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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노무현 정부 한 달

국정 코드는 386에 맞춰져 있다

‘송년회 8인방’ 영향력 행사說 … 권력서 소외 여권 구주류 본격 견제 움직임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국정 코드는 386에 맞춰져 있다

국정 코드는 386에 맞춰져 있다

당선자 시절 노타이 차림으로 제주도에서 정국 구상중인 노무현 대통령.노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는 ‘형식파괴’ 성격을 띠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주변에선 요즘 ‘송년회 8인방’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인 2002년 12월 말 노무현 당선자는 서울 명륜동 자택에 측근 10명을 초청해 송년회를 한 적이 있었다. 노당선자를 도와 대선을 승리로 이끈 노고를 노당선자가 위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당시 ‘개국공신’으로 꼽힌 노당선자 주변 사람들이 수십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10명만 초청됐으니 여권 인사들의 주목을 끌 만했다.

10명 중 두 사람을 뺀 8명은 노당선자의 전·현직 보좌관을 지낸 386 측근들이었다. 한 참석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으며 대선과정의 비공개 일화들도 많이 거론됐다. 대통령(당선자) 앞에서 맞담배 피우기는 이날 첫선을 보였다.

특검 통과·인사개혁 등 盧心과 일치

공교롭게 자택에 초청받은 8인방 대부분은 청와대에 입성했거나 노무현 정권의 막후 실세로 거론되고 있다. 정권 출범 이후 노대통령의 권력운용 과정에서 386 측근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권 내 견제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생산된 루머라는 시각도 많지만 일부 사례나 정황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2003년 2월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강당에서 노당선자의 외동딸 정연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노당선자의 386 측근들도 상당수 초청됐다. 이 자리엔 김두관 전 남해군수도 참석했다. 김 전 군수가 식장 앞을 지날 때 한 386 측근은 “저 사람은 앞으로 크게 쓸 거야. 행정자치부 장관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당시 김 전 군수는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거명되는 많은 후보 중 한 사람일 뿐이었다. 2월 말 조각 때 실제로 김 전 군수가 행정자치부 장관에 임명되자 언론은 이를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파격인사’로 보도했다. 결혼식 당시에 이미 노당선자의 일부 386 측근들은 노당선자의 청와대 및 내각 조각의 밑그림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물론 신주류로 통하는 실세들도 ‘자기 사람’을 거의 청와대에 입성시키지 못했다. 민주당 실·국장들도 인선에서 소외됐다는 감정을 갖고 있다. 청와대에 입성한 정치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직제상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비서진의 수장 3명 중 한 사람이지만 그는 ‘혈혈단신’이라는 평이다. 문실장 직속의 국정상황실장, 총무팀장은 노대통령의 직속 측근인 이광재, 최도술씨가 맡았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는 노대통령 국정운영 능력의 첫번째 시험대였다. 노대통령은 민주당의 조건부 거부권행사 당론도 물리치고, 국무위원들의 견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특검을 수용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명분은 ‘야당과 믿음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특검법안 완화를 놓고 민주당과 재협상해야 한다”며 한발 뺐다. 이는 민주당을 더욱 화나게 하는 일이었다. 정대철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원내총무가 협상에 나서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전화를 걸어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특검법안 통과로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신주류와 구주류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국정 코드는 386에 맞춰져 있다

노무현 정부의 국무회의 모습.노대통령과 함께 한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왼쪽부터)

더 주목할 만한 일은 특검 통과는 노대통령 386 측근들의 작품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이다. 2월 중순 민주당에서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질 때 실제로 노당선자의 한 386 측근은 ‘특검 수용론’을 강하게 설파하고 다녔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대통령 주변의 386세력이 하자는 대로 결국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최근 386 측근의 처신 문제가 당내에서 제기됐다. 386 핵심참모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당내 특검법 반대론자를 향해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맹공했다. 그러자 당내 실·국장과 구주류 이훈평 의원 등이 나서 “안모가 노대통령의 측근 실세라고 하던데…”라며 안 부국장을 집중 성토했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은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386 측근이 급부상했다는 방증이라는 게 당내 일부의 시각이다.

노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장관, 그리고 측근들은 국정운영의 기존 형식을 파괴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총련 합법화 언급, 검찰 공안부 폐지 언급, 검찰 기수 파괴, 검찰 상층부 불신 언급, 비육사 출신 국방장관 임명, 군 기수 파괴 언급, 40대 진보적 장관 대거 기용, 외교통상부 기수 파괴 논란, 국가정보원 정치정보 보고 폐지, 경찰 출신 경호실장 임명, 1급 공무원 일괄 사표, 평등을 강조한 취재시스템 변화, 재벌개혁 언급, 수평적 한미관계 추구 언급, 대통령의 여야 정치인 면담 상설화, 사회 주류층의 양보 언급 등이 있다.

‘젊음’ ‘주류에 대한 개혁’ ‘이념적 개방’ 등 지향점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러한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흐름은 노대통령과 그의 오랜 386 측근들의 경력이나 의식과 일맥상통한다는 평이다.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최근 “대통령 측근 비리를 조사중”이라며 측근들에게 처신을 신중히 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386 측근에게도 브레이크를 걸 힘이 문수석에게 있다는 얘기다. 민주화 운동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문수석 중심의 부산인맥’과 ‘386 측근 그룹’은 노대통령의 국정을 이끄는 두 바퀴로 비치고 있다.





주간동아 2003.04.03 378호 (p42~43)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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