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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생가 봉하마을 구경 좀 하자”

평일 500, 주말 2000여명 방문객 북적 … 친형 건평씨 ‘금계’ 사육 과정 또 다른 화제

  • 김해=조용휘/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silent@donga.com

“노무현 생가 봉하마을 구경 좀 하자”

“노무현 생가 봉하마을 구경 좀 하자”

전국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붐비는 노당선자의 생가.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고 하는 경우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차기 대통령을 배출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람들은 요즘 너나할것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봉하마을 이장 이용희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도와준 분들이라 생각하면 접대를 안 할 수도 없고, 주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동네 복(福)이라며 모두들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원래 우리 민족은 내 동네, 내 집에 찾아오는 발길을 외면하지는 않았지유”라며 오히려 방문객들에게 “고맙제, 고맙제”라는 말을 연발한다.

특히 노당선자의 생가(진영읍 본산리 658번지)는 최고의 관광지가 됐을 정도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이 평일에는 500명 내외, 주말에는 최고 2000명을 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 방문한 방문객 수만 족히 2만명은 될 것이라고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아예 단체로 관광을 오는 이들도 많다. 얼마 전 경북 및 대구지역의 산악회 회원들이 관광버스로 노당선자의 생가를 둘러봤고, 1월12일에는 광주 및 전남지역 풍수지리가 30여명이 버스를 대절해 방문하기도 했다. 1월15일 부인과 함께 노당선자의 생가를 찾은 이기완씨(64·부산 사상구 삼락동)는 “생가와 부모 묘소가 ‘명당’이라기에 한번 들러봤다”고 말했다. 방문객은 대학교수에서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 학생, 산악회 회원, 풍수지리가 등 말 그대로 다양하다.



물밀듯 방문 ‘최고의 관광지’

“노무현 생가 봉하마을 구경 좀 하자”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교통경찰이 주차 정리를 하고 있다(위쪽). 노당선자의 생가임을 알려주는 간판도 걸려 있다.

노당선자의 생가는 방 3칸에 부엌이 딸린, 단출한 초가삼간(20평)이다. ‘봉하(峯下)’라는 마을 이름은 옛날 봉수대가 서 있던 봉화산(해발 140m)에서 유래했다 한다. “낮지만 기암절벽이 많아 아름답고, 올라가면 멀리 밀양까지 시야가 틔었다. 숲이 적을 때는 말처럼 생겼고, 학교 소풍지였다”고 노당선자가 회상한 이 산은 진영 출신 작가 김원일의 소설 ‘노을’의 무대이기도 하다. 봉화산 아래서 40여 호의 조그만 촌락을 이루고 있는 마을사람들은 ‘봉화산 정기’를 믿고 있다. 선진규씨(69·봉화산 정토원 원장)는 “예로부터 평지에 솟은 돌출산에는 특별한 인물이 난다 했다”며 “노당선자도 봉화산에서 공부할 때 ‘어두운 시대에 불을 지피는 봉화지기가 되겠다’며 호연지기를 키웠다”고 전했다. 실제로 봉화산 반경 4km 내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씨, 서석재 전 의원, 장기표씨 등이 태어났고 사시합격자도 3명이나 배출됐다고 한다.

