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3

2004.02.26

수문장 이창호 그대 있음에…

이창호 9단(흑):린 하이펑 9단(백)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2-20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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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문장 이창호 그대 있음에…

    장면도

    일 당백 이창호 9단의 선방에 힘입어 한국이 국가 대항전에서 일본 중국을 또다시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2월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최종전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이창호 9단은 일본의 가토마사오(加藤正夫) 9단과 린 하이펑(林海峰) 9단을 연파하며 우승을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농심신라면배가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다른 국가에 우승을 내주지 않고 5년 연속 제패하는 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창호 9단은 이 대회에 항상 마지막 주자로 나서 한 번도 지지 않고 9연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신예기사들로 대표진을 구성해 내보냈으나 선발 3명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부진을 보여 우승 가능성이 희박했다. 다행히 4번 타자 원성진 5단이 3연승을 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이를 발판으로 이창호 9단이 초특급 마무리를 한 것.

    이창호 9단에게 린 하이펑 9단은 각별한 기사다. 두 사람은 1991년 동양증권배 결승에서 처음 마주친 바 있다. 그때 16세인 소년 이창호는 이 거장을 만나 천신만고 끝에 3대 2로 이겨 ‘세계 최연소 챔피언’에 올랐다. 린 하이펑 9단은 ‘공포의 이중허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두텁고 끈질긴 기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기사이긴 하나 환갑을 넘긴 62세의 나이로 절정에 오른 천하무적 이창호를 상대하기에는 역시 벅찼다.

    수문장 이창호 그대 있음에…

    참고도

    백1로 덮어씌운 장면. 흑 ▲넉 점이 잡히면 끝장이다. 여기서 흑4로 바로 밀고 나가는 것은 백이 6으로 막아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 흑이 곤란하지 않느냐는 소리가 터질 무렵 흑2가 떨어졌다. 승부를 결정한 한 수였다. 이에 백1로 받는 것은 이하 흑10까지, 이 수상전은 백이 한 수 부족하다.

    할 수 없이 백3으로 이어갈 때 흑4 이하로 뚫으며 연결하자 도처에 백의 엷음이 드러났고 이 순간 승부도 끝났다. 백△의 수습도 급하지만 흑A로 붙여 끊는 노림도 눈에 밟힌다. 145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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