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2002.05.23

“순결보다 몸이 더 중요” … 콘돔 서약식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0-01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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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결보다 몸이 더 중요” … 콘돔 서약식
    “순결보다는 내 몸과 생명이 더 중요하다.”

    일부 대학교와 중·고등학교가 ‘순결 서약식’을 벌이는 것에 반발한 부산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콘돔 서약식’을 갖기로 해 화제다.

    부산대 총여학생회는 5월22일 교내 기계관 앞에서 ‘콘돔 서약식’을 갖기로 하고 참가자와 서명자 모집에 나섰다. 총여학생회가 마련중인 ‘2002년 특별주간, 몸과 성을 말한다’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콘돔 서약식’은 ‘혼전 성관계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며 콘돔은 생활필수품’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총여학생회 이석윤미씨(22)는 “상대방의 허구적인 ‘순결’만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타파하고, ‘몸’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좀더 적극적으로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행사를 계획했다”면서 “굳이 콘돔을 택한 이유는 콘돔이 피임법 중 가장 안전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콘돔 서약식’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혼전 성관계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가부장적 전통의 부산물”이라는 찬성 의견과 “혼전 성관계를 부추긴다 해도 나는 순결한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며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서약 참가 신청자가 쇄도하기도 했지만, 총여학생회가 ‘콘돔 서약식’ 신청자와 콘돔 사용 서명자 명단을 공개하기로 하자 주춤한 상태. 신문방송학과 김모씨는 “‘콘돔 서약식’ 자체가 혼전 성관계를 암묵적으로 부추기고, 주최측의 의도와는 달리 학생들에게 섹스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자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럼에도 총여학생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서약식과 함께 콘돔 사용법에 대한 설명행사와 피임기구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피임부스 설치를 강행할 예정이다.

    총여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콘돔 서약은 결혼 전이나 후 그 언제라도 유효하다. 만약 섹스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미래에 나타날 누군가를 위한 자기약속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콘돔 서약식’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한편 이번 특별주간에 총여학생회는 몸과 성을 주제로 한 강연회와 여성의 성기를 형상화한 전시회 등 파격적이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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