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0

2002.01.31

레즈비언 용병들 어쩌나

  •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부 기자 > when@sportsseoul.com

    입력2004-11-10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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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즈비언 용병들 어쩌나
    요즘 뉴국민은행배 2001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의 최대 화제는 단연 동성애다. “올 시즌 대거 입국한 미 여자프로농구(WNBA) 출신 선수 가운데 몇몇은 레즈비언임에 확실하다”는 모 스포츠 신문의 추측성 기사가 발단이었는데, 이로 인해 일부 구단은 소속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性的) 취향을 확인하느라 부산을 떠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용의선상(?)-글의 문맥상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단어를 쓸 수밖에 없음을 독자 여러분은 이해해 주시기를-에 오른 한 선수. 개막 초부터 다른 팀 주무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을 보내 일찌감치 동성애자로 지목받았다. 심지어 일부 농구 담당 여기자들에게까지 추파를 던지는 등 이성애자의 입장에서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곤 했던 것.

    재미있는 점은 국내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대부분이 이 같은 사실에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는 것. 새내기로 내려갈수록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중 몇몇 선수는 “사생활에 속하는 성적 취향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이제 막 구세대로 접어든 기자를 무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코칭 스태프도 비슷했다.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만 미치지 않으면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대범한 자세다.

    그러나 여자 프로농구계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다. 마치 군인처럼 1년 중 3분의 2 이상을 팀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선수들에게 동료의 성적 취향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다. 성적으로 개방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미국과 달리, 국내 여자선수들 대부분은 운동만 강요하는 환경에 짓눌려 이성교제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즌 동안 하루종일 붙어 다니다시피 하는 외국인 동료가 자신에게 우정이 아닌 애정을 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자칫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혹자는 동성애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미 여자프로골프(LPGA)를 예로 들며 별것 아니라는 얘기도 하지만, 개인종목인 골프와 단체종목인 농구의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쉽게 흘려버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듯하다.

    우리 사회의 정서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외국인 선수라 할지라도 타인의 성적 취향을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기 힘든 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들의 심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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