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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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복권 허가의 배후는?

지난해 398억원 올 1천억대 급성장 예상 … 엄청난 이권 로비설 끊이지 않아

  •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4-11-12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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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복권 허가의 배후는?
    지난해 9월 보건복지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장.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공단의 인터넷복권 사업자 선정과정에 문제가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단 직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심사위원회에서 방대한 사업기획서를 단 하루만 검토하고 사업자를 결정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공단의 조만진 이사장은 이의원의 지적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당시 이의원은 사업자로 선정됐던 예스아이비의 김준섭 사장이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영렬 사장은 ‘패스21’ 윤태식 사장이 벌인 전방위 로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 예스아이비가 공단에 제출한 제휴업체 리스트에는 서울경제신문이 포함돼 있었다.

    이의원의 한 보좌관은 “감사가 끝나고 나니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고 전한다. 그때서야 예스아이비와 서울경제신문사와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는 것. 나중에 김준섭씨는 이의원측에 ‘컨소시엄을 짜는 데 아버지의 힘을 빌렸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의원 보좌관은 “선정작업을 담당한 공단 직원들 역시 제휴업체인 언론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이후 공단측은 심사작업 전체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이상 무’라는 자평.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내에 시작하려던 인터넷복권 발매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단의 담당자는 “당초 예상한 것보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어 연기됐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잡음이 가시지 않고 있어 선뜻 사업을 개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복권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인터넷복권. 소프트뱅크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전용복권이 처음 등장한 지난해 시장 규모는 398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복권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복권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은 근거법을 갖고 있는 정부관련 기관들뿐. 이 기관들은 대부분 인터넷복권의 판매 전 과정을 대행업자에게 위탁한다. 이 제한된 ‘판매권’을 따내느냐의 여부는 많은 벤처업체들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 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관련업계의 관심은 사업자 선정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임업협동조합 중앙회의 인터넷 녹색복권 사업에 쏠려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로 예정된 사업설명회를 무기한 연기한 이 사업과 관련해서도 업계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난무한다. 이러한 소문들은 대개 “로비를 위해 유력인사를 영입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서로 헐뜯느라 말을 만드는 건지도 모르지만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이미 몇몇 사업에서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마당에 소문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지난해 3월 사업자를 선정해 5월 발매에 들어간 제주도의 인터넷 관광복권 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 하루 10만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던 6월 무렵, ‘패스21’의 윤태식 전 회장이 김호성 전 제주도행정부지사를 통해 사업참여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수지 김 살해혐의로 구속된 후 무차별 주식로비 사실이 드러나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윤씨가 김 전 부지사에게 청탁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김 전 부지사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윤씨는 “도청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패스21이 추진중인 인터넷 관광복권사업을 잘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패스21이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문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터넷 복권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복권을 판매하고 있던 한국전자복권의 당시 사장이 ‘이용호 게이트’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김현성씨였다는 사실. 김 전 사장은 이용호씨에게 회사공금 30억원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지만,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중국으로 도피했다. 한편 한국전자복권이 관광복권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 대해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로비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관광복권 관계자는 “인터넷복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전자복권측은 사업권과 김 전 사장의 개인비리는 전혀 무관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복권 사업 초기이던 지난해 3월 무렵 사업을 진행할 만한 능력을 갖춘 업체가 드물었기 때문이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8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직에서 해임됐다.

    후발 기관들은 이러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복권판매를 개시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엔젤복권’의 경우 컨소시엄 구성과정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을 제안한 모 벤처기업이 최종과정에서 배제된 것. 이 회사의 대표는 “우리가 없었으면 입법 과정부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지분을 인정하기로 해놓고 아이디어만 도용한 채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금회와 해당 컨소시엄측은 “자금문제를 둘러싸고 조건이 맞지 않아 배제된 것일 뿐, 도용이라는 말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자 수를 한정하는 대신 자격요건을 갖춘 업체는 모두 사업권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2개 업체를 선정했지만 계속 추가 사업자를 지정한다는 방침. 그러자 다른 문제가 터져나왔다. 주가를 의식한 업체들이 선정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들이 선정됐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공단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복권발행 기관들이 연합해 한 개의 인터넷 사업자를 선정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과 뒷말이 끊이지 않는 업계 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기술력에 승부를 걸고 있는 ‘순진한’ 벤처기업들. 근로복지공단에 추가 사업자 심사를 신청해 놓은 한 벤처기업 대표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로비가 곧 영업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8년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 벤처인은 “장사 하루이틀 하나. 벌써 체념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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