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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美 재무부 채권 나돈다

“현 정권 임기내 달러로 교환” 사기단 은밀 접근 … 정치권 주변 인사도 관련 의혹 받아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위조 美 재무부 채권 나돈다

위조 美 재무부 채권 나돈다

2001년 1월17일 인천시청을 방문, 최기선(오른쪽) 당시 시장을 면담하고 있는 김철욱 CWKA사 대표.

김대중 대통령 임기가 거의 끝나가면서 위조된 미국 재무부 채권을 이용, 사기극을 벌이려는 사람들이 다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현 정권 임기 내에 이를 미국달러로 바꿔야 한다”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위조채권을 소지하고 입국하려다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되는 사람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인천공항 세관은 1월24일 액면가 총액 2520억 달러 상당의 위조된 미국 채권을 밀입수하려 한 혐의(금지품 수출입죄)로 서모씨를 적발, 조사중이다. 세관에 따르면 서씨는 23일 오후 7시20분경 필리핀항공편을 이용, 필리핀 마닐라에서 위조된 5억 달러짜리 500장과 금화 5억 달러짜리 4개를 가방에 넣어 들여오려 했다.

‘액면가 5억 달러’, 필리핀서 제조

위조 미국 채권 반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31일에도 필리핀에서 입국하던 김모씨의 가방에서 5억 달러짜리 위조 미국 재무부 채권 417장과 보증서 제조용 마이크로필름 7장이 발견됐다. 세관 관계자는 “이들 위조채권은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거래될 수 없기 때문에 사기 목적으로 밀반입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상당한 규모의 위조채권이 떠돌고 있는 점에 비춰 인천공항 세관측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달러가 바닥났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선지 국내로 위조채권을 반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들 위조채권은 주로 필리핀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위조채권 사진을 봤다는 A씨(여)는 “한동안 잠잠하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 최근 발행된 스포츠신문을 밑에 깔고 찍은 위조채권 사진을 보여주면서 ‘현 정권 임기 내에 달러로 바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이들의 행태로 봐서 위조채권 전문사기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사기단을 일망타진하지 않는 한 위조채권 관련 사기는 뿌리뽑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까지 이들 사기단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액면가가 5억 달러로, 워낙 고가여서 일반인들이 쉽게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도 “1930년대에 발행된 5억 달러짜리 재무부 채권이라고 하는데 언뜻 봐서도 믿어지지 않더라”고 말했다.

정치권 주변 인사도 전문사기단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현재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으로 활동하는 B씨가 지난해 초 무렵 미 재무부 채권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노무현 당선자의 노동분야 정책을 자문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는 등 노동계에서는 비교적 유명인사로 통한다.

B씨는 이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만큼 노당선자 자문 역할을 한 것은 없다”면서도 “노당선자를 알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시중에 미국 재무부 채권이 나돈다고 해서 호기심 차원에서 몇 사람을 만나본 적은 있지만 재무부 채권 사진을 보여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위조 美 재무부 채권 나돈다

최근 들어 인천공항을 통해 위조된 미국 재무부 채권 반입 시도가 늘고 있다.

위조채권 사기단이 활개치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 들어서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98년 초부터 위조채권을 갖고 있다면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의원은 당시 제일은행 유시열 행장에게 문의해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들과는 완전히 접촉을 끊었다고.

이들 위조채권 사기단이 한때 ‘공략’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213만평 규모의 인천 중구 용유·무의도 국제관광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인 미국 CWKA사 대표 김철욱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어이없는 사실은 미국 할리우드 주변에서 활동했다는 재미교포 김철욱씨가 이런 제안에 처음에는 솔깃해 했다는 점이다.

인천시청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그런 점만 봐도 김씨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고, 이는 결국 인천시가 국제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정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재미교포에게 맡긴 꼴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청 관계자는 “김씨가 그런 사람이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美 CWKA사 대표 경찰 내사

용유·무의도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 실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종의 ‘국책사업’. CWKA사는 총 55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 이 지역 213만평에 호텔,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인천시에 제안해 1999년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01년 7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2002년 11월21일 CWKA사의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박탈했다. CWKA사의 자본조달 계획이 실현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났기 때문. 인천시의 이런 결론은 CWKA사의 사업계획을 심의해오던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측이 지난해 7월 말 “CWKA사의 사업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인천시에 최종 통보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CWKA사측은 당시 인천시의 이런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CWKA사의 국내법인인 오시아나 엔터테인먼트그룹은 당시 “미국 굴지의 금융회사가 투자 확약서를 제출했는데도 인천시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한 데 대해 국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송은 제기하지 않은 상태. 회사측은 이에 대해 “준비할 게 많기 때문”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위조채권 사기단이 CWKA사측에 접근한 것은 지난해 5월 무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인천시측에서 김씨에게 외국 투자자의 투자 확약서를 제출해달라고 독촉하던 무렵이었다. 이때 김씨 주변에서 김씨에게 재무부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을 소개했고, 김씨는 이를 진짜로 믿었던지 미국을 오가면서 재무부 채권을 달러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는 것.

그러나 이 무렵 김씨의 이런 행각을 수상히 여기던 그의 주변 인사가 주한 미국대사관에 재무부 채권과 관련해 공식 문의를 하면서 김씨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미 대사관은 이 인사의 문의를 받고 미국 재무부 채권을 이용한 사기라고 판단,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

서울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당시 미국 재무부 채권과 관련, 김씨를 내사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내사 결과 김씨가 위조채권을 이용해 사기를 치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돼 최근 내사를 종결했다는 것. 김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미 재무부 채권 얘기를 듣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가 뒤늦게 국제관광단지 조성사업에서 김씨를 배제하긴 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주간동아 2003.02.06 371호 (p58~60)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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