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9

2002.04.11

첨단으로 무장한 흡혈귀들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0-27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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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으로 무장한 흡혈귀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엽기 취향’이 있음인지, 이상하게도 드라큘라나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만 나오면 빼놓지 않고 보게 된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 무더운 한여름 밤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벌벌 떨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본 프로가 ‘전설의 고향’이었다. 그 오싹한 공포감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뱀파이어 영화들은 사실 그리 무섭지 않다.

    영화 속에서 뱀파이어는 흔히 성적 은유이거나 반종교적인 존재의 상징이다. 여인의 가냘픈 목에 박히는 뱀파이어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공포스럽다기보다 에로틱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또 어떤 영화에서는 뱀파이어가 주류 사회에서 이탈한 반항적인 아웃사이더로 묘사된다.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같은 할리우드 최고의 미남들이 죄다 뱀파이어로 분했던 닐 조던 감독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는 뱀파이어가 인간보다 지성적이고 강인한 존재로 부각된다. 또한 동성애의 은유로서 뱀파이어가 해석되기도 했다.

    첨단으로 무장한 흡혈귀들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영화 역사상 가장 도발적이고 획기적인 뱀파이어 영화다. 그 덕에 뱀파이어의 전설을 가장 왜곡한 영화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로드리게스 감독은 종횡무진한 액션, 멋진 대결투 장면으로 흥겹고 섹시한 1990년대식 뱀파이어 영화의 전형을 만들었다.

    첨단으로 무장한 흡혈귀들
    ‘블레이드’ 역시 ‘황혼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부극 또는 액션영화 같은 뱀파이어 영화다. 근육질의 젊은 흑인 뱀파이어 킬러(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묵직한 호러와 날렵한 액션의 결합이 매력적이다. 감독인 길레르모 델 토로는 “누군가 나의 삶을 끝낼 수 있다는 인간의 불안함이 뱀파이어의 존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갈수록 로맨틱해지는 뱀파이어들을 다시금 두려운 존재로 만들어놓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블레이드’는 73년 컬트팬들의 인기를 모았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전 세계에서 1억2270만달러를 벌어들인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이 제작되었고, 영화는 전편보다 더 강하고 화려해졌다.



    속편 ‘블레이드2’에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는 바로 새롭고 강력한 적 ‘리퍼’가 등장했다는 점과 뱀파이어의 장점과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블레이드가 현대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뱀파이어의 공격을 받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블레이드는 다른 뱀파이어들과 달리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며 마늘과 은에도 강하다. 전편에서 그가 뱀파이어에 대한 복수심에 가득 차 고뇌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속편에서 그는 코믹한 면모까지 갖춘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허공을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부메랑은 물론, 뱀파이어들을 사정없이 가르는 블레이드칼의 놀라운 위력에 레이저빔까지 활용하며 훨씬 강해졌다.

    첨단으로 무장한 흡혈귀들
    그러나 그가 대결해야 할 상대도 만만치 않다. 인간뿐 아니라 뱀파이어의 피까지도 즐기는 리퍼는 턱에서 나오는 빨판으로 상대의 피를 흡입하는 뱀파이어의 변종. 실제로 감독이 동물의 모습에서 이미지를 창안해 냈다고 할 정도로 그의 등장은 ‘에일리언’을 능가하는 섬뜩한 충격으로 남는다. 그를 위해 200여톤에 달하는 피를 만들어야 했다고.

    ‘블레이드2’는 전편에 비해 볼거리가 더 많아졌고 액션 스타일 역시 독특하게 재창조되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놀라운 컴퓨터그래픽(CG) 기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음산하고 섬뜩한 공포감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쉽긴 하지만, 현란한 액션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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