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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안가에 다녀왔는가?”

대북 태스크포스팀 수차례 회동 ‘보안 최적’ … 인사 파일 정리·사전 면접 장소로 활용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삼청동 안가에 다녀왔는가?”

“삼청동 안가에 다녀왔는가?”

삼청동 안가 전경

김대중 대통령은 1월27일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북한에 특사단을 파견했다. 정치권에서는 임동원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보와 동행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이종석 위원을 주시했다. 현직 대통령 특사단에 차기 대통령측을 대표하는 인사가 함께 가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가 북한 핵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구성한 ‘삼청동 안가(安家)’의 대북 태스크포스(TF)팀의 핵심 멤버이기 때문이다. 삼청동 안가의 TF팀에는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윤영관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리더로, 서동만(상지대 교수), 서주석(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 팀장) 위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윤간사는 여기에 인수위 위성락 전문위원을 포함시켜 대북 TF팀을 5인방으로 구성한다.

대북 TF팀은 그동안 노당선자와 함께 삼청동 안가에서 여러 차례 회동했다. 윤간사는 “인수위 회의실 등도 사용한다”고 말했지만 인수위 관계자들은 “노당선자 대북 구상의 상당 부분은 삼청동 안가에서 출발한다”며 안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노당선자와 TF팀은 보다 합리적인 북한 핵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경우에 따라 안가 회의에 외부 인사를 초청한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모임에 초청받는 외부 전문가 그룹. 인수위 한 관계자는 “노당선자가 이들과 마주앉으면 몇 시간이고 대화하고 토론한다”며 “그 과정에서 노당선자의 대북관이 훨씬 세련되고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윤간사는 “노당선자의 대북관이 매우 경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적 접근이라는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인사 초청 핵문제 해법 논의

인수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청동 안가에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도 곧잘 찾는다. 핵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과 정보를 보고하는 자리다. 임동원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2002년 12월23일, 노당선자가 처음 안가를 찾았을 때 마주앉은 사람도 임특보와 임성준 대통령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이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번 대북특사 파견을 놓고 김대통령측과 입장을 조율, 이종석 위원의 동행을 결정한 곳으로 삼청동 안가를 지목한다. 결국 노무현 시대의 첫번째 대외 활동은 삼청동 안가에서 기획,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대북 문제 등은 예민하고, 언론 등이 앞서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보안이 필요하다”며 안가 활용 배경을 설명했다. 이위원의 임무는 노당선자의 대북 메시지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노당선자는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북한 핵문제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취임을 한 달여 앞둔 요즘은 ‘인사’문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노당선자측은 사안의 특성상 무엇보다 보안에 신경을 쓴다. 특히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내정 사실이 사전에 유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인수위와 노당선자 측근들은 ‘삼청동 안가’를 활용하라는 주문을 내놓는다. 노당선자측은 1998년 1월 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삼청동 안가에 머물면서 인선작업과 국정구상에 몰두한 점을 상기하며 ‘최적의 보안장소’로 이곳을 지목한다. 당시 김당선자는 박지원, 임동원 등 핵심 측근들을 수시로 안가로 불러 브리핑을 받았고 몇몇 인사들은 ‘인사’와 관련 김당선자의 비밀호출을 받기도 했다.



“삼청동 안가에 다녀왔는가?”
노당선자 필요할 때 안가 찾아

1998년 2월22일 김당선자가 48시간 동안 안가에 칩거하면서 장고에 들어가자 급기야 국민회의(민주당) 주변에서는 “안가를 다녀와야 자리를 얻는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삼청동엔 다녀왔는가”라는 인사말까지 유행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한 달을 보낸 노당선자의 안가 활동은 김당선자 시절과 비교하면 그리 활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노당선자 수행팀의 한 관계자는 “체질적으로 안가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권위적이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 측근의 설명. 대통령 당선 직후 청와대 경호실측은 경호 등을 이유로 “숙소를 안가로 옮기라”고 요청했지만 노당선자는 이를 거절했다. 그렇지만 안가를 아예 안 찾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을 만날 경우 노당선자도 안가를 찾는다. 당선자 비서실 서갑원 의전팀장은 안가의 용도에 대해 “특별한 일정과 특수한 접견을 수행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노당선자의 다른 한 관계자는 이를 대북문제 등 ‘보안’이 필요한 일정과 회의로 해석한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대북 TF팀 등과 같은 활동이 안가에서 이뤄진다”고 전했다.

