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9

2002.04.11

설경구 “성재야 나만 떠서 미안해”

  • < 김범석/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 vitamin365@yahoo.co.kr

    입력2004-10-28 13: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설경구 “성재야 나만 떠서 미안해”
    강우석 감독의 흥행작 ‘공공의 적’으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 영화배우 설경구. 평소에도 필요한 말만 하는 과묵한 성격의 그이지만 요즘에는 아예 ‘침묵맨’이 될 때가 있다. 바로 대화 도중 이성재가 거론될 때다. 설경구의 이성재에 대한 미안함은 가히 괴로움 그 자체다. 도대체 왜?

    극중 캐릭터의 차이로 뚜렷하게 엇갈린 두 사람의 명암 때문. 이 영화에서 비리 경찰이지만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역을 맡았던 설경구에 비해, 이성재는 존속살해를 서슴지 않는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나왔다. 관객들은 예상대로 설경구에게는 후한 갈채를 보낸 반면, 이성재에게는 다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시사회에서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본 이성재의 부모까지 “왜 이런 영화를 찍었느냐”고 불쾌해할 정도였으니…. ‘공공의 적’이 ‘강우석 감독의 설경구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지자 이성재는 자취를 감추었다. 어떤 공식석상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두문불출이었다. 항간에선 괴로움 때문에 잠적했다는 설까지 떠돌았다. 시나리오대로 열심히 연기한 배우가 치러야 할 대가치곤 곤혹스런 결과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장 괴로워한 건 설경구였다. 그는 미안함과 부담감 때문에 개봉 한 달 후 각종 인터뷰를 사절했다. 이성재 캐스팅은 강우석 감독의 ‘너밖에 없다’는 강권에서 이루어졌,고 사실 이성재도 어느 정도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것이다. 시나리오만 보더라도 누가 더 돋보일지 금세 계산이 나왔을 것. 하지만 충무로 파워 일인자로 불리는 강감독의 간절한 부탁을 쉽사리 뿌리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공공의 적’으로 백상예술대상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받은 설경구는 수상 소감에서 모든 공을 이성재에게 돌렸다. 어디선가 그 장면을 지켜봤을 이성재의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 ‘와신상담 중’이라는 이성재는 5월에 크랭크인할 차기작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최근 강우석 감독이 연출할 ‘실미도’의 주인공으로 이 두 배우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두 배우가 다시 한번 같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