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1

2003.02.06

당뇨환자도 ‘인공치아’ 낄 수 있어요

혈당치 안 높고 약으로 조절 가능 땐 무리 없어 … 고혈압·신장 질환자도 상담 통해 판단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 요요치과 네트워크 www.implantcenter.co.kr)

    입력2003-01-29 14: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당뇨환자도 ‘인공치아’ 낄 수 있어요

    영화 ‘죽어도 좋아’의 한 장면(오른쪽). 노인의 임플란트는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왼쪽).

    아무도 없는 방에서 한두 가지 반찬으로 허기를 채운 할아버지는 자신의 ‘틀니’를 헹군 후 잠자리에 든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예쁜 할머니를 만나고…. 영화 ‘죽어도 좋아’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에서 ‘틀니’는 노인의 심리적 외로움과 육체적 무력감을 드러내는 상징적 도구다.

    앞으로 20년 안에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절반 가까이(49.17%)가 치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여자 노인들의 치아 결손율은 51.2%, 남자 노인은 45.73%로 여자 노인의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말은 그야말로 ‘옛말’일 뿐이다. 요즈음은 음식을 씹지 못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황혼의 청춘’을 즐기기 위해 이를 해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틀니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임플란트(인공치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성공률도 높고, 색깔이나 느낌이 자연치아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임플란트는 설을 전후한 시기의 설 효도 선물로도 각광받는다.

    당뇨 땐 치유 늦고 감염 우려 높아



    하지만 임플란트 시술이 모든 사람에게 쉽게,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모 할아버지(66)가 바로 그런 경우. 며느리의 권유로 인공치아를 하러 치과에 갔는데 의사로부터 “당장 임플란트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넘게 김씨를 괴롭히며 그의 이를 모두 빠지게 한 당뇨가 이번에도 말썽이었다. 당뇨병에 걸리면 이를 뽑거나 잇몸을 치료했을 때 상처의 치유가 더디고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게 의사의 설명. 그동안 시원치 않은 틀니 때문에 음식 한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움직일 때마다 틀니가 빠져나올 것 같아 신경이 예민해진 김씨는 두 달간 당뇨 수치를 낮춘 후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처럼 당뇨병을 앓는 사람은 물론이고 고혈압, 신장, 간질환 등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임플란트를 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신질환이 있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감염의 위험이 높고 임플란트가 뼈에 잘 붙지 않거나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2차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와 관련, 미국 뉴욕대 치대 임상교수를 역임한 ‘요요치과 네트워크’ 김태성 박사(강남요요치과 원장)는 “치아를 뽑고 나서 너무 오래 놓아두었다든지 당뇨가 심하거나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아의 상태를 개선시킨 후에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일반적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과 고혈압, 신장질환. 당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원활치 않아 발생하는 당뇨병은 일반인이 흔히 알고 있듯 백내장 등 안과질환을 일으키지만 다양한 치과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조금씩 나오는 침(치은액)은 당 농도가 증가할 경우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당뇨가 심하면 충치가 많아지고 잇몸 조직이 파괴돼 치주질환이 생긴다. 이 단계를 넘으면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잇몸이 부어올라 결국 치아를 모두 뽑아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당뇨환자도 ‘인공치아’ 낄 수 있어요

    임플란트 시술 과정.인체에 독성이 없는 순수 티타늄 재질의 임플란트를 잇몸에 끼워 넣는다(아래).미리 만들어둔 인공치아를 나사못을 이용해 임플란트에 부착시킨다(위).

    요요치과 네트워크의 김종하 박사(창원요요치과 원장)는 “질병에 걸려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이 주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당뇨를 앓고 있다 하더라도 혈당치가 그리 높지 않고, 또 약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 경우에는 임플란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축농증 환자는 치료 마친 뒤 시술해야

    보통 혈당량 180~200 이하의 경증 당뇨는 임플란트를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중증의 경우에는 당뇨를 앓은 기간, 혈당량, 몸의 전체적인 저항능력, 중증의 합병증이 있는지 등을 담당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 전에 적정량의 항생제를 복용하고 인슐린주사를 맞은 뒤 아침식사를 끝낸 오전시간대에 수술하면 시술 후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혈압 환자들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조심만 하면 임플란트가 가능하다. 특히 임플란트 치료시 사용하는 국소마취제에는 혈압을 높이는 혈관수축제(출혈감소제)가 들어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시술 후 바로 일어서지 않고 살균작용이 있는 구강 양치용액 등을 함께 쓰는 등 적절한 예방책을 세우면 된다.

    신장이나 간에 문제가 있을 때도 임플란트 치료시 출혈과 감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간은 혈액응고인자를 만들기 때문에 그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백혈구나 혈소판 수의 저하로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쉬 상처가 아물지 않고, 2차적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다양한 종류의 지혈제와 항생제가 있으므로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신장에 이상이 있어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면 시술은 투석한 다음날에 받아야 한다. 투석시 혈액응고 방해 제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인플란트 시술 때 출혈이 멈추지 않을 수 있기 때문.

    이 밖에도 임플란트를 박을 잇몸이나 턱뼈가 부실하면 뿌리와 인공치아가 붙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독감이나 기관지염, 축농증에 걸렸거나 구강이 청결하지 못한 경우에도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마친 후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전신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은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다. 하지만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선행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시술이다. ‘믿을만한 의사’가 임플란트 시술에서 다시 한번 강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