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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평전 200군데 이상 틀렸다

재야학자 박철상씨 신랄한 비판 … 저자 유홍준 교수 “한문 해석 잘못 등 60여곳” 인정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완당평전 200군데 이상 틀렸다

완당평전  200군데 이상 틀렸다

박철상씨는 \'완당평전\'에서 \'완당\'이라는 호의 내력을 설명한 부분이 근거 없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또 진위가 불분명한 사실을 책에 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1년 전 명지대 유홍준 교수(미술사)가 조선 후기 대학자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를 집대성한 ‘완당평전’(전 3권·학고재 펴냄)을 펴내자 ‘추사의 부활’ ‘마음 닦는 감동적인 책’ 등 온갖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한 30대 재야학자로부터 “완당평전은 태생적으로 과(過)가 공(功)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논쟁이 촉발된 것은 계간 학술지 ‘문헌과 해석’ 2002년 겨울호였다. 박철상씨(36)는 기고문 ‘완당평전,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전체적으로 200군데가 넘는 오류가 있다며 그 중 40군데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대표적인 오류로 지적된 부분이 널리 알려진 김정희 선생의 호 ‘추사’ 대신 ‘완당’을 제목으로 쓰게 된 경위. ‘완당선생전집’이 있고 ‘추사체’가 있는 마당에 어느 쪽 호를 제목으로 쓰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유교수가 완당과 추사를 작품 시대를 구분하는 근거로 삼고 30대 이후부터 완당이라는 호가 널리 알려졌다고 설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반증으로 실제 추사가 말년까지도 ‘추사’라는 호가 들어간 인장을 즐겨 사용했음을 들었다. 또 ‘완당의 스승인 완원이 완당이라는 호를 내려주었다’는 대목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밖에 추사의 시구 중 ‘하늘 아래엔 명사가 많다 하니(日下多名士)’에서 일하(日下)란 청나라의 수도인 연경을 가리키는 말이며, 박제가가 김정희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설명에서 해(奚)자를 계(溪)자로, 령(令)자를 금(今)으로 오독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교수가 김경연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하면서 벽락문(碧落文)을 ‘자법이 하늘에서 떨어진 듯하여’로 해석했으나 ‘글자의 법식이 벽락문과 비슷하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벽락문은 당나라 때 비문인 ‘벽락비’의 글자라고.

“학자로서 무책임한 행위”



완당평전  200군데 이상 틀렸다
이에 대해 ‘완당평전’을 펴낸 학고재측은 “출간 초기부터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돼 이미 출판사 홈페이지에 정오표(正誤表)를 만들어 놓았고 새로 책을 찍을 때 모두 수정했다”며 “해석상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명백한 오류라면 앞으로 개정판에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유교수도 정오표를 내며 “단순 오자, 초서 해독의 오류, 한문 해석의 잘못, 관련인물 생몰년 등 명백하게 잘못된 곳이 60여 군데나 된다”고 인정하고 “저자로서의 무지와 불성실이 부끄럽지만 이런 오류는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고 기왕에 읽는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그나마 잘못을 덜 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박철상씨는 “몇 개의 오자나 오역을 고치는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유교수의 ‘완당평전’에서 드러난 수많은 오류는 실수로 볼 수 없다. 기존에 번역된 추사의 글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거나 관련자료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인용하고, 진위가 불분명한 작품까지 소개한 것은 학자로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교수는 한겨레신문에 공개한 답글에서 “나는 미술사가이지 한문학자가 아니다”라고 옹색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학계의 관심은 스타급 미술사학자의 저술 태도와 저술 내용을 아울러 비판한 고서연구가 박철상씨에게 쏠렸다. 일각에서 박씨의 ‘완당평전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문헌과 해석’(편집인 안대회 영남대 교수) 팀의 공동작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안교수는 “전적으로 박씨의 연구이며, 글을 검토한 결과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판단해서 ‘문헌과 해석’에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전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현재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사서’ 읽는 소리에 반해 고문 연구를 취미로 삼았다는 정도다. 2년 전 추사의 인장을 연구하며 인연을 맺은 안교수의 권유로 ‘문헌과 해석’ 팀에 합류했다고. 박씨처럼 만만찮은 강호의 고수들이 지금 강단 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주간동아 370호 (p68~68)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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