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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뒷 이야기

꼭대기층에 숙소 잡으면 우승한다?

꼭대기층에 숙소 잡으면 우승한다?

꼭대기층에 숙소 잡으면 우승한다?
스포츠 세계에는 별의별 ‘징크스’가 있다. 그런데 때로는 그것이 마치 ‘종교’처럼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 모 구단의 A선수는 투수들에게 금기가 되는 일을 했다가 공교롭게 옷을 벗고 말았다. 그는 2, 3년간 매년 10승에 가까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유망주였다.

그러던 어느 해 겨울 이 구단의 해외전지 훈련장 부근 유흥가. 선수들이 훈련을 마친 뒤 술집에서 현지 무희들의 춤을 관람하고 있었다. 노장들은 뒷전에 물러나 앉아 있고 신예선수들은 팁으로 줄 1달러를 들고 무희들 앞으로 몰렸다. 그런 와중에 A선수는 무심코 무희의 몸에 자신의 손을 잠깐 댔다고 한다.

“너, 어쩌려고 그래! 투수가.”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투수는 손가락을 신성시하라’는 야구계의 금기를 깼다는 것이다. A선수는 “별일 있겠어요?”라며 넘겼지만 이후 그는 별다른 이유 없이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다음해 유니폼을 벗고 말았다.

징크스는 어긋나면 선수들의 뇌리에서 잊히지만 들어맞을 경우엔 더 확실하게 각인된다. 어떠한 인과관계도, 논리도 먹혀들지 않는다. 징크스는 항상 그라운드 주변을 기분 나쁘게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징크스가 불행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2000년 8월14일 6년 만에 세계를 제패한 국가대표 청소년 야구팀의 경우가 좋은 예다. 한국 야구팀은 예선 5경기와 준결승전을 치르면서 마운드에서 월등한 실력 우위를 보였고 결국 이런 강한 투수력이 우승을 이끌게 됐다. 그러나 대한야구협회 관계자와 코칭 스태프는 우승의 원인이 하나 더 있다고 믿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선수단 숙소인 캐나다 에드먼턴 앨버타 대학 기숙사를 신청하면서 맨 위층인 10층을 택했다. 에드먼턴시는 인구로는 서울의 10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조그만 소도시지만 국제적으론 꽤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이번 대회에서 국제대회 관례상 다소 비싼 가격인 1인당 50달러에 선수단 숙소를 제공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름방학을 맞아 비어 있는 대학 기숙사방은 선수들이 쉬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그런데 협회는 기숙사 방 중에서도 굳이 가장 열악한 꼭대기층을 선택한 것이다.

야구협회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징크스 때문이었다. 94년 캐나다 매니토바대회 우승 당시 한국팀 숙소가 맨 꼭대기층이었다. 청소년국제대회는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성인 야구와 달리 상대팀에 대한 정보 부재에다 당일 덕 아웃 분위기,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경기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선수들이 덩치만 컸지 여러 가지로 민감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회에서 “맨 위층을 써야 다른 경쟁 상대를 누를 수 있다”는 징크스를 그대로 따르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는 것이다.

야구감독 중에는 경기 전 스톱워치를 눌러 일종의 숫자 운세를 보고 그날 경기에 대한 기원을 하는 이들이 있다. 국가대표 청소년 야구팀 조성옥 감독도 그런 경우다. 조감독은 이번 미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두 차례 시도해 봤는데 첫번째는 77, 두번째는 99가 나왔다. 대표팀은 9대 7로 승리했다.



주간동아 2000.08.31 249호 (p8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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