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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놀이 백가지’

꼴랑치기-쌈치기를 아시나요

꼴랑치기-쌈치기를 아시나요

꼴랑치기-쌈치기를 아시나요
현암사에서 펴내고 있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는, 참으로 좋은 기획 의도에도 불구하고 간혹 안타까움을 준다. 우리 나비, 우리 민물고기, 우리 나무 등 이들 책에 소개된 귀한 우리 것들은, 실제 우리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려 더 이상 접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저 책을 읽고 사진을 완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것들을 ‘맨 살’로 만지고, 보고, 느낄 수는 없는 것일까.

최근 발간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놀이 백가지’는,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에게 비교적 포만감을 선사할 수 있을 듯싶다. 이 책에는 우리네 놀이문화 330여 가지가 아기자기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저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보거나 재현할 수 있는 놀이들이 그득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놀이문화 중에는 종이접기 소꿉놀이 제기차기 인형놀이 자동차놀이 등 지금도 아이들 사이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는 놀이들이 적잖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놀이방법이라 해도 장난감의 재료나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아주 눈여겨볼 만한 것이다. 헝겊을 잇고 나무를 깎고 보릿대를 엮어 만든 인형과 자동차와 배에는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공장 제품’과 견줄 수 없는 정성이 깃들여 있다. 장난감이라기보다 오히려 ‘예술’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볼펜 스프링총, 나무젓가락 배, 라면봉지로 만든 방석 등 폐품을 재활용해 만드는 장난감도 여럿 소개돼 있다. 사실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문방구에서 파는 조립 변신로봇보다 세련되고 정교한 장난감이 되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혹은 부모와 함께 흔히 접하는 일상의 물건을 갖고 조물조물 손을 움직여 자신만의 장난감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터이다.

놀이방법에 대한 소개도 세세하다. 구슬치기 한 가지만 해도 꼴랑치기(세모치기) 봄들기(구멍넣기) 오보십보(멀리치기) 벽치기 눈치기 막치기 쌈치기 등 일고여덟 가지 방법이 있다. 종이를 접어 만들 수 있는 개구리종류도 예닐곱 가지. 박쥐개구리 킹콩개구리 목도리개구리 망치개구리… 개구리 종류가 이리도 많았나 싶다.



그러나 여기 소개된 놀이 중에는 도심에 사는 이들로선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그림의 떡’도 많다. 일단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장난감 헬리콥터 만들 대나무 통, 여치집 만들 보릿대를 어디서 구할 것이며, 꽃목걸이를 만들 만큼 많은 토끼풀이 지천으로 돋아난 한 움큼의 땅덩어리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거미줄 잠자리채로 곤충을 잡을 곳도, 발 담그고 족대로 민물고기를 잡을 곳도 여간해서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 응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이들을 전해 내려오는 모습 그대로 복원해놓은 것 자체로 훌륭한 보존 자료가 된다. 공들여 재료를 모으고 손수 제작한 장난감 기획자 최재용씨의 수고로운 작업은 참으로 높이 평할 만하다.

각 놀이에 얽힌 이야깃거리를 구수하고 정겹게 풀어놓은 이철수씨의 글 역시 돋보인다. 그의 글 속에는 이징가미(질그릇의 깨진 조각) 무릇(나리과 풀) 감똘개(감꽃 떨어진 것) 부뚜질(아궁이에 불을 붙이기 위해 하는 부채질) 등 참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우리말이 여기저기 박혀 있어 읽는 맛을 돋운다. 글쓴 이 이철수씨는 27년 동안 안의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현장에서’접해오기도 했다.

보는 재미, 읽는 재미, 그리고 직접 만들어보는 재미까지 고루 맛볼 수 있는, 썩 좋은 책이다.

최재용 기획, 놀잇감 제작, 이철수 글씀/ 현암사 펴냄/ 348쪽/ 2만원



주간동아 2000.02.03 220호 (p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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