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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놓고 벌이는 중국-대만 鬪而不破 외교전

中 ‘일대일로’는 현대판 대동아공영권?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팔라우 놓고 벌이는 중국-대만 鬪而不破 외교전

2006년 대만의 
지원으로 완공된 
팔라우 국회의사당. [팔라우 국민회의 홈페이지]

2006년 대만의 지원으로 완공된 팔라우 국회의사당. [팔라우 국민회의 홈페이지]

필리핀 남동쪽에 팔라우라는 섬나라가 있다. 서울의 4분의 3 정도인 488㎢ 면적에 인구 1만8000여 명이 사는 작은 나라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맹이 일본에 팔라우 위임통치권을 주는 바람에 일제의 일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이 점령하고 나서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다 1981년 독립했다. 팔라우는 작지만 강단이 있다. 핵무기 탑재 함정을 정박하겠다는 미국 측 요구를 다섯 번이나 국민투표로 거부했다. 다만 외부 지원이 절실했기에 1982년 미국과 자유연합협정을 맺어 경제 및 국방 원조를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역전

3월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팔라우 ‘트래블 버블’ 기념식에 참석한 존 헤네시닐랜드 주팔라우 미국 대사. 헤네시닐랜드 대사가 착용한 마스크에 팔라우(오른쪽)와 대만 국기가 새겨져 있다. [AP=뉴시스]

3월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팔라우 ‘트래블 버블’ 기념식에 참석한 존 헤네시닐랜드 주팔라우 미국 대사. 헤네시닐랜드 대사가 착용한 마스크에 팔라우(오른쪽)와 대만 국기가 새겨져 있다. [AP=뉴시스]

1979년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고자 공산진영의 중국과 수교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과 단교했다. 많은 나라가 이를 따라 대만은 ‘버려진 나라’가 됐다. 중국이 주요국과 수교에 여념 없을 때 대만은 갓 독립한 팔라우에 경제지원을 약속하며 접근해 수교했다. 2010년대 지갑이 두둑해진 중국 부자들도 ‘관광지 팔라우’를 찾기 시작했다. 팔라우가 여행하기 좋다는 게 표면적 목적이었다. 덧붙여 ‘위안’화로 팔라우와 대만을 이간하려는 속셈도 있었다. 중국이 비슷한 방법을 쓴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솔로몬은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은 팔라우도 대만과 단교하게끔 계속 애썼다. 그런데 2020년 벽두 중국발(發)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팔라우 경제는 전적으로 관광에 의존하므로 코로나19 사태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를 본 대만이 외교 전선에서 중국을 상대로 영리한 반격을 펼쳤다. 대만은 코로나19 확산을 상당히 잘 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인 대만인은 격리 없이 팔라우를 방문할 수 있게끔 조치했다. 이를 축하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 자유화를 위한 방역 완화 조치) 행사도 대만에서 열었다. 3월 28일 수랭걸 휩스 팔라우 대통령과 존 헤네시닐랜드 주팔라우 미국 대사는 3월 28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대만은 단교 이래 미국 대사가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중국은 힘으로 대응했다. 팔라우 대통령의 대만 방문이 임박한 3월 26일 중국군 J(젠)-16 전투기 10대, J-10 전투기 2대, H-6K 폭격기 4대 등 군용기 총 20대가 대만 서남부를 위협 비행했다. 그중 1대는 팔라우가 보란 듯 필리핀 근처까지 진출했다. 최근 중국이 대만을 위협한 공중 무력시위 중 최대 규모였다. 

대만은 훈련 중이던 F-5 전투기 2대가 바다로 추락한 이후 F-5 비행을 금지하는 ‘그라운드(ground)’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위협감을 느낀 대만 국민의 반중(反中) 여론이 더 거세졌다. 팔라우 대통령이 방문한 다음 날 중국은 J-16 전투기 4대, J-10 전투기 4대, KJ-500 조기경보기 1대, Y-8 전자전기 1대 등 군용기 10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켰다. 항공 세력의 규모는 줄었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이라는 더 강한 도발을 한 것이다. 대만은 공군기를 출격시켰으나 경고사격은 하지 않았다. 중국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중국 외교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 ‘투이불파(鬪而不破)’가 있다.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격렬히 다투되 전쟁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전쟁은 하지 못할 것이니 외교에서 상대국을 격렬하게 밀어붙이라는 뜻도 된다. 중국은 투이불파 기조에 따라 미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려 한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를 호령하는 G2 국가가 되기 위해서다. 대만은 중국의 습성을 간파하고 역(逆)투이불파 전략에 나선 것이다. 되치기 당한 중국은 분노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팔라우는 명목상 독립 국가지만 미국 대사가 총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미국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면서 “주팔라우 미국 대사의 대만 방문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대만 외교의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과 대만, 팔라우를 싸잡아 비난했다.


필리핀·베트남 ‘어선 밀어내기’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다투는 필리핀도 역투이불파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FA-50PH 경공격기와 호위함을 동원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몰려든 중국 어선단을 밀어내고 있는 것. 베트남 역시 중국 어선단 밀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따라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명목으로 주변국을 복속시키려 한다. 각국의 교묘한 반발로 중국의 ‘G2 굴기’는 난항을 맞고 있다. 중국의 패권 전략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영국 중심의 연합국에 밀린 일본이 약간의 경제지원을 미끼로 동아시아 국가를 끌어들이려 했던 ‘대동아공영권’을 연상케 한다. 일본은 서양 세력을 막겠다는 구실을 내세웠지만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의 본질은 이웃 나라에 대한 패권 야욕이었다. 

투이불파 기조를 고수하며 일대일로를 내세운 중국의 패권 전략은 제2의 대동아공영권 주장이 아닐까. 중국의 패권주의가 노골화하면서 ‘쿼드 플러스(Quad Plus)’로 견제에 나선 미국은 물론, 미·중 사이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나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모습이다.





주간동아 1283호 (p4~5)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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