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2002.01.17

‘US오픈 16강’ 다시 한번

  • < 이승우/ 연합뉴스 스포츠레저부 기자 > leslie@yna.co.kr

    입력2004-11-08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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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오픈 16강’ 다시 한번
    2000년 9월5일 미국 뉴욕의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 아서애시코트. 매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를 마무리하는 US오픈이 열리는 이곳에서, 세계 언론은 검은 머리와 눈동자의 동양인 청년이 세계 정상의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맞아 벌이는 눈부신 선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내준 뒤 허무하게 무너지긴 했지만, 주위를 가득 메운 관중은 멋진 경기를 선사한 이 무명 선수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이때의 선전으로 ‘코리안 키드’라는 애칭을 얻은 주인공은 바로 이형택(26·삼성증권). 비록 8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의 메이저대회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해 국내 팬들로부터 박세리의 US여자오픈골프대회 우승에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세계랭킹 역시 상승을 거듭해, 국내 최초로 남자 프로테니스(ATP) 랭킹 100위권 돌파에 이어 지난해 8월에는 60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랭킹 50위권 진입을 목표로 본격적인 투어 생활을 시작한 지난 2001년은 이형택에게 답답했던 한 해로 기억될 뿐이다. 존경의 대상이던 마이클 창을 제압하는가 하면, 국내 최초로 투어 대회 준우승(US클레이코트챔피언십)을 거머쥐는 등 경사도 있었지만 투어급 성적이 9승21패에 그쳐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3할을 겨우 넘는 승률에서 보듯 첫판 탈락이 계속됐고, 4대 메이저대회에서는 모두 1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해 16강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US오픈에서도 첫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부상의 그림자도 그를 놓지 않았다. 호주오픈 1회전에서는 경기 도중 물집이 잡혔고, 프랑스오픈을 앞두고는 연습 도중 복부 근육이 찢어져 출전도 못했다. 8월 한때 60위까지 올랐던 랭킹은 계속 떨어졌고 결국 100위권 밖으로 밀린 채 2001년을 마감해야 했다.

    그러나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형택은 지난 한 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인내’와 ‘경험’이라는 과실을 얻었다. 100위 밖 랭킹에 대해서도 그는 “떨어진 것은 랭킹일 뿐이지 실력이 준 것은 아니다”고 말할 정도.



    ‘말의 해’(壬午年)를 맞아 이형택은 새해 포부를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ATP투어 랭킹 50위권 진입’으로 잡았다. 실력이 있어도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면 프로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은 이형택은 올해만큼은 US오픈의 영광 재현과 함께 50위 벽을 돌파하기 위해 ‘말’처럼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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