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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사업 ‘딜레마’

“나중에 청문회 나갈지 모르는데…”

黨-政 모두 “총대메기 싫다”…사업자 선정방식놓고 ‘벙어리 냉가슴’

“나중에 청문회 나갈지 모르는데…”

“나중에 청문회 나갈지 모르는데…”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관-재계에 삼각 파고가 밀어닥치고 있다. 특히 6월말까지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기로 함에 따라 정치권이나 관계, 재계에서의 미묘한 신경전 역시 매우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IMT-2000이란 현재 제공되고 있는 이동전화 등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고속화되고 서비스가 고도화된 이동통신서비스.

한국통신은 지난 6월15일 한솔엠닷컴의 지분 47.85%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한국통신의 행보는 재계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정치권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주목한 곳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와 관련해 논평을 내려다가 취소했다”고 말했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정부가 한국통신 봐주기 아니냐”는 논평을 내려고 당 관계자들과 상의했는데 “좀 더 두고 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는 설명이었다.

야당도 신중론 … 사업관련 말 아끼기

이 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가장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사업자 선정방식. 정통부 계획대로라면 6월30일까지 선정방식을 결정하게 돼 있으나 현재의 추세라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자 선정방식에는 심사방식 경매방식 추첨방식 등 세 가지가 있으나 추첨방식을 고집하는 곳은 없다.

한나라당은 경매방식(특정 신청 법인이 제시한 금액에 대해 더 이상의 제시 금액이 없을 때까지 입찰을 계속해 최고 금액을 제시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 이유는 △정보화 촉진기금으로 출연토록 돼 있는 주파수 할당대금의 공적자금 전용 가능성 △경매에 들어간 돈이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 △외국자본 유입 가능성 등 세 가지. 한나라당은 만약 경매방식을 채택할 경우 사업권이 대규모 자금 동원이 가능한 외국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정통부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IMT-2000 사업과 관련한 견해를 표명할 생각이었으나 신중론에 부닥쳐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심사방식(일정한도의 권리금을 받고 바람직한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판정되는 기업들에 주파수를 배정하는 방식)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방식을 채택했을 경우 혹시 민주당에 오는 2002년 치를 대선자금을 만들어 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즉 선정된 사업자에 향후 5년간 예상 매출액의 5~7% 정도를 주파수 할당 대가(출연금)로 부과해 정보통신 전문인력 양성 및 기반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는 부분이 대선자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만 해도 경매방식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6월9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정통부와의 당정협의 때 “경매제도를 배제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괜히 야당에 정치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YS 정권 때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말이 많지 않았느냐. IMT-2000사업도 자칫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 누군들 나중에 청문회에 불려나가고 싶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해도 심사방식을 저버리기는 힘들다. 한나라당도 지적하고 있듯 경매제를 채택하면 외국 자본에 통신 시장은 물론 그와 관련된 엄청난 장비 시장까지 송두리째 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심사제와 경매제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형국이 됐다.

정통부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IMT-2000 사업권 선정의 성격상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나중에 구설수를 피할 수 없기 때문. 더구나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당시 겪었던 악몽의 여파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정통부는 PCS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당시 장관 차관 정보화기획실장 우정국장 등 네 명의 고위간부가 감옥에 가거나 수배되는 ‘줄초상’을 겪었다. ‘제2의 이석채 파동’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지금은 PCS 사업자 선정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의견 수렴 절차가 훨씬 많다. 정책심의회도 세 차례 갖는 등 의견 수렴 절차가 20가지가 넘는다”고 말하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정통부의 주된 기류는 ‘자나깨나 몸조심’이다.

6월9일의 IMT-2000 사업 관련 당정협의는 이같은 양쪽의 몸 사리기 기류를 잘 보여주었다. 당정은 선정 방식 결정일을 불과 20여 일 앞둔 상태에서 처음으로 무릎을 맞댔다. 이 자리에서 안병엽 정통부 장관은 “참고로 하겠으니 당의 안을 달라”고 이해찬 정책위의장에게 요청했고, 이의장은 “사업자 의견만 듣지 말고 소비자들과 국가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좀 더 충실한 자료를 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장관이나 이의장 모두 누구도 총대를 메기 싫다는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 민주당은 6월24일 이전에 두 차례의 내부 회의를 거쳐 당의 입장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 이외의 쟁점은 표준방식 선택과 사업자 수 문제다. 이 가운데 사업자 수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다. “우리 현실로 볼 때 3개가 적당하다”는 주장이 대세다. 현재 사업권을 준비중인 컨소시엄은 한국통신 등을 주축으로 한 한통그룹,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기세를 올린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을 내세운 LG그룹, 하나로통신-온세통신 등을 축으로 한 ‘한국 IMT-2000 컨소시엄’ 등 네 군데. 안병엽 정통부 장관도 “개인적으로는 3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업자를 3개로 제한할 경우 말썽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한국 IMT-2000 컨소시엄’측은 “IMT-2000 사업은 기존 이동전화서비스와 전혀 다른 유-무선 통합서비스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규 사업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야당에서 이같은 입장을 반복해 공세를 펼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에 따라 정통부에서도 “기존 이동전화 3사에 대한 특혜 부여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적정 수준의 출연금 부과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표준방식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 표준방식에는 동기식(미국식)과 비동기식(유럽식)이 있다. 과학기술 정보통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홍동현 전문위원은 “서로 장단점이 있기에 비동기식 2개, 동기식 1개가 좋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점유율로 볼 때는 비동기식이 전체 시장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정통부는 동기식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동기식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도 동기식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기식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은 현재까지 명확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투자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표준방식이 빨리 결정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통부 생각은 다르다. “한 가지로 미리 정할 경우 로열티 문제 등과 관련해 협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으므로 빨리 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선정과 비슷한 시기에 정해도 된다는 느긋함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한 가지씩 맞지 않고 한꺼번에 몰아서 맞는 것이 낫다는 태도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통부의 불명확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나라당 홍동현 전문위원은 “정통부가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이 없어 사업자 선정을 노리는 회사들이 불필요한 토론회를 수도 없이 여는 등 너무 많은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 역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처럼 나중에 빌미를 주지 않는 쪽으로만 신경을 쓰다 보니 매일 공청회다 토론회다 하면서 엄청난 돈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40호 (p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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