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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월드컵아 월드컵아①

어~어~ 슛! … 심장에 레드카드 받을라

중요 축구경기 때 심장마비 사망자 늘어… 고혈압·심혈관계 질환자 주의해야

  • < 오동주/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

어~어~ 슛! … 심장에 레드카드 받을라

  • 시리즈를 시작하며
  • 드디어 ‘월드컵’의 축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전 세계인들의 감성채널은 적어도 한 달간은 꼬박 ‘축구’에 결박당할 것이다. 특히 개최국인 데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학수고대하는 우리 국민의 열기와 염원은 거의 폭발할 지경이다. ‘주간동아’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 한 달 동안 ‘건강한 월드컵 보내기’와 ‘축구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건강 월드컵 시리즈’를 연재한다.
어~어~ 슛! … 심장에 레드카드 받을라
축구를 너무 좋아하거나 민족애가 강한 사람들은 이번 월드컵 기간 건강에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관심과 열정은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 경기장에 있거나 TV를 에워싼 팬들은 자칫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승패 여부에 따라 생체리듬에 급격한 변화를 겪기 쉽다. 특히 혈관질환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겐 이런 흥분상태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꼭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를 관전하기 전에는 나름대로 건강 수칙을 숙지해야 한다. 월드컵은 ‘전장’이 아니라 ‘축제’인 만큼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고혈압으로 고생해 온 김욱진씨(39)는 그 대표적 피해자의 한 사람. 그는 지난 5월26일 프랑스와의 마지막 평가전이 끝나기 직전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전반전, 대표팀의 통렬한 ‘캐넌 슈팅’과 절묘한 헤딩슛의 짜릿함을 만끽하면서 연신 맥주잔을 기울이던 그는 후반 전력을 정비한 프랑스팀의 공세에 연속 실점하자 줄담배와 함께 소주를 마셔댔다. 그의 맥박은 선수들의 발걸음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후반전 끝나기 직전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페널티킥 상황이 무산되면서 감정이 폭발, 호흡부전 상태에 빠진 것. 다행히 곧바로 응급실로 후송되어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그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김씨와 같은 상황은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1950년 브라질팀이 우루과이에 패배하자 충격받은 브라질 관중 4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기록이 있다. 또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는 날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과학자 비트(Witte) 연구팀이 1996년 유럽축구챔피언결정전 기간에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독일 남성의 수를 조사한 결과, 독일 축구팀이 결승전에서 패배한 1996년 6월22일에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결승전 당일을 기준으로 전후 5일간 평균 사망자보다 무려 14명이나 많은 수치. 즉 평상시에 비해 약 50% 증가한 셈이다. 그 원인은 승부의 향방에 따라 희비쌍곡선이 엇갈리면서 발산하는 스트레스가 주범. 아울러 음주와 흡연, 과식 또한 심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극심한 감정의 기복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원인은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카테콜아민은 신경계에서 흥분작용을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평온한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의 흥분 억제작용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등 과도한 스트레스에 처하면 평상시보다 100배 이상 과다 분비되어 심장 박동수를 급격히 증가시킨다. 이런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체에 부담을 주게 된다.



스트레스 자체도 문제다. 스트레스는 인체에 산소 공급량과 요구량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협심증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발생하면 심장에 과부하가 생길 뿐 아니라, 혈액순환이 나빠지거나 혈관경련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심하면 혈관이 파열되면서 혈전(혈액 찌꺼기)이 갑자기 불어나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근경색은 일단 발작이 일어나면 한 시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30~40%나 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물론 축구경기 관전중 흥분한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심장마비라는 극한상황으로 이어질 만큼 우려되는 위험군은 관상동맥 질환을 앓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국한된다. 그러나 경기에서 분패하거나 내기경기에서 허망하게 패했을 경우, 순간적인 울화를 토해내는 자체만으로도 심장은 엄청난 부담이 가중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3배 이상 높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패트리시아 창 교수(의학)는 1948년에서 1964년 사이에 이 대학 의대를 졸업한 1300여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분노와 심장혈관성 질환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화를 잘 내고 종종 극심한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들은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압 높낮이와 상관없이 심장질환에 걸리거나 심장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심장의 건강을 지키면서 경기를 관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승패에 연연하는 조급한 마음부터 버리는 것. 여유 있는 마음으로 경기를 조망하거나 흐름을 분석하며,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방지하도록 한다. 또 경기를 보면서 습관적으로 술과 담배, 고칼로리 간식을 즐기는 것도 경계대상 1호. 음주와 흡연, 과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장마비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으로 평소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긴장감이 고조되는 경기의 경우 관전하기 전에 의사 처방에 따라 아스피린과 혈전방지제를 동시에 복용하는 것도 현명한 예방책이다. 한편 경기관람 도중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진 사람이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라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되도록 빨리 심폐소생술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우선 환자의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아래턱을 올려 혀가 앞으로 향하게 한 뒤, 입으로 숨을 불어넣는다. 심장박동이 멎은 경우에는 심장마사지를 병행해야 한다. 이때 환자를 단단한 바닥에 눕히고, 심장 아랫부분을 손바닥의 관절 부분으로 지그시 누른다. 마사지 부위가 5cm 가량 움푹 들어갈 정도로 상체의 체중을 제대로 실어야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인공호흡 2회, 심장마사지 15회를 교대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 구령을 붙여가며 적정 속도와 리듬을 유지해야 환자를 소생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는 하루에 30~40분씩 일주일에 네 번 이상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장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주간동아 2002.06.13 338호 (p74~75)

< 오동주/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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