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2002.05.23

오리와 허브 버무린 ‘퓨전의 맛’

  • 시인 송수권

    입력2004-10-05 13:4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리와 허브 버무린 ‘퓨전의 맛’
    입으로, 눈으로 먹는 음식에서 더 나아가 향기로 먹는 음식이 뜨고 있다. 허브농장이나 허브비닐하우스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추어 허브향 음식점들도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전남 보성군 주암호 상류에 있는‘천봉산가든’(061-853-0818)은 대표적인 허브향 오리구이 전문집 중 하나다. 이 음식점의 모든 메뉴에는 허브향이 섞여 있는 게 특징이다.

    허브오리구이는‘키토산 유황오리’를 구우면서 라벤더나 로즈메리 등 허브를 잘게 잘라 한데 버무린 퓨전음식이다. 오리를 허브와 함께 구우면 오리 특유의 느끼한 냄새가 가시는 대신 허브와 산뜻하면서도 강한 맛이 입맛을 한껏 돋운다.

    이런 허브요리는 기름기가 많은 육류, 이를테면 돼지고기 삼겹살 등에도 응용해 퓨전음식 산업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많다. 일반 육류를 섭취한 후 흔히 찾아오는 찜찜한 포만감이나 느끼함이 없고 오히려 입안이 산뜻하면서도 지방분해 효과가 커 소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허브오리구이를 먹고 난 후에는 오곡죽이 나온다. 오곡죽은 영양죽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재료가 다양하다. 인삼 밤 대추 감초 찹쌀 쌀 녹두 흑임자 등을 오리뼈 삶은 물에 넣어 죽을 만들기 때문에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칼슘 섭취에는 그만이다.

    오리와 허브 버무린 ‘퓨전의 맛’
    천봉산가든에서는 음식에 쓰이는 허브를 직접 재배하기 위해 농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우리 집 농장은 보시다시피 라벤더, 로즈메리, 레몬밤, 세이지, 스위트바질, 케모마일, 민트 등 다양한 향을 조합해 내는 퓨전 시대의 꽃농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천봉산가든의 주인 안미라씨(37)의 설명대로 봄날의 낯선 향이 코끝을 아린다. 특히 이곳 천봉산가든까지 오는 데는 근 시오리가 벚꽃길이어서 봄날의 풍광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안씨는 또 이 농장을 ‘다이어트 농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별도로 다음과 같은 서신도 보내왔다.

    ‘저희 천봉산가든에서는 겨울에서 초봄까지 20여종의 채소를 재배하고, 늦봄부터 늦가을까지는 30여종의 채소를 직접 길러 쌈밥을 장만하고 있고요. 은은하고도 독특한 향을 가진 40여종의 허브를 모든 요리에 사용하여 허브요리 전문점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허브를 먹인 닭(백숙)과 허브 오리구이, 허브삼겹, 야채와 허브만을 이용한 허브야채비빔밥을 주 메뉴로 하고 있습니다.

    또 먼 곳까지 찾아주신 분들께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봄철 벚꽃이 질 무렵에는 따로 1500여평의 땅에 유채를 심어 유채꽃 축제를 마련했답니다. 여름엔 조롱박과 쑤세미, 여자, 작두콩, 하늘수박, 꽃호박, 신경초 등이 있고 가을엔 국화꽃 축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느 때든 다시 한번 들러주시면 절대 환영입니다.’

    참으로 허브향만큼 은은한 향이 도는 글발이다. 이처럼 넉넉한 품새를 지닌 그녀이기에 식사 전과 후에는 손님 접대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도 미쁘기만 하다. 천봉산에서 생산한 곶감으로 입맛을 돋우더니 식사가 끝난 후에는 케모마일꽃으로 만든 차 한 잔을 내놓는다. 로즈메리 사과향이 나는 차 한 잔을 마시면 3일 동안 몸에서 향기가 떠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그 향기가 영혼에 스밀 듯하다.

    안씨의 허브농장은 광주와 화순, 순천과 벌교(보성)의 중간 거리에 자리잡고 있어 교통이 편리한 데다, 새로 관광품목으로 등장한 벚꽃길과 대원사 등 명소를 끼고 있어 갈수록 유명세를 타고 있다. 참고로 허브백숙은 3만원, 허브오리구이는 2만5000원, 허브도리탕은 3만5000원, 허브야채비빔밥은 5000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