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8

2003.04.03

끈끈한 韓·美 관계 복원될까

북핵 등 갈등 해결 방미 준비 박차 … 美의회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 한달 넘게 통과 안 돼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3-26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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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끈한 韓·美 관계 복원될까

    노무현 대통령이 2월25일 청와대에서 파월 미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외교 분야만을 놓고 보자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한미관계의 복원 여부다. 특히 5월 초로 예상되는 노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그동안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여왔던 한미관계가 어느 수준까지 복원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 의회 일부에서 노대통령 취임을 맞아 추진해온 취임 축하 결의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사추세츠 출신의 마이클 카푸아노 민주당 의원 등 공화, 민주 양당 하원의원 12명으로 구성된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as)’가 중심이 돼 의회에 제출한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은 대통령 취임 한 달이 넘도록 아직까지 의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노대통령 취임을 앞둔 2월12일 제출된 이 결의안은 △미 의회는 노대통령의 취임이 한국 국민들에게 중대한 계기인 동시에 한미 간의 우의와 협력관계를 확대, 심화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노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따뜻하게 환영하며 △노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에게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보낸다는 3개 항의 의례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미 의회 관계자들이 한국 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 민주당 마이클 카푸아노 의원과 공화당 비토 포셀라 의원이 함께 이끌고 있는 ‘코리아 코커스’는 △한국인들의 민주주의 완성 △공동 안보를 위한 한국과의 관계 강화 △한국 교민들과 관련한 의회 정책 수립 등을 목표로 하는 의원 협의체다.

    그러나 특별한 내용을 담은 법안 등과 달리 의회에서 논란을 빚을 만한 내용이 전혀 없어 쉽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던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이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은 데 대해 미 의회 주변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미 의회 주변인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한미 간의 미묘한 기류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에 대한)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의 이견으로 인해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주미대사를 지냈던 한 인사도 “법안(bill)이 아닌 결의안(resolution)의 경우 특별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지 않는 것이 미 의회의 관례”라고 말했다.

    이라크전 파병으로 한미공조 회복 시도



    청와대나 외교부측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의회 결의안의 특성상 개별적으로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어서 미 하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줄 때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다른 형식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 같다. 빨리 통과시켜주면 좋겠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노대통령 취임 전날인 2월24일 취임 축하 결의안이 제출될 것이라는 보고가 워싱턴으로부터 들어온 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마이클 카푸아노 의원측의 앨리슨 언론담당관은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은 채 “결의안이 위원회에 계류중(in the committee)”이라고만 설명했고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태소위원회 관계자는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이 노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기에 맞춰 연기된 상태”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는 노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별도의 정상회담 준비팀을 설치해 방미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라크전 파병 방침을 밝히며 한미공조 회복을 시도해온 노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담판’까지도 불사해야 할 형편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이런 상황이 노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맞닥뜨린 한미관계의 현실. 노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을 둘러싸고 미 의회가 노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응원의 목소리를 낼지, 우려의 목소리를 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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