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9

2003.04.10

“월계관을 나의 아들에게”

  • 최원창/ 굿데이신문 종합스포츠부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3-04-02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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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계관을 나의 아들에게”
    ‘이봉주 주니어에게 월계관을….’‘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3·삼성전자)가 자신의 2세 이우석에게 월계관을 씌워주기 위해 또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2월21일 첫 아들을 얻은 이봉주는 이미 지난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대회 2연패를 거둘 때부터 다음달 13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의 월계관을 2세에게 씌워주기로 마음을 다져왔다.

    4월4일 결전의 장소인 런던으로 향할 이봉주는 3월3일부터 3주일간 실시한 중국 쿤밍에서의 고지대 적응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내며 자신의 한국기록 경신(2시간7분20초·2000년 도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25일 귀국한 이봉주는 현재 휴식도 잊은 채 충남 보령에 마무리 훈련 캠프를 차리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평탄한 코스와 두둑한 상금으로 해마다 초호화 출전선수를 자랑하는 런던마라톤은 올 시즌도 이봉주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총집결했다. 지난해 챔프인 할리드 하누치(미국·2시간5분38초)를 비롯해 폴 테르카트(케냐·2시간5분48초), ‘우승 제조기’ 게자헹 아베라(에티오피아·2시간7분54초) 등 철각들이 다시 스피드 경쟁을 벌인다.

    큰 대회를 수없이 치러낸 이봉주지만 이번 런던마라톤에 임하는 각오는 자못 비장하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후배 지영준(22·코오롱)에게 선배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3년 만의 한국신기록 달성이 절실하다. 지영준은 3월16일 열린 동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3초를 기록, 지난해 11월 중앙마라톤 이후 두 차례 연속 10분대 벽을 깨며 한국 마라톤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부담감에 억눌린 이봉주지만 가족의 따뜻한 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힘이 된다. 그는 그동안 가족과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2001년 4월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마라톤대회를 제패한 뒤에는 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아버님께 눈물의 월계관을 헌상했다. 1년 뒤인 지난해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북한의 함봉실과 함께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며 따낸 남북화합의 상징인 월계관을 사랑하는 아내 김미순씨에게 바쳤다.

    이번 대회 월계관을 아들에게 씌워주기로 한 이봉주는 그 어느 때보다 태극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있다. ‘가족애’에 힘입어 이봉주가 런던마라톤에서 자신의 한국기록을 깨고 오는 세계선수권에서 지난해 4월 미국의 칼리드 카누치가 세운 2시간5분38초의 세계신기록마저 갈아치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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