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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사들 “학생이 무서워!”

지난해 교사 100여명, 학생·학부모 폭력에 시달려 … 총 맞고 홈페이지에 욕설 수난

  • 런던 = 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영국 교사들 “학생이 무서워!”

영국 교사들 “학생이 무서워!”

영국 한 초등학교의 음악 수업 모습.

런던 남쪽 교외에 있는 켄트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다. 폭력학생을 가르치지 않으려는 교사들과 왜 학생을 가르치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 간의 법정소송이 그것이다. 폭력을 휘두른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으로 교사 2명을 몇 차례 때려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그러나 이 학생의 부모가 교육청에 이의를 제기, 다시 이 학생이 해당 학교로 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폭력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며 “만약에 교육청이 이 학생을 가르치라고 강요한다면 쟁의행위에 들어가겠다”고 결의했다. 학부모는 왜 교사들이 교육청의 행정지시를 어기냐며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 격의 영국 상원은 교사들의 결의가 합법적이라고 판결했다. 폭력학생 1명에 대한 교육보다 그 학생을 다시 학교로 받아들일 경우 예상되는 폭력사태와 이것이 다른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폭력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 교사 상당수 충격받고 이직

영국에는 교사 체벌이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친구와 싸움을 하더라도 맞은 아이는 가만히 있고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재빨리 선생님에게 달려가 알려야 한다. 만약에 맞았다고 맞받아치면 두 학생 모두 벌을 받는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영국에서 자녀교육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영국 학교의 이런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곤 한다.

교사 체벌은 없고 서로 싸우는 학생들에 대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을 때리는 사건이 점차 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교사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폭력에 시달렸다. 3분의 2 정도는 학생이, 나머지는 학부모가 교사를 때린 경우였다. 과거에 비해 협의회에 보고된 사례도 10%가량 늘어났다. 대부분 국·공립학교에서 일어났다. 전체 학교의 10% 정도인 사립학교에는 아직 이런 사건이 드러난 예가 거의 없다. 국·공립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한번 살펴보자.



웨일스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베어링을 총알로 사용, 교사에게 총을 쏘아 교사가 중상을 입었다. 중부 요크셔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폭력적인 성향의 한 5학년 학생이 교사와 학교 급식 담당자, 교무실 직원 등 많은 교직원을 폭행했다. 햄프셔주 한 고등학교의 1학년 남학생은 웹사이트에 여교사를 욕하는 내용의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여선생님의 야한 사진도 합성해 올리고 다른 학생에게 방문을 강요했다. 이처럼 폭력 사례는 영국 전역에 걸쳐 있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 협의회에 보고된 폭력사태가 매우 심각한 경우임을 감안하면 언어폭력 등 다른 경미한 사건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하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한 교사들을 상담해주는 전용 상담전화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 교사들 “학생이 무서워!”

영국 한 중학교의 수업시간에 수학교사가 근의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위). 과학 실험을 하고 있는 중학생들.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폭력을 당한 교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충격을 받아 교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교사들의 이직이 늘고 있는 이유도 박봉뿐만 아니라 폭력사태가 중요한 이유라고 협의회는 분석하고 있다. 협의회의 이몬 오케인 사무총장은 “적은 봉급에도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근무해온 교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학생이나 학부모한테서 폭력을 당한 교사나 이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교사들이 교직을 그만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묘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정부는 몇몇 학교에서 단기적으로 비행 청소년 관리 프로그램을 시험 운영해오고 있다. 학교에서 폭력을 쓴 전례가 있거나 무단결석을 자주 하는 학생을 교사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전문상담사가 이런 학생들을 개별 면담해 가정환경이나 불만사항을 알아낸다. 이후 사회복지사가 학생의 집을 방문해 가정환경을 확인한다. 이어 담당교사와 상담사 등이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학생 지도방향을 정해 실행에 옮긴다. 학생이 무단결석할 경우 이 학생이 자주 가는 곳을 찾아가 다시 학교로 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상담사와 사회복지사를 별도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생긴다. 따라서 몇몇 학교에서 시험운영을 한 뒤 성과가 좋을 경우 이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교육청 솜방망이 처벌 ‘재발 부추겨’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는 런던 교외의 한 초등학교는 폭력행위로 제적을 당하거나 별도로 수업을 받는 사례가 절반 정도 줄었다. 폭력행위를 저지른 전례가 있거나 행동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는 학생을 뽑아 체육활동도 시키고 팀워크 훈련도 별도로 시킨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폭력 성향을 보이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 진단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학교 담당자의 이야기다.

협의회는 이런 단기적인 조치 이외에 학교와 교육청이 폭력학생과 학부모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폭력사태가 일어나도 학교가 이를 창피하게 여겨 외부에 잘 알리지 않고 내부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또 설사 이 문제가 교육청에까지 보고된다 하더라도 폭력학생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협의회는 밝히고 있다. 교육청이 이런 관대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모순된 측면과도 관련이 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영국은 고등학교 재학생 비율이 해당 연령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정부로서는 고등학교 졸업생 비율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단결석이 잦은 학생을 학교로 오게 하려다 보니 부모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자식의 무단결석을 상습적으로 방치한 몇몇 부모는 시범 케이스로 3주간 징역을 살기도 했다. 원래 벌금이나 3주 징역이 가능한데, 지난해부터 3주간 징역을 산 부모들의 사례가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이러다 보니 교육청도 폭력학생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교육정책의 우선순위가 고등학교 졸업생 비율을 높이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을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로서는 아주 못마땅한 부분이다. 폭력학생 몇 명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교사들뿐만 아니라 같은 또래의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전국교장협의회의 그웬 에반스 사무총장은 “교육청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고등학교 졸업생 비율 올리기에 급급하다” 며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선생님들이 교단을 떠나는 마당에 이런 실적 올리기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교단을 떠나는 교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주간동아 433호 (p56~57)

런던 = 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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