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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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천국 프랑스, 금연 태풍 강타

정부·시민단체 대대적 캠페인 … 가격 인상·비흡연자 권리보호 등 골초 퇴치 박차

  • 파리=민유기 통신원 YKMIN@aol.com

    입력2003-01-29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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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연 천국 프랑스, 금연 태풍 강타

    타인의 행동에 관대한 프랑스적 전통이 흡연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라고 할 정도로 최근 흡연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다.

    프랑스에 금연바람이 거세다. 새해 들어 담뱃값이 종류별로 8∼17%까지 올라 한 갑 평균가격이 3.9유로(한화 약 4800원)에 이르자 골초를 제외한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담배가격 상승을 계기로 금연에 들어간 것이다. 프랑스 담배가격은 매년 초 새해 평균 물가인상률 수준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담뱃값이 평균 물가상승률 2%대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이런 대폭적인 담뱃값 상승은 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흡연인구를 줄이려는 정부당국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사실 그동안 프랑스는 흡연자의 천국이었다. 담배를 개인의 기호품으로 인식해 흡연행위를 타인이 관여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1991년 병원, 관공서, 대형 슈퍼마켓 등 공공장소 실내에서의 흡연은 물론 공장 작업중 흡연을 금지하고 호텔, 레스토랑 등에 흡연지역과 금연지역을 구분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법률은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타인의 자유로운 행위가 공공이익에 크게 반하지 않으면 관용을 베풀어 그 행위를 통제하지 않는 사회적 전통 탓에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공공장소 실내 흡연자에 대한 벌금형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담배 폐해’ 광고 통해 적극 홍보

    흡연 천국 프랑스, 금연 태풍 강타
    국영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내 흡연을 허용했고 금연 조치는 다른 나라 항공사들보다 2∼3년 늦게서야 내려졌다. 몇 년 전까지 프랑스인들은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담배를 꺼내 물었고 주변사람들 중에도 이를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처음 프랑스에 온 외국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커피와 흡연을 동시에 즐기는 이들 때문에 상가나 기차역은 물론이고 관공서 실내 등 커피자판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흡연자들로 넘쳐났다. 학교는 특히 심각했는데 수업을 마친 대학생들 중 흡연자들은 복도에서 너도나도 담배를 피워댔고 고등학교에서도 일부 학생들의 수업중 흡연을 막기 위해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흡연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카페나 레스토랑도 흡연석과 비흡연석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고 이런 구분조차 안 된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흡연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흡연행위가 더 이상 비흡연자들에게 관용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흡연자들이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이에 대한 의료혜택의 확산이 국가 건강보험 재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흡연문제가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요즘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주변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시하고 실내 자판기 주변의 재떨이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실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려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언론을 통해 전개된 금연운동은 프랑스인들의 흡연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품에서 수은, 암모니아, 아세톤, 시안화 요산 등 독극물이 검출됐다”는 문구가 TV 화면이나 신문 지면에 등장했고 그 뒤에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소개된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로 연락하라’는 광고가 따라붙었다.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전화를 건 사람이 얻게 되는 정보는 바로 그 ‘식품’이 담배라는 것이었다. 이 광고는 첫 방송이 나간 후 50만통에 달하는 전화가 쇄도하는 등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광고는 1868년에 결성된 ‘담배반대 국민위원회’라는 시민단체와 ‘국립 예방보건교육 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이 광고 이후 65%의 국민이 공공기관에 의한 금연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충격요법을 이용한 이러한 광고는 한두 해 전에 건강한 사람의 폐와 흡연으로 인한 폐암환자의 폐를 한꺼번에 등장시킨 금연광고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답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일상적인 소비식품 속에 독극물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 있음을 강조한 이번 금연광고는 일반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최고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흡연 천국 프랑스, 금연 태풍 강타

    프랑스에서는 최근 들어 금연구역이 부쩍 늘어나고 공공장소에서 재떨이가 사라지는 등 금연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작년 연말 대형 흥행영화들이 줄이어 상영되던 극장에서도 비슷한 금연광고가 내걸렸다. “당신이 영화를 관람할 이 극장 건설 당시 벽과 천장에 석면을 사용했다”라는 문구가 나온 뒤 몇 초 후 “이 정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담배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석면보다 많이 검출되고 있다”는 경고가 등장한 것이다. 석면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프랑스인 대다수가 알고 있는 정보였다. 4∼5년 전 파리7대학 직원들 가운데 암에 걸린 이들이 발암의 원인을 대학건물 내의 석면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돼 시 외곽에 새로운 건물이 완성되자마자 대학을 이전하도록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 전부터 다섯 가지 방법에 의한 금연운동을 각국에 호소하고 있다. △담배광고 금지 △담배회사에 대한 후원 금지 △담배가격 인상 △비흡연자의 권리보호 △금연 의지가 있는 이들에 대한 교육과 정보안내가 그것들이다. 프랑스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이들 다섯 가지 방법을 모두 동원해 흡연자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는 어떠한 담배광고도 볼 수 없고 프랑스 담배회사는 어떠한 행사에도 후원업체가 될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랑스에 붙어 있는 소국 모나코의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에서도 담배광고를 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담배가격은 지난 10년간 정확히 100% 인상됐다. 실제 10대 흡연율 역시 몇 차례 급격한 가격인상 이후 대폭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현재 월평균 2만명이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금연상담을 받고 있다.

    음주, 흡연, 과속이나 음주운전 등 도로교통 안전 문제 등은 그동안 프랑스에서 관련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에 맡기는 측면이 강했다. 개인의 사소한 일탈에 대해 관용의 정신으로 대하는 것이 프랑스적 전통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점점 법률적 통제와 사회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토론하기 좋아하는 프랑스인들 중 일부는 최근의 이런 현상을 지나친 통제라고 비판하지만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는 그간의 지나친 관용에 대한 통제에 찬성하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인들이 내세워왔던 관용, 즉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도 보편적으로 합의된 공공이익에는 우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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