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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불붙은 지방선거

4.3명당 한 명은 ‘刑事 피의자’

민선 2기 기초단체장 54명 각종 법률 위반으로 피소 … ‘전횡’ 막을 장치 거의 없어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4.3명당 한 명은 ‘刑事 피의자’

4.3명당 한 명은 ‘刑事 피의자’
민선 2기 기초단체장들은 4.3명당 한 명꼴로 현직 재임기간 동안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 기관의 자체 감사, 민사소송, 입건 등 비교적 경미한 비리와 98년 민선 2기 출범 이전 발생한 피소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98년 7월~2002년 6월 임기의 민선 2기 단체장 출범 이후 전국 시·군·구 네 곳당 한 곳은 ‘범법 혐의자’들이 자치행정을 책임져 온 셈이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행정자치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정리해 2월4일 ‘주간동아’에 공개한 ‘민선 2기 단체장 형사사건 피소현황’에 따르면 98년 7월부터 2002년 1월 말까지 각종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초단체장은 모두 54명에 이른다. 이는 전국 기초단체장 232명의 23.2%에 해당한다.

행정 공백·재보궐 선거 등 지역사회 커다란 해악

기소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선거법 위반 혐의자가 26명,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금품수수 혐의자가 25명, 국가보안법 위반, 농지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자가 각 1명씩이었다. 30여명의 기초단체장(불기소 처분, 입건 조치자 사망자 포함)은 사퇴했으며 26명은 ‘형사사건 피의자’라는 꼬리표를 단 채 현직에 남아 있다(‘표’ 참조). 참여연대 이강준 간사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 검찰기소 단계만으로도 지역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사례1 심재덕 수원시장은 2000년 11월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 구성된 ‘태평로 모임’으로부터 ‘의로운 지도상’을 받았다. 따라서 얼마 후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지켜본 수원 시민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01년 10월 보석으로 석방된 심시장은 최근 신년 교례회에 참석하는 등 일상적인 시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수원시장에 재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무성하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불미스런 혐의에 대한 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인구 100만 도시의 행정 책임자로 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남 순천의 사례 역시 시민 정서와 현실의 괴리감을 보여준다. 2001년 3월 신준식 순천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뒤 시민 93%는 여론조사에서 “구속 사실만으로도 시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시장은 아직 재임중이다.

사례2 정만규씨는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98년 11월 경남 사천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불법을 저질러 곧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때문에 사천 시민들은 3년 동안 시장을 세 번 뽑아야 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정씨는 사천시장 출마 예상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례3 백청수 경기도 시흥시장은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0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그는 15만평의 갯벌 매립 문제를 놓고 환경단체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임익근 서울 도봉구청장은 구청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선정위원들에게 140만원의 금품을 뿌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일종의 매관매직이었던 셈.

허완 서울 양천구청장은 99년 선거구민 4000명 앞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다며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벌금형으로 낮춰줬다. 이들도 모두 시장 재선을 노린다.

시민단체들은 “시민 정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이해관계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라는 반문을 한다.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거나 벌금형에 그치더라도 죄질이 나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정도 범죄는 이내 잊힌다.”(참여연대 이강준 간사)

지방행정 책임자가 스스로 법을 어겨 피소되는 비율이 23%에 이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혐의 유형 역시 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등 공익을 크게 훼손하는 것들이었다. 당장 해당 지역사회에선 지자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행정 공백, 재·보궐 선거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나 정치적 탄압으로 볼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전횡을 막을 문화적·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옥중에서도 단체장직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의혹의 실마리만 제기돼도 옷을 벗는 중앙정부 고위공직자의 처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세 가지 관점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단체장의 비리를 차단할 사전 견제장치로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개방적인 행정정보 공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대다수 단체장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단체장에 다시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선거에서 반대측 후보에 의해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 퇴임자의 경우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피소된 단체장 이름과 기소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 비리는 개별 사안별로 해당지역 언론에 이미 보도되었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지 않다는 평이다. 다만 충남대 손희준 교수(행정학)는 “자치단체장의 비리가 많다는 점 때문에 자치단체의 인사·재정 분야 자치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약화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직 재임기간 동안 피소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대다수는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차기 지방선거에도 재출마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형량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자신의 범죄를 스스로 사면 복권하는 경향이 있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어차피 나를 또 선택해 줄 것”이라는 게 이들을 지배하는 자신감이다. 충남대 손교수는 “지방자치의 ‘건강성 회복’은 단체장 비리의 실상을 공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장의 도덕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지방자치도 산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322호 (p24~26)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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