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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뜹니다. 뜨고 있고요~”

노무현 직설화법 독특한 유머 정치권서 화제 … 얽히고 설킨 국정현안 해결 ‘윤활유’ 기대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지금 뜹니다. 뜨고 있고요~”

“지금 뜹니다. 뜨고 있고요~”

노무현 당선자가 1월18일 KBS토론회에 출연, 환하게 웃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간간이 던지는 유머가 정치권에서 화제다. 노당선자는 웃기려는 의도 없이 한 말인데 유머러스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TV에서 노당선자의 어투를 흉내낸 ‘노통장 개그’가 뜨자 ‘실제 노무현 어투와 유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관계자들은 “언론에 혹시 잘못 보도될까 봐 일일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곁에서 보면 노당선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유머러스하다”고 말한다.

최근 노당선자는 인수위 오전 일일회의에 지각한 적이 있었다. 노당선자는 “부엌시계를 보니까 지각한 것 같아서 집에서 이렇게 뛰어왔습니다. 양해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가 “왜 하필 부엌시계를 봤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노당선자는 “아니, 부엌에 있었으니까 부엌시계 봤지요”라고 답했다. 노당선자는 구체적으로 묘사해가며 말하는 습관이 있다. ‘부엌시계’ 언급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늦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라는 선에서 그치는 게 ‘대통령’의 어법이다. 여기에다가 ‘부엌시계’를 덧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노당선자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부엌시계 발언을 물고늘어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노당선자는 이를 즐기며 즉석에서 받아넘기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돌발상황 발생해도 받아넘겨

노당선자의 ‘직설화법’은 때때로 상대를 즐겁게 했다. 2003년 1월 중순 뉴욕타임스와의 단독인터뷰 때의 일이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당선된 뒤 첫 해외언론 인터뷰 상대로 뉴욕타임스를 택한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했다. 노당선자는 “기사 나오는 것 봐야 현명한지 아닌지 알지요”라고 답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첫 전화통화에서 노당선자는 “이렇게 고이즈미 총리와 전화통화하는 것을 보니 제가 중요한 사람이 되긴 된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기자와 일본 총리는 모두 노당선자의 유머를 ‘이해’했다. 이들은 노당선자에게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노당선자는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 러브샷 하는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 때문에 골병들었지”라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에 대해선 “쿨(cool)하다. 잘생기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애교 있는 아부’를 했다. 노당선자 측근은 “노당선자의 특징은 솔직함이며, 그런 솔직함이 가끔 사람을 즐겁게 한다”고 설명했다.

웃음은 ‘이미지의 반전’과 ‘카타르시스’에서 발생한다. 노당선자의 언행은 웃음을 자주 발생시킬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서민적 언행을 보이면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이미지가 전복되어 웃음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진짜 서민들’은 ‘통쾌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노당선자는 ‘순발력’과 ‘고유한 어투’까지 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그의 툭툭 던지는 듯한 ‘퉁명스러운 말투’와 ‘직설화법’까지 유머로 ‘승화’된다.



1월24일 오전 인수위 회의에서도 대통령 당선자의 어투 문제가 논의됐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KBS 2TV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의 ‘노통장 개그’를 언급했다. 개그맨이 “이 길로 가야 합니다. 가야 하고요”라며 노당선자 말투를 패러디한다는 내용이었다. 노당선자는 “어디서 하는 프로그램이냐”고 물었다. 참석자가 답해주자, 노당선자는 “알겠습니다. 알겠고요”라고 말했다.

노당선자와 그의 참모들은 격의 없는 사이로 유명하다. 인수위에서 일하는 노당선자의 한 386측근은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무현이형이…”라고 했다가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노무현 당선자께서…”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대선 전엔 회의를 하면서 참모들이 노당선자 앞에서 서슴없이 담배를 피웠다. 2002년 12월 말 노당선자는 서울 명륜동 자택으로 386측근들을 불러 송년회를 했다. 격의 없이 술잔이 오갔다고 한다. 그런데 한 측근이 자리를 떴다. 아무래도 대통령에 당선된 노당선자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가 어색해서였다. 이를 본 노당선자는 “너희들이 이제 나를 ‘노땅’ 취급 하느냐”고 말했다. 나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속어인 ‘노(老)땅’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준말인 ‘노당’의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지금 뜹니다. 뜨고 있고요~”

제프리 존스 주한 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1월17일 외국기업인 대상 노당선자 간담회에서 “당선자의 말을 들으니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1월18일 KBS토론회에서 노당선자는 속사포처럼 노무현 스타일 유머를 쏟아냈다. “집에 더운물이 안 나오고 해서 대중탕에 갔다” “당선자 전용차를 탈 때 대통령이 됐구나 실감했다” “(인수위 회의에서 내가) 느릿느릿 일어서거나 엉뚱한 소리 하면 교수들이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본다” “하루는 집에 갔는데 (아내가) ‘당신은 대통령이 됐는데 내가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고 성난 모습이었다. 역시 ‘마누라는 영원한 마누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이었다.

그런데 이틀 뒤 문제가 생겼다. 대통령취임사준비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이 TV토론회 발언에 대해 “집을 팔 사람이 ‘집에 더운물이 잘 안 나온다’고 말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문제제기한 것이다. 노당선자는 “집 살 사람에게 가스보일러로 바꾸라고 얘기해뒀다”고 받아넘겼다.

그러나 노당선자의 어투나 유머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노당선자는 노사모 회원들과의 모임자리에서 “우리가 대형사고 쳤다”고 말한 바 있다. 송복 연세대 교수는 “노당선자 표현대로 20, 30대는 대형사고 친 공범이다. 인터넷이나 촛불시위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대형사고를 저지를지 모른다. 공범의식은 중단 없는 개혁이 아닌 중단 없는 사고의 유발로 이어질 뿐이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노무현 당선자가 제시한 화두는 ‘통합’이다. 지역갈등 해소, 우방과의 공조복원, 북한과의 긴장완화는 노당선자의 핵심 국정과제들이다. 노당선자의 달변과 유머감각이 서먹한 관계들을 치유할 ‘약’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3.02.06 371호 (p38~40)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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