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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선거문화

콘서트 같은 창당대회, 정치 맞아?

연호 박수 대신 “누구의 주제런가~” ♬ 합창 … 운동권 경력보다 시민운동 인터넷 등 강조

콘서트 같은 창당대회, 정치 맞아?

콘서트 같은 창당대회, 정치 맞아?
21세기 첫 선거인 16대 총선의 선거문화가 종전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미 커다란 변화를 절감하고 있다는 후보자와 유권자들도 많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변화상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시민단체들의 ‘선거개입’이다. 시민단체들은 역대 선거에서는 공명선거운동 캠페인을 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적극적인 낙천-낙선운동으로 전환,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가 잇따라 발표한 총선후보 부적격자 명단은 엄청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유권자들에게 “○○○후보는 이러저러한 전과가 있다. 의정활동 중에는 어떤 법안에 반대했고 어떤 추태를 벌였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찍어서는 안된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경우 해당 후보자들이나 그들이 속한 정당은 큰 곤욕을 치를 전망이다.

두 번째는 선거운동의 ‘소프트화’다.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이라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를 가능한 한 정치색을 배제한 채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이는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염증이 난 유권자들이 거창한 정치쟁점이나 이념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1월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YMCA 강당에서 열린 새천년민주당 서울 강남갑 지구당창당대회(위원장 전성철)는 정가의 작은 화제가 됐다. ‘음악창당대회’라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이벤트로 치러졌기 때문.

전위원장은 동원한 군중의 연호와 박수 속에 각본에 따라 진행하는 천편일률적 행사 방식을 송두리째 내던지고 아예 콘서트 형식으로 대회를 꾸몄다. 테너를 내세워 ‘그리운 금강산’을 합창하는 등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그는 “중앙당이나 보스에 목매지 않고 스스로 선택권을 가진 당원이 되고자 한다”며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에게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다.



경기 안양동안갑의 한나라당 심재철위원장도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각종 지역구 행사에서는 물론 지역구내 병원과 백화점 등을 찾아다니며 색소폰을 연주, 운동권 출신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 노원갑의 민주노동당 이상현위원장은 당원들로 ‘정치개혁실 천축구단’을 결성, 지역구내 동별 조기축구회와 순회 경기를 벌이는 방식으로 유권자들과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선거운동의 ‘소프트화’는 유권자들의 관심사에 접근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386세대’인 임종석 전전대협의장(서울 성동을)과 허인회 전고려대 총학생회장(서울 동대문을)은 막연히 지지세력으로 여겼던 20대들이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전대협이 뭐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는데 놀라 유권자 접근방식을 바꿨다.

임씨는 ‘신출귀몰의 전대협의장’ 대신 전자주민카드 반대, 결식아동 돕기 운동을 벌였던 시민운동가 경력을 홍보물 상단에 올려놓았고 허씨는 얼마 전에 시작한 전자도서관 사업을 들어 자신이 인터넷 전문가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서울 영등포을에 공천 신청한 권기균씨(한나라당)는 노년층에게 인터넷을 가르치는 ‘어르신 인터넷 운동’을 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 권승욱위원장(자민련)은 당원간담회 때마다 정치현안은 거론하지 않고 재테크, 컴퓨터, 건강문제 등 주민들의 ‘3대 관심사’에 대한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세 번째로 선거운동의 ‘사이버화’ ‘인터넷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무려 650만명이나 되며 이 가운데 20, 30대 이용자가 70%에 이른다는 사실로 인해 정치인들 사이에 ‘정치에 냉소적인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사이버정치활동’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의 절반이 넘는 150여명이 500만∼1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홈페이지를 개설, 운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의원은 ‘사이버 후원자’ 1900여명에게 2주에 한번씩 이메일을 보내 의정활동을 보고하고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온 이들에게 2, 3일 안에 답장을 쓰고 있다. 이런 성실한 관리 덕인지 하루 평균 10여명이 그의 ‘사이버후원회’에 가입하고 있다. 같은 당 노무현의원은 2000년을 ‘인터넷을 통한 정치변화 운동의 원년’으로 삼고 30대 전문직업인을 중심으로 110명의 ‘사이버 보좌관’을 만들었다.

한나라당 김문수의원은 지난해 말 국회본회의장에서 천용택국정원장 사퇴요구농성을 벌일 때도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들어가 이메일 답장을 써보내 눈길을 끌었다. 무소속 강경식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환란 그 진실’ 코너를 만들어 대국민사과문, 검찰진술서 등 환란 관련 자료를 가감 없이 공개하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의원은 정치자금 모금창구를 인터넷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은행간 계좌이체시스템을 이용한 ‘국내 최초의 인터넷 후원금 모금’ 코너를 만들어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현역의원들의 사이버정치활동은 원외출마자들의 홈페이지 개설 붐으로 이어지고 있고 ‘내일정보통신’ 처럼 이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벤처기업까지 등장했다.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인터넷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총선시민연대가 1월12일 개설한 웹사이트(www.ngo korea.org)는 20시간만에 4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의 방문을 받았다. 인터넷기획사인 글래드인터넷은 ‘낙선 밀레니엄’이란 웹사이트를 개설, 국회에서 고스톱을 친 의원 13명의 사진을 올렸다가 선관위로부터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지적과 함께 삭제명령을 받기도 했다.

한편 사이버공간에서도 불법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려 선관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공약을 올리는 것은 물론 상대후보를 인신공격하거나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

서울지역 출마희망자인 J씨와 K씨 등은 자신의 인터넷사이트에 ‘○○동 재개발 완료’ ‘도시가스 보급률 100%’ ‘실버타운 설립’ ‘지체장애인시설 설립’ 등의 공약을 올렸다가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을 받고 이를 삭제했다.

경남도선관위는 최근 거창군과 남해군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각각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글이 실리자 군측에 삭제하라고 통보했다. 거창군 홈페이지의 ‘열린 마당’의 경우 “호남쪽엔 공사현장이 많아 잡부도 모자란다” “○○○의원은 돈 없어도 똑똑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남해군 홈페이지에는 ‘경실련 명단에 없어 역시 존경’이라는 제목으로 “○○○의원은 입법부의 귀재, 명석한 두뇌, 달변 등 역사적 인물”이라며 “○○○의원님을 응원해 달라”는 글이 실렸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인터넷 등을 통한 사이버 선거운동 특별검색반을 가동,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주간동아 2000.02.03 220호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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