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2

2003.05.01

경남상고, 노대통령 덕 봤네!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04-24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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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모교는 ‘부산상고’다. 하지만 내년부터 어쩌면 이 교명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산상고가 인문고교로 전환할 예정이기 때문. 부산상고의 인문고 전환은 오랜 숙원사업. 3~4년 전부터 동창회를 중심으로 인문고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부산교육청에 여러 차례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요구는 번번이 좌절됐다. 공식적인 이유는 교원수급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부산상고 동창회는 전남제일고로 전환한 목포상고와 마산용마고로 바뀐 마산상고의 예를 들어 꾸준히 교육청 관계자를 설득했고 마침내 ‘인문고 전환 긍정검토’ 여론을 이끌어냈다. 빠르면 내년 3월부터 부산상고는 인문계 고교로 전환해 신입생을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부지리’를 차지한 학교가 있다. 부산상고와 쌍벽을 이루는 부산의 명문 상업고 경남상고가 그 주인공. 경남상고 역시 몇 년 전부터 인문고 전환을 요구해왔지만 교육청이 인문고로 전환할 때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해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부산상고의 인문고 전환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면서 형평성 차원에서 경남상고의 인문고 전환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 부산상고 재경동창회 한 관계자는 “솔직히 동문인 노무현 대통령 덕을 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산상고의 인문고 전환 요구가 타당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우리 모교가 인문고가 되면서 덕을 본 곳은 경남상고”라고 말했다. 그는 “두 학교가 인문고로 전환하면서 나머지 실업계 고교들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경남상고는 부산상고 동창회의 이런 주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경남상고 동창회는 “조건이 됐으니 인문고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인문고 전환을 요구한 것은 우리가 먼저였고 그 노력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옳든 부산의 명문 상업고 두 곳의 숙원 해결은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의 겹경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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