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1

..

네안데르탈인 인간 조상 아니다?

美 하바티 박사 두개골·안면 모습 3차원 분석 … 크로마뇽인과의 결혼설은 아직 유효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입력2004-02-05 13:4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네안데르탈인 인간 조상 아니다?

    현생인류는 여러 고대 인류의 특징을 이어받은 것인가, 아니면 단 한 종의 순수한 진화 계통만을 따른 것인가. 그림은 인류 진화의 개념도.

    중학교 사회 과목 중간고사 문제 중 하나.

    ‘다음은 인류의 진화과정이다. 괄호 안에 알맞은 단어를 쓰시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북경원인, 자바인-( )-크로마뇽인’

    과연 과학자들은 이 문제의 정답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만약 학생이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적어넣었다면, 파란색 세모표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이유는 현재까지 정답이 ‘잘 모르겠다’이기 때문이다.

    1월26일 미 국립과학학술원회지(PNAS·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는 인상적인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 뉴욕대학 캐터리나 하바티 박사는 이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인간과는 별개의 종이며, 인간 진화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바티 박사는 또 현생인류와 원숭이 침팬지 등 1000개의 유인원 두개골 중 15개를 골라 이들의 두개골 형상과 안면 모습 등을 3차원으로 분석했는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지어 침팬지나 고릴라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인간에 더욱 가까운 종으로 분석됐다는 것.

    “현생인류와 판이, 별개의 종”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인간과 다르다는 과학적 사실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 인간 조상 아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호모사피엔스 두개골 화석(왼쪽). 두개골을 토대로 복원한 최초의 현생인류.

    이 발표대로라면 네안데르탈인은 완전히 인간 족보에서 밀려난다. 또한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의 직계조상인가 아닌가를 두고 학계에서 벌여온 논란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는 셈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발견이 원시인류 연구의 장을 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네안데르탈인의 정체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된 것은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근처의 네안데르 골짜기에서였다. 당시 채석장 일꾼들이 암반에서 사람 뼈 몇 개를 파냈고, 이를 수학교사 J C 풀로트에게 가져다줬다. 그 결과 이 뼈가 사람과 유인원의 뼈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30만~40만년 전에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원시인 화석의 첫 번째 발견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후 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1868년), 자바원인(1891년), 북경원인(1907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1924년)가 차례대로 발견되면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북경원인, 자바원인(호모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호모사피엔스)이라는 계보를 형성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류 조상의 자격으로 각종 자연사 전시장에 북경원인의 두개골과 함께 나란히 전시됐다. 1990년대까지 중등교육을 받은 성인이라면(그러나 과학뉴스에는 관심이 없는), 지금도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조상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정도다.

    네안데르탈인 인간 조상 아니다?

    여러 자료를 토대로 복원한 네안데르탈인의 모습.

    이처럼 인류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켜온 네안데르탈인이 이젠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젯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이 동시대에 존재했다는 화석의 증거들이 포착되면서, 북경원인-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결정적인 흠집이 생긴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나타난 것은 1997년에 이르러서다.

    정체 알 수 없는 ‘문젯거리’로 전락

    뮌헨대학 연구진은 1997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현생인류의 것과 비교한 결과 구조가 상이하다고 발표해 네안데르탈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 2000년 3월에는 영국 그래스고우 대학의 윌리엄 구드윈 박사가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인간이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구드윈 박사는 이 논문에서 러시아 남부에서 발견된 2만9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유아의 갈비뼈에서 추출한 DNA가 현 인류의 DNA와 연결점이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네안데르탈인의 비인간론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특히 그는 유아에서 추출한 DNA가 1856년 독일의 펠도퍼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얻은 유전정보와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다양성이 낮은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의 유전적 진화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즉 하나가 아닌 것으로 나왔으니, 모두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비밀은 모두 풀렸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을 인류의 역사에서 밀어내기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포르투갈의 과학자인 자오질라오 박사가 제기한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 간의 결혼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8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견된 두개골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간 교배의 흔적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인간화석은 턱과 치아배열은 호모사피엔스를, 대퇴부와 경골은 네안데르탈인을 빼닮은 전형적인 혼혈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자연도태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일 뿐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의 직계조상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특히 도구를 쓸 줄 알고 불을 다루는 명민한 동물이 순식간에 절멸했다는 설보다는 이종간 결합으로 희석됐다는 쪽이 훨씬 설득력을 가진다. 이 때문에 이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번 하바티 박사의 발표로 인해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 누구도 인류의 진화 계보를 자신 있게 단언할 수는 없다.

    인간진화라는 커다란 조각그림 맞추기 상자에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조각이 들어 있다. 이 조각은 이 그림을 완성할 중요한 열쇠일까, 아니면 잘못 끼워진 조각에 불과할까. 과연 네안데르탈인의 비밀은 무엇인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