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1

2004.02.12

‘입소문’은 대박 보증수표

기업들 마케팅 전략 차원서 의도적 활용 … 영향력 조사·책 출간·세미나 등 연구도 활발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02-05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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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문’은 대박 보증수표

    1월29일 열린 ‘여성과 입소문 마케팅’ 세미나에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 15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흔히 특정 영화나 공연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대박’은 떼어논 당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입소문의 위력은 대단하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흥행을 기록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서편제’다. 개봉 39일 만에 영화 ‘친구’의 흥행 기록인 818만명을 깬 ‘실미도’도 27억원의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 부은 데다 인터넷을 통해 번진 입소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입소문은 우발적인 것으로 취급돼왔다. 무엇보다 내용만 좋으면 입소문을 탈 수 있다는 막연한 짐작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소극적인 인식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입소문을 내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온라인에서도 특정 제품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기업측에서도 입소문을 자극하는 이벤트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우젠클럽이나 LG전자의 1124클럽 등의 브랜드 커뮤니티는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홍보 효과를 거두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또 CJ홈쇼핑의 ‘상품평 쓰기 이벤트’도 입소문의 근원지가 돼 네티즌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상제품이 입소문 마케팅 ‘효과 커’

    실제로 입소문의 효과를 톡톡히 본 제품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도의 딤채 김치냉장고, 옥시의 옥시싹싹, 하나코비의 락앤락, 교촌치킨, 태평양의 한방화장품 설화수 등은 매출 확대에 여성 고객들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했다.



    입소문의 중심은 역시 여성. 소비재 상품 구입시 80% 이상이 여성이 결정하기 때문에 이들의 입소문은 엄청난 폭발력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마케팅 전문가 로리 모스코위츠 레플러에 따르면 여성은 자기 친구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브랜드를 추천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3배나 높다.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입소문에 부쩍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일반 광고 효과의 저하 탓이다. 광고는 갈수록 종류가 많아지고 단가도 상승하는 데 비해 그 효과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마케팅 수단의 발굴이 절실해진 것. 둘째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입소문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신적인 것보다 상품 등 물질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문화 속에서 이를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

    ‘입소문’은 대박 보증수표

    입소문의 효과를 톡톡히 본 제품들인 딤채냉장고, 락앤락, 한방화장품 설화수.

    ㈜코리아홈쇼핑의 경우 입소문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같은 가격에 광고를 줄이는 대신 상품 마진에서 광고료를 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곧 시행하는데 이 내용이 입소문을 통해 고객들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현우 DB사업팀 계장은 “상품 구입 고객의 통장에 몇 천원이라도 입금되면 100원도 아끼는 주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좀더 검증된 방식을 활용한다면 입소문 마케팅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그룹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입소문 마케팅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아직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짐작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적 입소문 땐 브랜드에 치명적

    선진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입소문을 기획·실행·관리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염성 있는 수다’로 불리는 입소문의 실체와 역할, 그 흐름 과정을 다각도로 분석해 처음으로 체계화를 시도했던 마케팅 전문가 엠마뉴엘 로젠은 핫메일(hotmail)이 광고 없이 단숨에 수천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이유, 미국의 저예산 독립영화 ‘블레어 위치’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 과학자의 칩 오류 지적을 무시한 인텔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이유 등이 바로 입소문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월29일 열린 ‘여성과 입소문 마케팅’ 세미나에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 150여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마케팅 관련 실무자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인 ‘마케팅공화국’(www.m-republic. org)이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인터넷업체 아줌마닷컴(대표 황인영)이 입소문과 관련된 조사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줌마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정생활용품 등 77개 부문 579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입소문 영향력 조사’에서 김치냉장고 휴대전화 보관밀폐용품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은 입소문 마케팅이 매우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입소문 효과는 제품의 질과 환경이나 사회공헌 등 공익적인 메시지를 띨수록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1차 온라인 조사(4073명)와 2차 면접조사(504명)를 통해 드러났다.

    아줌마닷컴의 지난해 6월 조사에서도 여성들은 제품 구매결정시 ‘주변 의견이나 소문’(48%)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답해 TV·라디오(24%), 인터넷 광고(10%), 신문·잡지(9%)를 크게 앞질렀다. ‘엄마를 잡아라’의 저자 마리아 베일리에 따르면 미국 어머니들도 제품을 써본 사람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80%)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황인영 대표는 “입소문은 오프라인의 경우 1인당 18.9명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인터넷 1인 뉴스 체제인 블로그(Blog)의 경우 1인당 50~200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블로그가 입소문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입소문 마케팅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는 정재윤 마케팅공화국 대표는 “불황기에도 잘 팔리는 상품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입소문의 메커니즘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여성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은 매출 향상을 위한 액셀러레이터와 같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로 부정적 입소문은 브랜드의 성장을 멈추게 할 만큼 강력한 급브레이크 구실도 한다.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거나 인터넷상에서 거짓된 정보를 무작위로 소문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국내 많은 기업이 입소문을 본격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하기를 꺼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의 핵심은 자발적으로 소문낼 의사가 있는 소문의 출발점(seeder)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황대표는 “입소문을 뒷받침할 좋은 품질과 서비스, 관계자들의 열정이 뒷받침된다면 미개척지인 입소문 마케팅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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