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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국의 직업지도

취업 10명 중 1명 ‘상점판매원’

총 230만명으로 사무원·조리사보다 많아 … 수입액은 변호사·항공기조종사 1, 2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취업 10명 중 1명 ‘상점판매원’

취업 10명 중 1명 ‘상점판매원’
굴뚝청소원 라디오조립원 전화교화원이 주요 직업군에 속하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버스안내양의 ‘오라이! 출발!’ 소리를 들으며 출퇴근하던 게 불과 20여년 전의 일이다. 한국의 직업지도(職業地圖·Job Map·산업, 직업별 고용구조)는 그동안 서서히 변화해왔다. 최근엔 사회가 다변화하고 정보·통신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직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견유치원 보육사, 재활용품 사업가, 푸드 스타일리스트, 바리스타(커피전문가) 등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것에서부터 첨단기술이 만들어낸 휴대폰 벨소리 작곡가, 아바타 디자이너, 웹PD, 프로게이머 등 새로운 직업이 하루 단위로 그 이름을 ‘직업사전’에 올려놓고 있다.

50년대 직업표엔 숯쟁이·라디오조립원·물장수 등재

그 시대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직업은 사회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부침을 겪어왔다. 1960년대 대학 졸업생들에게 최고 인기 직업이었던 은행원이 IMF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은 게 대표적인 사례. 기계의 발달로 타이피스트, 전화교환원, 식자공 등 영원히 사라진 직업도 있고 채석공, 방직공, 광부 등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직업들도 쉽게 꼽힌다. 현재의 직업 중 상당수도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재 직업지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향후 직업지도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선 시계추를 돌려 그동안 한국의 직업지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1950년대에는 전체 취업자의 80%가 농업 임업 수산업 등 1차산업에 종사했다. 생산기능직은 전체 취업자의 9%, 행정관리직은 5.2%에 불과했다. 당시 ‘선망의 대상’이 됐던 직업은 경찰과 군인이다. 50년대 만들어진 직업분류표엔 물장수, 얼음장수, 안내보이, 은행원, 교사, 전화교환수, 간호사, 연탄배달원, 숯쟁이, 굴뚝청소원, 라디오조립원 등이 직업으로 올라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60년대부터는 군인과 경찰을 제치고 금융업 종사자, 기술자, 기능인이 우대받기 시작한다. 60년대에 새로 등장한 직업으로는 에어걸(스튜어디스), 전자제품 조립원, 섬유·합판·신발공장 기능공 등이 있다. 대기업 직원이 선호 직업 1위를 차지한 것은 70년대 이후부터다. 70년대엔 대기업직원, 금융계 종사자, 전당포업자, 해외건설현장 노동자, 버스안내양 등이 각 계층별로 인기를 끌었다.



80년대는 노동집약적 산업 종사자들이 줄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시기다. 대학 졸업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사무관리직 종사자가 늘어났고 전자기술의 발달로 전자산업 관련 직업들이 속속 생겨났다. 워드프로세서 조작원, 컴퓨터프로그래머, 광고산업 종사자, 카피라이터, 프로 운동선수 등이 80년대에 새로 등장한 직업이다. 90년대엔 정보·통신 분야가 유망직종으로 떠올랐다. 새로 생겨난 직업으로는 선물거래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프로게이머, 게임개발사, 멀티미디어 PD, 패션코디네이터 등이 있다. 2001년 이후엔 인터넷 부동산정보 제공원, 인터넷복권 개발원, 조향사, 아바타 디자이너, 컬러리스트, 온라인 캐리커처 등이 직업사전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재 직업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노동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직업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 수는 2000년 현재 1만2490개다. 중앙고용정보원은 2001년 9월~11월, 2002년 5월~9월까지 2년에 걸쳐 각각 310개 주요 직업에 종사하는 1만9000여명의 재직자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정보원은 면접조사 결과를 분석한 직업지도를 바탕으로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Korea Network for Occupations & Workers)’을 구축, 1월 말부터 인터넷으로 직업 관련 종합정보를 제공한다. 직업지도엔 현재 한국의 직업구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언뜻 넥타이부대나 공장근로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답은 상점판매원이다. 전체 취업자(약 2200만명) 10명 중 1명 가량인 230만명이 상점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남성의 경우 상점판매원(110만명) 다음으로는 경영일반사무원(71만명), 택시운전사(37만명), 영업사원(36만명), 단순노무자(33만명), 트럭·특수차 운전사(21만명) 순이다. 택시운전사가 ‘3등 직업’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리를 오가는 택시 수를 보면 곧 수긍이 갈 것이다. 여성은 주방장·조리사(70만명), 경리(42만명), 경영일반사무원(27만명), 학원강사(22만명), 사무보조원(20만명) 순으로 상점판매원(120만명)의 뒤를 잇고 있다.

