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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캠퍼스의 때이른 大選 바람

캠퍼스의 때이른 大選 바람

캠퍼스의 때이른 大選 바람
산적한 국가적 과제와 상관없이, 국정관리 능력의 난맥상과도 별도로, 정국은 시나브로 대선 국면으로 달려가고 있다. 최근 내홍(內訌)을 치르고 있는 여권 내부에서 정권 재창출에 대한 걱정이 늘고 야권에서는 정권교체의 목청이 거세지는 것 자체가, 싫든 좋든 그리고 이르든 늦든, 한 시대의 마감을 예고하는 징표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국민도 대통령의 레임덕에 대한 걱정보다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관심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개혁 논쟁도 시들해졌고 여야 간 대치조차 진부한 느낌이다.

마음이 ‘콩밭’, 곧 내년 말 대선에 가장 먼저 가 있는 이들은 물론 정치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대권 경주가 공식화하기 전이라, 그들이 비교적 점잖은 모습으로 나들이하는 곳이 바로 대학 캠퍼스다. 아닌 게 아니라 ‘특별강연’이나 ‘초청강연’ 등의 형식을 빌려 대권 예상 후보자들의 대학 출입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 그리고 이따금씩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주만 해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건국대 특강이 학생들의 시위로 무산된 바 있다.

정치인들이 대학을 방문하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한편으로 그것은 지식인 사회가 그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젊은 세대의 거대한 정치적 무관심을 타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대학 캠퍼스가 정치인들을 굳이 배척하지는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교육의 연장’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그것은 대개 ‘정치의 연장’에 가깝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이 지지세력을 동원하여 세를 과시하고 기자들을 대거 동반하여 기사화에 열중하는 그들의 모습은 결코 대학 본연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단체버스가 외부인들을 실어 나르는 가운데 격문과 구호가 난무하는 상황은 사실상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행태다. 그 결과, 학생들이 오히려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전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캠퍼스의 조기 대선 열풍에는 대학 당국도 일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순수한 교육적 차원에서 정치인들의 대학가 나들이를 주선하고 수용하기보다, 나름대로의 정치적 이유로 그들을 초청하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특강정치’는 적지 않은 경우 대학이 ‘정치적 보험’에 가입하는 측면을 내포하는 것이 사실이다. 혹시나 미구에 대권을 차지할지도 모르는 인물들과 미리 교제해서 대학이 손해볼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회균등’이라는 미명하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대권 후보자들이 앞다퉈 대학에서 특강정치를 벌이는 형국이 되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대학과 교수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은 대학의 교수사회 안에도 있다. 최근 들어 무슨 포럼이니 무슨 연대니 하면서 지식인의 집단 세력화가 부쩍 많아지는가 하면, 대권 주자들의 캠프 속으로 직접 합류하기 시작하는 이들도 대학가에 드물지 않다. 명분은 언제나 그랬듯이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지만 몇 차례 정권 교체를 겪는 동안 정치바람에 망가진 지식인을 수없이 보아온 터라 그들의 처신이 대학교육에 미칠 부작용을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언필칭 교육의 위기, 대학의 위기를 주장하는 예비 국정관리자들과 대학교육의 주역들이 캠퍼스의 정치화를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은 특히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대학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가장 매진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그들 아닌가. 아무리 대선이 국가적 대사라고는 하지만 대선 바람이 대학의 본령을 엉뚱하게 희생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대학의 본업은 정치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을 1년 반이나 앞두고 요즘 대학가에 일고 있는 정치 바람의 풍향과 풍속(風速)은 대학발전과 정치발전에 대해 공히 이롭지 않다. 바람은 불 때와 불 곳에서 적당히 불어야 한다.



주간동아 2001.06.07 287호 (p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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