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0

2000.02.03

총선 앞둔 한국 여론 눈치만 보나

‘국가부도’ 왜 왔는지 되돌아봐야

  • 입력2006-06-30 14: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2차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 총리는 ‘변덕스러운 여론조사 결과치에 매달리며 사는 것처럼 정치에 있어 위험한 것은 없다’고 말한 걸로 보아 여론조사를 싫어했던 것 같다. 종전 직후 치러진 1945년 선거에서 처칠은 뜻밖에도 패배하고 말았는데 패인은 종전후 변화된 여론을 수용하지 못했던 그의 불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한 지도자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꼽는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어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여론을 파악한 뒤 여론이 좋으면 즉시 시행하고 여론이 나쁘면 좋아지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여 나아진 뒤에야 비로소 정책을 시행했다고 한다. 루스벨트가 여론조사를 활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치가 여론을 무시하면 독재가 되지만 여론에 추종, 영합만 하는 정치도 올바른 정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근로대중에게 인기있는 정책을 펴서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하였지만 지나친 대중 영합적 정치로 종국에는 자신과 국가를 파탄에 몰아넣고 말았다. 이에 반해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는 ‘사람이 적극적이 될수록 적은 많이 생기는 법’이라며 여론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치학자 롤란(J. Rolan)은 ‘약한 사람은 여론에 떨고, 어리석은 사람은 여론을 거부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론을 판단하고, 달관한 사람은 여론을 지배한다”고 하였다.

    위대한 지도자도 여론과 합치되지 않는 정책을 펼 때가 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포하였을 때 그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남북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지만 링컨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