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2002.05.23

인구 폭발 인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지난해 10억2천만명, 경제성장 발목 잡아… 피임 부부 융자 특혜 등 산아제한 강력 추진

  •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4-10-04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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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폭발 인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더욱이 인도는 지난 10년간 21%가 넘는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2050년 이전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들이 그렇듯 인도 역시 엄청난 인구가 경제성장의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빈곤 인구는 오랫동안 인도 정부의 골칫거리였다.

    지난 1970년대 인디라 간디 총리 집권 시절에는 지나치게 강력한 인구억제 정책으로 민심을 잃어 국민회의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만큼 인구억제는 인도 정부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총선 패배 이후 인도 정부는 강력하고 적극적인 인구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인구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자 인도 정부는 다시 행동에 나섰다. 2000년 5월 인도 인구가 10억을 넘어서면서 인도 정부는 인구위원회를 신설해 ‘둘만 낳기’ 캠페인을 재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조사에서 인도 총인구는 10억20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되었고 인구 1000명당 출생률도 27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밝혀졌다(한국의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은 16명 수준). 여기에다 유엔 인구기금(UNFPA) 등 인구 관련 국제 기구들의 잇따른 경고와 비정부 단체들의 활발한 활동도 정책결정 기관이 인구에 대한 문제의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2050년엔 중국 제치고 1위

    인구 폭발 인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사실 인도의 여성 한 명이 출산하는 자녀 수는 평균 3.6명으로 과거에 비해 현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출생률이 높았기 때문에 최근 인구 중 출산 가능한 연령대의 인구가 많아 적어도 앞으로 한 세대 동안은 인구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도 이러한 점에 주목해 출산율을 더욱 낮추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인도 정부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정도의 의미를 갖는 ‘함 도, 하마레 도’를 인구정책 캠페인 구호로 내걸었다.



    인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매년 새로 제정되는 인구정책은 각 주는 물론 군 단위까지 개별적으로 캠페인을 펼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상적인 구호보다는 직접적인 대민 활동이 인구조절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구조절에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안드라프라데시주(州)의 경우 개인별, 촌락 공동체별, 카스트 공동체별로 전략을 달리해 인구조절의 성과에 따라 해당 개인, 촌락, 카스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면 특정 카스트 구성원 중 불임시술자가 일정 비율 이상이 될 경우 그 카스트에 정부 소유의 택지나 농지를 불하하거나, 피임하는 부부에게 융자 특혜를 주는 식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인구 캠페인으로 안드라프라데시주는 여성 한 명당 평균 출산율을 4명에서 2.2명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간의 출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970년대 인디라 간디 정부가 시행했던 강제적 방법이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다. 당시 강제적 산아제한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한 사람이 세 번 이상 불임수술을 받는가 하면, 미혼자와 70대 이상 노인들까지 불임수술 대상이 되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끌려가 수술받은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과다한 인센티브 제도와 실적 위주의 무리한 캠페인이 낳은 폐해였다.

    유엔 인구기금을 비롯한 국제 기구들은 정부의 강제적 인구조절에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엔 인구기금은 ‘인구조절’(population control)이라는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신 ‘인구안정’(population stabiliz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새로운 인구정책을 제시한다. 인구안정 정책은 모자보건과 국민건강 관리, 영아사망률 감소 등 복지에 중점을 둔다. 이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 인구 수는 자동적으로 안정된다는 의견에 바탕을 둔 것이다.

    1994년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인구발전회의는 이러한 주장을 명문화했다. 인도도 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인도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정부 단체들 역시 이 정책에 동의하면서 정부 주도의 캠페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특히 출산권 침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두 자녀 갖기를 강제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인구 폭발 인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그러나 인도 정부는 효과적으로 인구조절을 하려면 어느 정도 강제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어도 인도에서는 인구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인도 정부의 견해다. 강제적인 한 자녀 갖기 캠페인으로 인구증가율을 완화한 중국의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엔 인구기금에서 중국의 강제 정책에 지원금을 제공한 만큼, 인도의 정책에도 지지와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인도 정부는 주장한다.

    인구위원회가 올해 새로 제정한 인구정책은 이러한 정부 입장을 전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산아제한을 실시해 일정한 성과를 올리는 개인 및 카스트, 촌락 공동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안드라프라데시주 방식의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이 정책 시행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복지와 교육의 혜택을 결국 특정 집단들이 독차지하고 나머지 집단은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와하랄네루대학의 샤 교수는 이 정책을 인도의 고질적 문제인 카스트 제도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그는 촌락을 지배하는 상위 카스트들이 특혜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지배하에 있는 하위 카스트에게 불임시술이나 피임을 강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모성보호와 인권보호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인구정책이 정부의 주장대로 아무런 피임 수단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원하는 아이를 낳고 가족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침해당하는 것인지 각 경우마다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세세한 부분들을 새로운 인구정책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빈곤층에게 한 명의 아이는 ‘먹여야 할 입’일 뿐 아니라 동시에 살림에 보탬을 줄 장래의 일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정상적으로 자란다는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인도의 부모들은 두 자녀 갖기 캠페인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여전히 과도한 인구가 사회·경제적 낙후의 원인이라며 인구를 줄여야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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