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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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화분’으로 나만의 화원 꾸며볼까

압축토양에 물 붓고 꽃씨 심으면 파종 끝 … 봉선화, 해바라기 등 15종 이상

  • < 구미화 기자 > mhkoo@donga.com

    입력2004-10-04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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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턴트 화분’으로 나만의 화원 꾸며볼까
    ”우와∼ 나팔꽃이 해님 보러 간다.” 아파트에 사는 주부 강민화씨(35·서울 성동구 성수1가)는 4세, 6세 된 두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달려와 창가에 놓인 나팔꽃을 바라보는 모습에 흐뭇하기만 하다. “하루종일 콘크리트 벽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는데 캔 화분에 나팔꽃을 키우며 아이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줄 수 있게 됐죠.”

    자녀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강씨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꽃을 키워보려 해도 화분을 구입하고 흙을 채우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런 어려움을 덜어주는 동시에 철의 친근감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으로 포스코는 동양석판, 삼지산업과 함께 지난 1999년부터 녹슬지 않고 편리한 인스턴트 스틸 캔 화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인터넷 쇼핑몰과 지방의 팬시 문구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컵라면 크기의 스틸 캔 화분은 두께 1cm 정도로 압축된 토양, 비료, 꽃씨와 함께 세트로 이루어졌다. 압축토양은 미지근한 물을 부으면 2∼3분 안에 8배 이상 부풀어 화분을 가득 채운다. 흙이 채워지면 화분의 배수구를 통해 물을 빼고, 꽃씨를 심으면 파종 끝. 2∼3일이 지나면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흙이 촉촉해질 정도로 물만 뿌려주면 그만이다.

    컵라면 크기에 토양·비료·꽃씨 세트

    ‘인스턴트 화분’으로 나만의 화원 꾸며볼까
    “화병에 꽂는 꽃은 금세 시들어버려 캔 화분을 구입해 파종했는데 정말 사흘 만에 싹이 돋아나더군요. 그 다음날부터는 회사 동료들이 출근할 때마다 제 꽃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게 일이 됐어요.” 4월 초 인터넷 공동구매를 통해 캔 화분을 구입한 회사원 박정미씨(30·서울 광진구 자양동)는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캔 화분에서 나팔꽃 줄기가 철사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고 했다.



    미지근한 물에 부풀어오르는 압축토양의 비밀은 코코넛 열매. 수분이 함유되면 부풀어오르는 코코넛 열매의 성질을 이용해 코코넛 껍질을 가루로 만든 다음,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물질을 첨가해 건조시킨 뒤 압축했다.

    현재 캔 화분과 함께 공급되고 있는 꽃씨의 종류는 나팔꽃, 샐비어, 강낭콩, 방울토마토, 해바라기, 봉선화 등 15가지 이상. 보통 싹을 틔우기까지 일주일에서 열흘을 기다려야 하지만 나팔꽃은 이르게는 48시간 이내에 싹이 돋아난다. 이런 이유로 캔 화분의 판매를 담당하는 인터넷 무역사이트 ‘이씨로봇’(www.ecrobot.com)에서는 성미 급한 한국인에게 제격인 나팔꽃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파종에서부터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까지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캔 화분은 전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교육용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압축토양에 세트로 담긴 꽃씨 외에 다른 씨앗을 심어도 되고, 한 화분을 3~6개월까지 기를 수 있다.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개당 3000원, 지금까지 30만개 정도가 팔렸다. 식물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깜찍한 선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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