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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 자존심 살린 백8 묘수

제1회 도요타덴소배 준결승 ㅣ 이창호 9단(백) : 위 빈 9단(흑)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한국바둑 자존심 살린 백8 묘수

한국바둑 자존심 살린 백8 묘수
역시 한국바둑이 ‘믿을 수 있는 도끼’는 이창호 9단이었다.

도쿄에서 열린 제1회 도요타덴소배에서 한국은 최근 삼성화재배에 이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창호 9단이 준결승에서 중국의 위 빈[兪斌] 9단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어렵게 세계바둑 최강국의 ‘체면’을 세웠다. 내년 1월 초대 왕관을 다툴 상대는 중국1위 창 하오[常昊] 9단. 중국은 앞서 열린 삼성화재배에서 6명을 8강에 진출시킨 데 이어 도요타덴소배에서도 3명이나 4강에 올라 이창호 9단을 에워쌌다.

이 9단 앞에 먼저 나선 장수는 유창혁 9단을 꺾고 4강에 오른 위 빈 9단. 흑 세력, 백 실리로 명확히 갈라선 장면에서 흑은 세력을 살리려고 1로 한껏 치고 나갔다. 그러자 백은 즉각 2로 움직였다. 위 빈 9단은 내심 쾌재를 부른다. “흐흐, 딱 걸렸군! 흑5의 코붙임에 이어 7로 가두는 그물망이 있어 백 넉 점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백8의 절묘한 치중수가 떨어졌고, 순간 위빈 9단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한국바둑 자존심 살린 백8 묘수
이 장면에서 보통 생각할 수 있는 응수가 백1로 밀고 3에 젖히는 수. 그러나 흑4의 이음이 좋아 이 수상전은 백이 1수 느리다. 백8의 치중이 왜 묘수인가? 그 해답이 다. 백1에 흑2로 잇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러면 백5에 붙여 9까지 패가 난다. 초반 무패라 했다. 팻감이 없는 흑으로선 생때같은 자기 돌을 거꾸로 진상해야 했고, 이 대목에서 우열이 갈렸다.

결론적으로 백2로 곧장 움직이는 수단이 성립한다면, 흑1의 벌림이 과욕이었다는 얘기. ‘가’로 한 칸 줄여야 했다. 256수 끝, 백 불계승.



주간동아 352호 (p91~)

< 정용진 /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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