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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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우리당 “노란색은 우리가 원조”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4-02-04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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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우리당  “노란색은 우리가 원조”

    노란색 점퍼를 입은 정동영 의장(왼쪽)과 한화갑 의원. 한의원 점퍼에 붙어 있는‘리복’ 상표가 눈에 띈다.

    정가에 때아닌 ‘황색 전쟁’이 한창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한목소리로 자신들의 상징색이 노란색이라며 원조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

    2월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은 한화갑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검찰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당원들 간의 몸싸움으로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다. 그런데 눈길을 끈 것은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들이 착용한 조끼의 색깔. ‘노무현 정동영 경선자금도 수사하라’는 구호가 적힌 조끼의 색깔은 온통 노란색이었다. 조대표도 노란색 목도리를 둘렀고 당사에서 농성 중인 한의원도 노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이를 본 국민이라면 우리당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이날 민주당사는 노란색의 물결을 이뤘다.

    같은 날 우리당 홈페이지에는 별난 사진 하나가 실렸다. 농성 중인 한의원이 입고 있는 점퍼에 ‘리복’이라는 영국 국적 상표와 영국 국기가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오른쪽)이었다. ‘우리당 점퍼는 남대문시장 표인데 민주당 점퍼는 영국 국기가 명확하게 그려진 영국산 외제 리복 점퍼’라는 사진설명도 달려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농성 중인 한의원이 한 국내 업체가 보내온 노란색 점퍼의 샘플을 입었던 것으로 안다”며 “외국산 점퍼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두 당이 노란색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데는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란색은 중용과 화합을 상징하는 색으로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평화민주당을 창당할 때부터 당시 야당을 대표하는 색이었다”며 “DJ정신을 이은 정당으로 민주당만이 노란색의 정통 계승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며칠 전부터 노란색을 전면적으로 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한의원의 체포를 막는 투쟁을 벌이면서 동시에 ‘노란색 되찾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점퍼 제조업체로부터 각종 노란색 점퍼의 샘플을 받아놓고 중앙당 당직자와 지구당 가운데 필요로 하는 곳을 대상으로 노란색 점퍼를 구입해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당도 노란색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다. 한 당직자는 “지난해 10월 창당을 준비하면서 백지상태에서 신당에 걸맞은 참신한 상징색으로 무슨 색을 택할까 고민을 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의 파란색, 민주당의 초록색과 비교해 확실히 주목을 끌 색은 노란색밖에 없다고 판단, 당의 로고 등을 모두 노란색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란색이 DJ의 계승자라는 의미도 있고 지난 대선 때 노풍을 주도한 노사모의 상징색이기도 해 여러 가지 의미에서 노란색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황색 전쟁’은 일단 우리당이 주도권을 쥔 가운데 뒤늦게 민주당이 반격을 가하는 형세로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난데없는 점퍼의 ‘국적 논쟁’까지 벌어진 것. 지역적, 계층적 지지기반이 겹치는 두 정당의 영토 싸움은 상징색 쟁탈전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누가 이길까. 그 결과와 관계없이 4월 대한민국 거리는 노란 점퍼를 입은 정치인들로 북적거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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