에 하산하지 않고 불법을 펴다가 문성왕 12년(850) 77살로 입적한다. 탑이나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유언했으나 헌강왕은 스님의 시호를 진감(眞鑒), 탑호를 대공영탑(大空靈塔)이라 하고 최치원에게 비문을 짓도록 했다.

비문에는 노래(범패)도 잘했던 선사의 가풍이 잘 나타나 있다. ‘성품은 꾸밈이 없고 말 또한 꾸며 하지 않았으며, 옷은 삼베라도 따뜻하게 여겼고 음식은 겨와 싸라기라도 달게 여겼다. 도토리와 콩을 섞은 밥에 채소 반찬은 항상 두 가지가 없었다.’

참됨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 살림’

절 초입에 있는 가장 오래된 차나무

왕의 부름 번번이 거절 … “탑 기록 남기지 말라” 유언



다인으로서 닮아야 할 청빈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비문의 다음과 같은 구절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중국차를 공양하는 사람이 있으면 돌솥에 섶으로 불을 지펴 가루로 만들지 않고 끓이면서, 나는 이것이 무슨 맛인지 알지 못하겠다. 배를 적실 뿐이다, 라고 했다. 진(眞)을 지키고 속(俗)을 거스르는 것이 모두 이러했다.’

참됨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 살림’

최치원의 비문이 음각된 진감선사비

그 옛날 중국차는 구하기 어려워 아주 진귀했을 터이다. 찻잎을 가루로 만들어 마시는 말차(末茶)였던 것 같은데, 진감선사는 말차의 번거로운 과정뿐만 아니라 “배를 적실 뿐이다”라고 말하며 맛에 탐닉하는 속(俗)을 경계하고 있다.

나그네는 국보 제47호인 진감선사탑비를 보고 나서 진감선사가 찻물로 이용했던 금당 앞의 옥천(玉泉)으로 가본다. 사미승들이 마지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돈오문(頓悟門)을 열고 있다. 문틈으로 그 옛날 진감선사의 차 살림이 엿보인다. 참됨을 지키고 속됨을 거스르는 것이 선사의 차 살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는길

화개천 좌우 골짜기마다 펼쳐진 차밭이 칠불사까지 이어져 있다.

‘차 시배지‘기념 석물은 쌍계사 옆에 있다.

쌍계사 055-883-1901




주간동아 453호 (p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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