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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삼성’ 긴장관계 놓인 까닭은…

SK “최회장 관련 헛소문 삼성이 유포” 의심 … “검찰 수사도 왜 우리만”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SK와 삼성’ 긴장관계 놓인 까닭은…

‘SK와 삼성’ 긴장관계 놓인 까닭은…

2월22일 구속된 최태원 SK회장.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와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3월3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서울지법 309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과 최회장 변호인측은 분식회계 규모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추산한 분식회계 규모는 회계 기준의 모호성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을 바라보는 재계의 분위기는 ‘긴장감’ 그 자체다. 부당한 부의 세습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던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그룹 지배권 확보 관행에 검찰이 처음으로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판결 결과에 따라서는 비슷한 수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지적을 받는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SK그룹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검찰 기소대로라면 최회장은 배임 규모가 800억원에 불과하지만 LG그룹은 8000억원, 삼성그룹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삼성과 SK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미묘한’ 긴장 분위기. 최회장 구속 이후 SK 일각에서 “삼성의 로비력에 새삼 놀랐다. 이런 삼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SK 관계자들은 “삼성이 ‘최회장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SK 관계자들은 특히 삼성이 최회장과 모 연예인의 염문설을 집중적으로 퍼뜨리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회장 구속 이후 시중에는 “SK 사건이 불거진 것은 최회장과 모 탤런트의 염문이 한 계기가 됐다” “최회장이 검찰에서 혐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것은 검찰이 최회장의 이런 사생활을 약점 잡았기 때문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태.

최회장과 모 탤런트의 염문설은 최회장 구속 이전부터 증권가 ‘정보지’에 심심찮게 올라왔던 내용이다. SK 관계자들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최회장에게 보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회장 본인은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도 그런 소문이 화제에 오를 때가 많은데 매번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정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SK측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삼성측의 ‘장난’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지어 SK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생활설계사들을 동원해 강남 일대 미용실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이런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도 최회장의 사생활 관련 소문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경쟁업종도 없는데 그럴 이유 있나”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SK측과 경쟁업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우 SK텔레콤에 이동통신 장비 등을 납품해야 하는 입장이라 SK에 잘 보여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얘기를 퍼뜨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고 최종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최회장 구속 이후 편법 상속·증여 의혹이 일었던 삼성과 LG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것도 SK측을 ‘자극’했다. SK 관계자들은 “당시 검찰 안팎에서 ‘형평성 문제 때문에라도 이들 그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음에도 실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벌 수사 속도조절론’ 외에도 삼성그룹의 ‘작용’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SK 관계자들의 이런 시각은 상당부분 ‘피해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평가. 서울지검 관계자는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재벌 기업에 대한 수사를 ‘유예’한 것이 ‘결과적으로’ 특정 그룹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겠지만 특정 그룹의 ‘로비’로 수사가 확대되지 않았다는 시각 자체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SK와 삼성’ 긴장관계 놓인 까닭은…

최근 SK 쇼크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SK㈜의 정기 주주총회가 3월1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황두열 SK주식회사 부회장이 소액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실제 최회장이 혐의 사실을 순순히 시인한 것은 사생활 약점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찰이 확보한 완벽한 ‘물증’ 때문이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K 관계자들도 “검찰이 최태원 회장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SK글로벌 분식회계 실태 및 처리 방안을 담은 문건을 확보했기 때문에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툼의 여지가 없었다”고 시인했다.

SK 관계자들은 “그 문건은 분식회계가 최종현 회장 때부터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98년 최종현 회장 타계 직후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된 그 문건은 최종현 회장 시절 미처 처리하지 못한 현안을 정리해놓은 것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 최태원 회장은 이후 일본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에 SK텔레콤 지분을 처분, 그룹의 부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이었으나 지분 매각 자체가 무산되면서 이마저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한편 창립 50주년(4월8일)을 앞두고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SK그룹은 이를 수습하느라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태. 특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보려 해도 현재로선 묘안이 없는 상태. 이런 상태에서 최회장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당분간 보석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최회장 구속 사태가 SK그룹 계열사들에게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지시’가 과거보다 훨씬 더 먹혀들기 힘들게 됐다는 의미다. 각 계열사 경영진이 자칫하다간 자신들도 배임 혐의를 덮어쓸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에게는 검찰의 칼날도 칼날이지만 그보다는 소액주주 등 주주들의 감시 눈길이 더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SK㈜의 분위기는 그룹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 초 당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뒷말을 낳으며 선경으로 인수된 후 20여년 동안 SK그룹 다른 계열사를 도와주기만 했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 SK㈜ 노조 관계자는 “98년 명예퇴직을 통해 1000여명을 내보내놓고는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SK㈜에 손해를 끼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 계열사들 몸 낮추는 기색 역력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이 SK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직후 SK㈜가 “당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SK㈜는 3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SK㈜가 대주주로서 SK글로벌의 증자에 참여하거나 채권의 출자전환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SK㈜가 SK글로벌에 대해 갖고 있는 상거래채권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사실 그동안 그룹과 SK㈜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전언. 과거 유공 출신 최고 경영자들이 그룹의 지나친 ‘요구’를 가능한 한 무시하려 했고, 이에 대해 최태원 회장 ‘친위부대’들은 집중적으로 견제했다는 것. 97년 12월 취임한 남창우 사장이나 2000년 12월 취임한 유승렬 사장이 1년 정도 재임하다 회사를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후문. SK㈜ 관계자는 “이번에 최태원 회장과 함께 구속된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이 지난해 2월 SK㈜ 사장을 겸임하자 SK㈜ 내부에서는 ‘비(非)유공 출신인 그로 하여금 SK㈜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간동아 379호 (p42~43)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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