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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약분업 해법 찾기 생방송 토론회 하자”

김재정 의협 회장 … “3년 임기 내내 감옥 갈 각오, 관료들은 믿을 수 없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의약분업 해법 찾기 생방송 토론회 하자”

“의약분업 해법 찾기 생방송 토론회 하자”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의사파업을 주도했던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63)이 3월14일 5명의 후보를 누르고 제33대 의협 회장에 재선됐다.

의료계에서는 김 신임회장의 재당선을 신상진 현 회장의 ‘미온적’ 대(對)정부 투쟁에 대한 반발로 해석한다. 의약분업 철폐를 위한 투쟁의 강도가 회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뜻. 2000년 의사파업 당시 검찰에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던 그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의약분업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3년 임기 내내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다”고 비장한 심정을 토로했다. 의협 회장으로 복귀한 김 신임회장에게 ‘싸움닭’ ‘투사’라는 닉네임이 붙은 이유도 바로 이런 강성 이미지 때문. 그는 인터뷰 내내 정부의 의약정책 관련 관료들을 ‘쓰레기’로, 의약분업 파트너인 약사를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직업인’으로 표현함으로써 다가올 의료계의 투쟁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거짓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정부 관료와는 대화할 수 없다”며 의약분업 해법을 찾기 위한 대통령과의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약분업에 대한 토론은 검찰개혁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라는 게 김 신임회장의 생각. 5월1일 정식 회장 취임을 앞둔 그를 만나 의약분업에 대한 소신과 의협의 진로에 대해 들었다.

“조제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

-관료들은 내심 후보 중 김 신임회장이 당선되기를 바랐다는 소문이 있다.

“금시초문이다. 낯이 익어서 그런가. 하지만 현재로선 의사들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고 의사들에게 현상금까지 붙인 ‘쓰레기’ 같은 관료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그들이 지금껏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나.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은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을 강행한 ‘돼먹지 못한’ 시민단체와 관료, 국회의 합작품이고 그 한가운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 법조계 개혁을 위해 대통령과 검사들이 대화한 것처럼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의약분업에 대해 국민 앞에서 직접 심판을 받자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아무리 뛰어난 논객이라 해도 충분히 설득할 자신이 있다. 생방송 직접 토론과 의약분업 재평가위원회 설치를 의협 차원에서 청와대에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올바른 의약분업은 도대체 어떤 형태인가.

“(사견임을 전제로)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선택분업(임의분업·의사가 처방도 하고 약도 직접 팔 것인지 처방전만을 써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형태)이 가장 올바른 의약분업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선택분업을 하면 의사의 진료권과 처방권을 지키면서 의약분업의 취지를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의사의 고유 권한인 조제권도 확실히 보호된다. 약사는 단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고르고, 그것을 팔아 마진을 챙기는 ‘약제사’일 뿐이다. 약사라는 직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직종이다. 실제 일본의 약사법은 약에 관한 법일 뿐 약사에 대한 지위를 규정하는 법은 따로 없다.”

-정부는 약사의 대체조제를 허용할 방침인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조제권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다. 약사라는 직업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처럼 약제사의 기능에 그쳐야지 조제까지 해서는 안 된다. 대체조제가 무엇인가. 의사가 처방해놓은 약을 약사가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는 것 아닌가. 의사가 할 일을 약사가 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현재도 많은 약사들이 당국의 감독 소홀을 틈타 의약분업 상태에서도 임의조제를 하고 있다. 선택분업을 하면 병원에서는 전문의약품을 팔고, 일반의약품은 슈퍼마켓에서 팔게 된다. 미국과 일본을 보라. 진통제나 소염제 같은 것은 모두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다. 슈퍼마켓과 약국이 붙어 있는 곳도 많다. 약사는 약 판매에 따른 마진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의약분업 해법 찾기 생방송 토론회 하자”

회장 선거 후 허리 디스크로 입원한 김재정씨.



-대한약사회와 정부는 4년제인 약대를 6년제로 바꿀 예정이다. 그에 대한 입장은?

“약대 6년제는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초래할 뿐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의약분업으로 동네 약사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데, 의사들은 어떤가.

“사실 의약분업 이전 차흥봉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의 약가 마진을 30.7%나 삭감했지만 의약분업 이후 이는 얼마간 보전이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료일수 제한, 각 과별 수가 차등 등 갖가지 이유로 의사들의 수입은 예전보다 30% 이상 줄었다. 의료재정 파탄으로 인한 부담을 결국 의사에게 모두 전가한 셈이다. 반면 약국은 조제료 신설 등으로 나빠질 이유가 없다. 약사들이 2000년 의료대란 때 왜 그렇게 조용했겠는가. 약사들이 잘못된 의약분업에 항의하는 것을 보았는가.”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에 대해 성분명 처방을 허용한다는데….

“성분명 처방(처방전에 약 상품명이 아닌 성분을 적는 것으로, 약사가 같은 성분의 약 중에서 하나를 골라주는 제도)을 허용하는 것은 의사에게서 처방권과 조제권을 빼앗아가는 ‘폭거’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분명이 같은 의약품도 그 원료와 생산지, 제조기술이 다 다른데 어떻게 약효와 부작용이 똑같다고 볼 수 있는가. 심지어 약을 싸는 외용포장도 환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성분명이 같다고 아무 약이나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리지널 약과 같은 성분의 저가 카피약(복사약)들은 제약품 원료 수입 원산지 표시도 없다. 식품에도 있는 원산지 표시가 약에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또 오리지널 약은 나온 지가 오래됐기 때문에 특허 기간 동안 약효가 많이 향상됐다고 봐야 한다.”

-의협이 반대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김장관은 전국구 의원이 되기 전 대한간호협회 회장 재임 시절부터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뒤 의료정책에 관해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흔들린 게 사실이다. 어쨌든 김장관이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처방전 2매 발행 등을 의협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대로 추진한다면 2000년 의사파업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나는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임기 3년 동안 언제든지 감옥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김 신임회장이 신상진 현 회장보다 투쟁에 더 미온적일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잘못 알려진 것이다. 2000년 당시 의사파업을 중단한 것을 보고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인데 당시의 파업 중단은 의협 내의 의사총회와 대의원회의의 결정에 따른 것이지 내가 단독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 나를 투쟁가로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회원인 의사들이며 회원들의 분노는 곧 나의 분노다. 만약 더 이상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갑작스럽게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한 이유는?

“회장 선거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렇다(웃음). 하지만 완벽하게 치료해서 의협 활동에 전혀 지장이 안 되도록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3.04.03 378호 (p46~4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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