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9

2002.04.11

한화갑 “大權 시련 겪었지만 黨權만은…”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26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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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갑 “大權 시련 겪었지만 黨權만은…”
    지난 3월16일 민주당 한화갑 고문은 누구보다 광주 경선에 기대를 걸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한후보의 기대감을 높게 했다. 측근들이 올리는 동정보고도 비슷했다. 오후 6시, 개표 결과는 3등. 한후보로서는 엄청난 충격 속에 경선장을 나와 숙소에서 한동안 말을 잊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됐나. 내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 만난 대의원과 동지들만 해도 ‘표’보다는 많을 텐데…. 이럴 수가 있나.”

    한 측근이 전하는 그날 분위기는 자못 심각했다.

    순간순간 치밀어오르는 배신감과 “그동안 잘못 살았다”는 자괴감에 몸을 떨기도 했다. 당권 출마를 요청하는 당내 인사들의 전화를 뿌리치며 3월25일부터 28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라산에 올랐지만 “이제 남은 정치 여정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3월28일 당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고문은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상규 김원길 천용택 이종찬 등 중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당권 출마를 권유하며 공동선거 대책위원장직을 자임했다. 이재정 의원은 선거대책본부장, 임종석 의원은 수행과 청년 조직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출마 지지 서명란에 사인한 명단에는 그렇게 찾아 헤매던 당내 인사들 상당수가 올라 있었다.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다들 어디 갔다가….”

    한고문은 또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만 지난 4월1일 “내 말을 책임지지 못한 데 대해 용서를 빈다”며 결국 국민에게 사과 성명을 내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명분과 실리’를 놓고 꽤나 고민하던 그는 “당권은 절대 맡지 않겠다”며 당원과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어겼고 이에 대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불출마 약속을 어긴 한고문은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정치는 역시 사람과 조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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