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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부터 다르게 … 대안초교 붐

전국 8개교 150여명 재학 … 未인가 약점에도 차별화 교육에 학생·학부모 ‘대만족’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새싹부터 다르게 … 대안초교 붐

새싹부터 다르게 … 대안초교 붐

지난해 봄 부천시 산어린이학교 학생들이 성주산에 올라가 숲 체험 학습을 하고 있다. 교실에서 놀고 있는 고양자유학교 아이들. 광명시 볍씨학교 아이들이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학부모들 사이에 “새싹부터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면서 대안초등학교(이하 대안초교)가 주목받고 있다. 2년 전 경기 시흥에서 ‘산어린이학교’가 물꼬를 틔운 뒤 지난해까지 모두 8곳이 활발하게 활동해왔고 올해 4곳이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안초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150여명 정도지만 올해 입학생까지 합치면 2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입학을 유예하고 ‘홈스쿨링’을 시키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비제도권 교육을 받는 아이들 수는 훨씬 많아진다. 게다가 전국 70여곳의 공동육아 어린이집들도 대안초교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대안초교는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대안교육 전문지 ‘민들레’의 현병호 편집장은 “대안중·고교 설립이 주춤한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대안초교 설립 붐은 우리 사회 대안교육 운동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4곳 개교…곳곳 설립 움직임

올해 새로 문을 여는 대안초교는 경기 하남 ‘푸른교육공동체’, 과천 ‘무지개학교’, 의정부 ‘공동육아연구회’, 전남 순천 ‘평화학교’ 등 네 곳.



푸른교육공동체는 김희동씨 등이 주축이 돼 만들었으며 초등학교 1∼4학년 전교생 40여명 규모로 출발한다. 20여 가구가 주축이 된 무지개학교의 경우 1∼4학년 15명 규모. 학부모들과 교사 2명은 비록 재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게 출발하지만 열의만은 대단하다. 의정부 공동육아연구회의 경우도 여타 대안초교처럼 공동육아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발하는 곳이다. 순천 평화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등 열 가지 서약을 하게 하는 등 입학조건이 까다롭지만 1학년 두 학급과 2, 3학년 한 학급을 합쳐 모두 46명 규모로 시작할 만큼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각각 아름다운 빛깔을 내면서도 그 빛들이 합쳐져 하나가 되는 무지개처럼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반짝이는 개성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공동체인 학교 구성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과천 무지개학교 학부모인 윤경화씨의 말처럼 모든 대안초교의 목표는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제도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고 자연을 사랑하게 하며, 삶과 하나 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안초교 아이들 대부분은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생긴 지 2년 된 경기 부천의 산어린이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화전씨는 “2학년인 아이가 너무 행복해한다”며 “학교에서 아이들의 특성이나 기질을 인정해주고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입식 교육보다는 자연과 환경,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안초교 가운데 산어린이학교와 볍씨학교 등은 교과과정이나 운영 등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01년 봄 문을 연 산어린이학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의 부모들이 주축이 돼 만든 조합형 학교로 1학년 6명(7가족)과 정규교사 2명, 객원교사들이 입학식을 치르고 출발했다. 2002년에는 7세 예비학교를 새로 만들었고 지역과의 연대를 위해 주말학교도 개설했으며, 올해는 7세 5명, 1학년 5명, 2학년 1명, 3학년 7명 등 4개 학년이 함께 학교를 다니게 된다.

새싹부터 다르게 … 대안초교 붐

지난해 가을소풍을 떠나기 위해 모인 고양자유학교 아이들.

이곳 학부모와 교사들은 삶과 일치하는 교육을 특히 중시한다. 교과는 크게 숲, 생활교과, 기초교과, 표현활동, 내 맘대로 프로젝트로 나뉘며, 모든 교과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은 숲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고 생활에 필요한 것을 익히며, 그것을 통해 기초를 다지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이렇게 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연극이나 동화 등을 직접 기획하고 구성해 마무리하는 ‘내 맘대로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볍씨학교는 광명YMCA가 주축이 돼 만든 학교로서 2002년 학생수가 3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학년, 2∼3학년, 4∼5학년 3학급 50∼60여명으로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는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출범했지만 아이와 학부모에게 종교를 강요하진 않는다. 다만 부모는 반드시 생협운동에 동참해야 하고, 정기모임에 참석해 학교운영 등에 관해 토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볍씨학교는 운동 대신 전래놀이나 텃밭 가꾸는 법을 가르치고, 자연과의 대화와 글쓰기를 통해 명상수업을 하는 등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들에게 밥 짓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전시회나 영화 연극 관람 등 현장학습도 알차게 꾸리고 있다.