“삼청동 안가에 다녀왔는가?”

1월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북문제와 관련한 대책회의와 외국손님들과의 토론장으로 활용된다는 설명도 나온다. 노당선자가 최근 회의에서 한 측근에게 “지일인(知日人) 리스트를 올려달라”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됐다. 노당선자의 한 측근은 “일본과의 접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들(지일인, 지미파 등) 가운데 몇몇 인사들이 노당선자와 안가에서 만난 것으로 안다”며 특수한 접견에 대한 사례를 제시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안가의 특수한 일정과 접견에는 ‘인사’와 관련한 활동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각 후보군에 대한 정리작업, 노당선자의 대면면접 및 사전 테스트 등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수위 정무분과 정윤재 인수위원은 “(인사) 당사자와 (인사에) 참고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안가로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월 초, 염동연 정무특보는 “삼청동 안가를 방문해달라”는 노당선자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는 염특보의 인수위행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정치권에 나돌던 시기.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노당선자가 염특보를 안가로 불러 진로 문제를 논의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염특보는 “큰 선거 이후 같이 일했던 측근 서너 명이 모여 지난일을 되돌아본 자리”라며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비슷한 시기, 386세대의 대표주자인 E씨도 안가를 방문, 오랫동안 노당선자와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노당선자와 직접 접촉하기 어려운 인사들과 노당선자를 연결시키는 ‘채널’ 역을 담당하던 인물. 그의 안가 방문과 관련 모종의 인사 리스트가 전달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제 안가 활용 빈도 높아질 듯”

1월13일 노당선자는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와 부산의 오랜 지기인 이호철씨를 서울로 불러 올렸다. 당시 안가 회동설이 흘러나왔지만 문내정자가 “서로 부담스럽다”고 해 인근 한정식집으로 회동 장소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노당선자는 이날 회동에서 문내정자에게 요직 발탁을 암시하고 모종의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내정자의 한 측근은 “내각과 청와대에 같이 들어갈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문내정자는 노당선자의 인사파일과 관련 조언을 위해 안가를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 인수위 한 인사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와 유인태 정무, 문재인 내정자를 비롯해 몇몇 ‘386’ 인사 등도 삼청동 안가를 찾는다는 게 인수위 내부의 일치된 시각. 그러나 노당선자 수행팀의 한 관계자는 장관 후보감 등 인사 대상과의 ‘대면’에 대해 “안가도 활용하지만 인수위 접견실이나 롯데, 신라, 플라자, 조선 등 시내호텔에서 만날 때도 많다”고 말한다. “김대중 당선자처럼 전적으로 안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노당선자의 한 측근은 “인수위 각 분과별 보고도 가끔 안가에서 받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삼청동 안가에 다녀왔는가?”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제 갈수록 안가의 활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김대중 당선자도 당선 초기 일산과 시내 호텔 등을 이용하다가 취임이 임박할수록 안가에 머물며 사람들을 만났다. 경호와 보안,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안가의 장점에 노당선자도 갈수록 빨려들 것이란 주장이다. 안가는 경호 관계상 측근이라도 노당선자와 사전약속이 돼 있지 않으면 방문이 허락되지 않는 등 최적의 보안장소로 꼽힌다. 삼청동 안가는 97년 김대중 당선자의 입주를 앞두고 경호팀이 창문을 방탄유리로 교체했으며, 주방 쪽에는 박격포탄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탄벽이 설치됐다. 서갑원 의전팀장은 삼청동 안가에 대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며 안가 활동에 비중을 두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아 손을 대야 할 곳도 많지만 ‘안가’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서민풍의 노당선자에게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노무현호’ 승선을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는 요즘 삼청동 안가를 주시한다. 노당선자와 삼청동 안가 회동을 꿈꾸는 그들 입에서 “삼청동은 다녀왔어?”라는 인사말이 나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주간동아 2003.02.06 371호 (p34~36)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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