취업 10명 중 1명 ‘상점판매원’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직업들. 전화교환원 미싱공 타이피스트 버스안내양 식자공 넝마주이 굴뚝청소원 (왼쪽부터)

고학력일수록 사무직 비중 높고 수입도 좋아

그 많은 직업 중 ‘돈벌이’가 가장 짭짤한 직종은? 기업 최고경영자를 제외하면 예상대로 ‘사’자 일색이다. 전문직에 입성하기만 하면 평생 ‘돈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셈.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가장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월평균 608만원을 버는 변호사다. 항공기조종사(490만원), 기업 고위 임원(457만원), 출판·영화·방송 등 공연예술 관리자(424만원), 변리사(418만원), 의사(409만원), 마케팅·광고관리자(403만원), 회계사(403만원), 치과의사(369만원)가 변호사 다음으로 월평균 수입이 높은 직업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고소득 직종에 거의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고학력자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직업은 번역가(155만원), 중등학교 교사(204만원), 해외영업원(248만원), 기자(206만원) 등으로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소득이 높은 고학력 직종에서 여성 비율은 매우 낮다. 항공기조종사와 기업 고위 임원, 출판·영화·방송 및 공연예술 관리자의 대부분이 남성이고 변호사, 대학교수, 의사의 85% 이상이 남성이다. 여성 비율이 높은 고소득 전문직으로는 치과의사(35%) 정도가 있을 뿐이다.

‘왜 부모님께선 항상 공부하라는 말만 할까. 꼭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데…’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직업지도의 평균학력란을 보면 답을 구할 수 있다. 고학력일수록 전문직, 사무·교육 관련직의 비중이 높고 월평균 수입도 높다. 반면 학력이 낮을수록 단순노무직이나 청소원 등과 같은 고용안정성이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 한 가지. 학력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임금이 낮지는 않다는 점이다. 평균 11년을 공부한 철공공(180만원) 건설기계운전원(210만원), 12년을 공부한 제어장치조작원(273만원) 등의 직종은 16년을 공부한 시스템관리자(173만원) 예능계 학원강사(110만원) 사회복지사(129만원) 등에 비해 평균 급여가 높다. 이처럼 ‘직업지도’엔 꼭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종도 꽤 많다.

그렇다면 향후 유망한 직종은 어떤 게 있을까. 이벤트플래너가 뜬다는데, 웨딩플래너나 파티플래너에 도전해볼까? 아니면 게임방송PD, 웹 개발자를 준비할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직종’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직업 선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구직자라면 앞으로 어떤 직업이 성장할 것인지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유망직종을 선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향후 직업시장 전망”이라며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직업에 도전해야 취업도 쉽고 직업안정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중앙고용정보원이 ‘직업지도’를 바탕으로 선정한 유망직업 33개 중 1위는 ‘애견미용사’다. 애견미용사와 함께 텔레마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 게임프로그래머, 노무사, 가상현실전문가, 변호사, 변리사, 컴퓨터프로그래머, 수의사 등이 향후 고용 전망이 ‘매우’ 밝은 직업으로 선정됐다.

‘겨우 개 털 깎아주는 직업이 1등이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현재 애완동물 미용 및 사육 관련 직업 종자자 수는 2908명에 불과한 반면 2002년 10월 현재 국내에서 애견을 기르는 인구가 500만명, 관련 사업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 특히 동물병원 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애완동물미용사의 수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애완동물미용사 한수정씨(28)는 “숍마다 미용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날로 확대되는 시장규모를 볼 때 기술만 습득하면 취업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유망직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단연 IT 관련 직업들이다. 3, 4위에 오른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 컴퓨터게임 개발자를 비롯해 유망직업 33개 중 10개 직업을 IT 관련 업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 게임프로그래머, 가상현실전문가, 정보기술컨설턴트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 비해 전문인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모든 IT 관련 업종이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다”며 “IT직종 중에도 웹디자이너 웹기획자 등은 수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금융 관련 직업으로는 선물거래중개인,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가 유망직종으로 분류된다. 99년 4월 부산 선물거래소가 개설된 이후 꾸준히 관련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최근엔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각종 원자재 매매에도 선물거래가 이용돼 기업들은 유능한 선물거래중개인을 스카우트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금융자산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를 대신해주는 프라이빗뱅커는 고액 금융자산가들이 늘어나면서 촉망받는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한국의 PB 시장규모는 2001년 1조원에서 2005년 80조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한의사 등 ‘사’자 직업들은 직업지도로 본 향후 고용전망에서도 유망직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거처럼 전문직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고소득을 올리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화 특성화에 나서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것. 95년 이전에 300명 수준의 합격자를 배출하던 사법고시는 현재 1000명을 선발하고 있다.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매년 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1월21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백광기 변호사는 “연수원생뿐만 아니라 현직 변호사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면서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 실무에 나섰던 경험을 살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교통사고 전문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노무사, 물류관리전문가, 결혼상담원, 보험계리인, 물류관리전문가, 경호원, 학예사(큐레이터), 세무사, 상담전문가, 경찰관, 쇼핑호스트 등이 유망한 직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직업은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거나 일정 기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만 진입할 수 있는 분야다. 유망한 직업일수록 상당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인터넷 취업정보업체 ‘잡링크’ 김현희 실장은 “고용전망이 좋은 직업들의 경우엔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회사 쪽에서 경력과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단 자신에게 알맞은 직종을 선택한 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03.02.06 371호 (p48~52)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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