공부 스트레스 없고 자율성 보장

현재 방학중인 볍씨학교는 1월 초부터 일반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흘간의 계절학교를 열었는데 참가 학생 대부분은 ‘놀면서 익히는’ 이 학교의 교육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학교 함영미 교사는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이 우리 계절학교에서 수업을 받은 뒤 우리 학교에 다니고 싶어한다”며 “기왕 대안초교에 아이를 보내려면 제도교육에 물들기 전인 1학년 때부터 보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인 임준형군(11)은 일반학교에서 4학년까지 다니다 전학온 경우다. 그는 “지금 다시 일반학교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못 간다”고 말할 만큼 이 학교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우선 자율성이 보장되고, 재미있으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대안초교는 제도교육의 방식에 반기를 든 학부모들이 서로 뜻을 같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특히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만난 부모들이 뜻을 합쳐 대안초교를 만들어온 게 그간의 흐름이다.

그러나 대안초교는 초중등교육법상 정식으로 인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용기 있는 학부모들이 직접 설립자로 나서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일반학교에서는 비록 학교운영위 등에 참가는 하지만 교육의 방관자 입장인 학부모들이 교육 주체로 당당히 서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새싹부터 다르게 … 대안초교 붐

지난해 어린이날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벌이는 볍씨학교 아이들 .

대안초교의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법규 위반과 재정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힘든 길을 가고 있다. 의무교육법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처분을 받은 이는 없다. 입학 연령의 아이는 학교에 입학 유예신청을 하거나, 일반학교에 다니다 대안초교로 전학할 경우 장기 결석 처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안초교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현안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 문제가 사회에서 공론화돼 적극적으로 의무교육법 개정이나 헌법소원 문제로 다룰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이런 일 역시 비제도권 교육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하나의 배움의 현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10월 창립한 대안학교 연대 모임인 ‘대안교육연대’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 공론화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이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 대안학교뿐 아니라 홈스쿨링까지 당국에서 지원하는 나라도 있어 국내 상황과는 큰 차이가 난다. 영국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9개국이 홈스쿨링을 지원하고 있으며 스페인 그리스 네덜란드는 홈스쿨링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개별적인 사례를 인정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 외에 대안초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이다.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운영하다 보니 변변한 교육시설 하나 마련하기 힘든 처지다. 대개 몇 백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매달 30만원 안팎의 교육비를 내야 근근이 꾸려갈 수 있는 상황이고, 후원금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주택가의 일반주택이나 도시 변두리의 허름한 건물을 학교건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정도의 비용도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대안교육 운동 자체가 차단되고 있어 대안교육 현장이 또 하나의 불평등구조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춰보면 많은 학부모들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대안교육에 기꺼이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새싹부터 다르게 … 대안초교 붐

인사동으로 견학을 나간 볍씨학교 아이들(위). 산어린이학교 아이들이 숲에 다녀온 뒤 만든 작품들.

올 들어 각 대안초교들은 외부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교사와 학부모의 희생과 헌신적인 노력이 있다 해도 학교 운영의 어려움이 쉽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외에도 대안학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지향했던 경기 고양시 자유반디학교의 경우 학부모들간의 견해 차이로 지난해 12월 중순 학교가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사, 편의시설 등 여러 가지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어린이학교 이화전씨는 “시행착오는 많을수록 좋다”는 쪽이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면 토론을 통해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산어린이학교의 경우 초기 의무취학규정 위반 등으로 교육당국과 심한 마찰을 빚어왔고, 시설 마련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런 난관을 거치면서 구성원들간의 신의는 더 단단해졌다고 한다.

요즘 대안초교의 또 다른 고민은 고학년 아이들의 중학교 진학문제다. 4, 5학년 아이들의 경우 1, 2년 뒤 중학교에 가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대안중학교가 몇 개 되지 않고, 지역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볍씨학교는 이미 학부모를 중심으로 중학교 소모임이 꾸려져 대안중학교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고양자유학교 학부모들도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많은 대안초교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중고교 과정도 만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6년간 대안교육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왔다. 이제 대안교육의 필요성은 교사와 당국 등 교육계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인수 전 전남도 부교육감이 퇴임을 앞두고 기존 공교육의 대안으로 대안중학교인 용정중학교(3월 보성에서 개교)를 설립한 것이 단적인 예다. 황 전 부교육감은 “이 학교는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가 아니라 현행 교육의 대안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학교”라고 밝혔다. 볍씨학교에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맡기기 위해 상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초등학생이 학원공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이어 친구들에게 ‘왕따’당하는 것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공교육의 효용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사건들이었다.

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현행 교육체계가 지속되는 한,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느라 늘 초조해하는 부모들이 있는 한 이 같은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대안학교의 필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370호 (p54~56)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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