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1

2003.02.06

“외국인학교가 만병통치약인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3-01-30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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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학교가 만병통치약인가”

    서울 프랑스학교의 유도 수업 모습.

    2002년 12월31일 입법예고하고, 3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외국인학교 설립운영규정’에 대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상임공동대표 윤지희·이하 교육연대)가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발표한 ‘외국인학교 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일정 자격요건(자본금, 외국정부의 추천)을 갖춘 내국법인도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한국인의 입학 허용기준이 해외 거주 5년 이상에서 3년으로 완화된다. 또 주당 2시간 이상 한국어 및 한국문화 관련 교과과정을 이수하면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즉 외국인학교 졸업생이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도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연대측은 통상 입법예고안이 나오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방법과 기간을 예시해야 함에도 이번 ‘외국인학교 설립운영규정안’의 입법예고 과정에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며 법적·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했다. 윤지희 대표는 “교사·학부모 단체들의 반대가 뻔한 상황이다 보니 교육부가 처음부터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할 의지가 없었다”면서 “정권 인수 기간을 틈타 전격적으로 시행하려는 혐의가 짙다”고 주장했다. 교육연대는 1월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사실 교육부는 3년 전에도 내국인의 외국인학교 입학자격 완화(당시 안은 2년 이상 해외 거주)와 학력인정 등을 내용으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반대여론에 밀려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명분은 국제화시대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과 무분별한 조기유학 차단.

    그러나 2001년 4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비인가 외국인학교들이 정식학교가 된 것을 계기로 오히려 교육계 밖에서 교육 외적인 이유를 들어 ‘외국인학교 개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에 외국인학교와 같은 특성화학교를 많이 세워 강남의 교육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했고,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는 한국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외국인학교 설립과 입학자격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불만 중 학교 부족과 비싼 수업료(외국인학교는 연간 1000만~2000만원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재경부는 내국인도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내국인이 많이 다닐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하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그만큼 수업료도 내려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 교육개선책’으로 강남북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인학교 등을 강북에 우선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외국인학교를 만병통치약처럼 이용하자 교육부도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학력인정을 포함한 ‘외국인학교 설립운영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영세한 외국인학교의 재정문제를 내국인을 끌어들여 해결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으며 “정원이 한국인만으로 채워진 외국인학교라는 기형적 구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말 제10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원영만 교사는 “자본의 논리로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시장화 정책과 경제자유구역법, 외국인학교 설립 등 교육개방정책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혀 외국인학교를 둘러싼 정부와 교육계의 갈등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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