노당선자의 생가와 선영 묘는 특히 풍수지리가들에게는 대단한 관심거리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선거 이전만 해도 ‘그저 그런’ 생가와 묘로만 인식되던 곳이라서 ‘풍수 재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 실제로 대통령 선거철에 대부분의 지관들은 노무현 후보 대신 이회창 후보의 선영이 최고의 명당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이회창 후보의 부친(이홍규)이 사망하자 충남 예산 선영에는 ‘지관들의 대축제’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자칭타칭 풍수연구가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다만 김두규 교수(우석대)만이 “노후보의 생가는 역대 대통령의 생가와 마찬가지로 좌청룡의 갓집(끝집)에 위치해 있으며, 그의 부모 묘가 괴혈(怪穴)이라서 3명의 대통령 후보(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중 가장 유력하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또 김교수는 “임금이나 제후가 나는 큰 명당은 기이한 괴혈이 있다”며 “노후보가 대권을 장악한다면 강력한 풍수의 덕을 보는 사람이 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아무튼 마을사람들은 “요즘 찾아오는 지관들은 노당선자의 생가와 조상 묘가 천하 대길지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지관들은 각자의 논리로 노당선자의 생가와 부모 묘가 있는 마을 입구의 야트막한 산뿐만 아니라 증·고조 부모의 묘가 있는 인근 야산, 그 윗대의 묘가 있는 김해시 상동면 묵방리 도봉산까지 찾아가 ‘명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특히 상동면사무소 총무계장 강원진씨(51)는 “지난해 노당선자가 후보로 있을 때 당쪽 관계자 서너명이 몇 차례 이 선대 묘까지 살펴보고 갔다”고 전했다.

“노무현 생가 봉하마을 구경 좀 하자”

풍수지리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노당선자의 부모 묘(큰 사진). 대통령 선거 전 노당선자 마을에 나타난 길조로 알려진 금계.

생가터와 묘지 못지않게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것이 있다. 노당선자의 친형인 건평씨(60) 집에서 기르고 있는 들꿩의 일종인 ‘금계(金鷄)’가 바로 그 주인공. 2002년 1월1일 오전 8시경 들일을 나가다가 대문 옆 동백나무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이 수컷 금계를 발견한 건평씨가 지금까지 정성스레 기르고 있다.

건평씨는 “이웃 사람들이 ‘예로부터 금계는 벼슬과 부를 상징하는 길조(吉鳥)’라고 하기에암컷 한 마리를 구입해 짝까지 맞춰줬다”며 “이 금계가 들판 가까이 있는 우리집을 찾은 것은 분명 어떤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색이 주를 이루면서 오색 깃털이 선명한 이 ‘금계’ 이야기가 퍼지면서 봉하마을의 새로운 전설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진영읍 시가지에서 봉하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대통령 생가 가는 길’이라는 현수막을 군데군데 내걸었고 노당선자가 열 살 때까지 살았던 생가 입구에도 안내문을 붙였다. 김해시측에서도 1월16일부터 이 마을에 김해 관광안내 자원봉사센터 이문수 회장(60) 등 회원 3명을 배치해 방문객들에게 봉하마을의 유래와 생가터 등에 대해 안내를 맡겼다.

35년 전부터 노당선자 생가에서 살아온 하모씨(65) 부부도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한 주민은 “방문을 ‘기념’한다며 마당의 돌멩이를 주워가거나 물을 받아간다”며 “안방까지 직접 들어가보는 관광객도 있다”고 전했다.

노당선자의 형 건평씨는 현재 살고 있는 하씨 부부에게 누를 끼친다는 생각에 이 생가터를 매입하려다 포기했다고 한다. 주인이 450여평에 달하는 생가터를 20억원 이상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을 대접하기 위해 순번을 정해 국밥을 끓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주변에 식당이나 매점이 없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마을회관의 ‘임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돈은 하루 20만원선. 쌀은 주민들이 조금씩 내놓고, 나머지 비용은 봉하마을 부녀회 기금 등을 끌어다 썼지만 거의 바닥이 났다. 얼마 전에는 ‘기업인’이라고만 밝힌 한 50대 남자가 300만원을 선뜻 내놓고 갔다.

마을 주민들은 “고생도 고생이지만 덕을 쌓으면 필히 경사스러운 일이 있고, 복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좋은 터’의 인심을 자랑하고 있다. 김해시는 1500만원을 들여 낡은 봉하마을의 회관을 손질하고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너비 1.5km의 봉하마을 진입로도 왕복 2차로로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다.



주간동아 370호 (p48~49)

김해=조용휘/ 동아일보 사회1부 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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